[2022 굿잡 코리아 포럼 (15) 종합 분석] 윤석열 정부의 '일자리 정책 대전환' 예고하고 '노동 양극화 해소'를 과제로 제시
박희중 기자 입력 : 2022.03.20 20:12 ㅣ 수정 : 2022.03.21 09:32
서강대 전현배 교수와 중앙대 이병훈 교수, 상반된 관점에서 현실 진단하고 대안 제시 전 교수, 기업의 ‘노동 수요’ 지원하는 제한적 정부 역할 강조 VS. 이 교수, 노동현실의 ‘비동시성의 동시성’ 해소 위한 적극적 정부개입 정책 주장
17일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새 정부 일자리 창출 및 고용노동정책 과제’를 주제로 열린 ‘2022 굿잡 코리아 포럼’에서 서강대 전현배(왼쪽) 교수와 중앙대 이병훈 교수가 각각 주제발표를 하고있다. 이번 포럼은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국회 정무위 간사), 국민의힘 임이자 의원(국회 환노위 간사) 그리고 뉴스투데이 공동주최로 열렸다. [사진=뉴스투데이]
[뉴스투데이=박희중 기자] ‘새정부의 일자리 창출 및 고용노동정책 과제’를 주제로 열린 ‘2022 굿잡 코리아 포럼’에서는 주제 발표자를 한 전현배 서강대(경제학부) 교수와 이병훈 중앙대(사회학과) 교수는 상반된 관점에서 현상을 진단하고 해법을 제안했다.
전현배 교수는 윤석열 정부의 일자리 정책이 기존의 국가 개입형 '산업정책'에서 시장 중심의 '기업정책'으로 대전환할 것임을 예고했고, 이병훈 교수는 노동양극화 해소를 위한 적극적인 정부 개입정책을 과제로 제시했다.
■ 전현배 교수, "정부 개입이 저성장 문제 해결 못해" / "정부가 노동공급 주도하는 '산업정책'버리고 기업의 노동 수요 지원하는 '기업정책'으로 대전환 필요" / "기업에 대한 구체적 인센티브 제시와 일관성 유지는 윤석열 정부에게 주어진 과제"
주류 경제학자인 전현배 교수는 시장경제론을 폈다. ‘새정부의 민간일자리 정책방향과 과제’를 주제로 한 발표에서 정부의 과도한 개입이 저성장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일자리 시장을 왜곡시켜왔다고 지적했다. ‘디지털 전환’과 같은 목표를 인위적으로 설정해 고용창출을 유도하는 시도는 실효성을 거두지 못했다는 것이다. 정부가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디지털산업 육성을 지원한다고 해서 기대한 만큼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되지는 못한다는 분석이다.
전 교수는 이 같은 과거 정부의 정책을 ‘산업정책(industrial policy)이라고 규정했다. 정부가 인위적으로 특정 산업의 ’노동공급‘을 결정하고 주도했다는 설명이다.
그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는 공공부문 일자리 81만개 창출을 선언하고 이를 실천에 옮겼다. ‘디지털 뉴딜’, ‘그린 뉴딜’ 등의 선언도 정부가 해당 산업을 전폭적으로 지원함으로써 방대한 고용창출을 이뤄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이전의 박근혜 정부는 고용률 70%를 목표로 잡았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여성과 청년 일자리 창출에 역점을 뒀다.
그러나 이 같은 시도에도 불구하고 양질의 일자리는 충분히 생겨나지 못했다. 전 교수는 이런 딜레마는 시장현실에 주목할 때 해소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 근거로 2015년~2019년 동안 한국경제의 순고용창출 구조를 제시했다. 이 기간 동안 순고용창출은 28만7000명이다. 기업 규모로 보면 1~9인 기업이 52만4000명의 순고용 창출을 했다. 10~49인은 7만명 감소, 50~299인은 11만3000명 감소, 300인 이상은 5만4000명 감소 등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10인 미만 기업이 순고용 창출에 가장 큰 기여를 했다는 것은 ‘높은 자영업 비중’을 반증해준다는 게 전 교수의 비판이다. 자영업이 순고용 창출을 이뤄냈다면 청년층이 원하는 ‘양질의 일자리’를 증가시키는 데는 실패했다는 의미인 것이다.
전 교수는 이 같은 논지를 뒷받침하는 자료로 2015~2019년 동안 기업 규모와 종사자 연령별 고용 현황을 설명했다. 기업규모 50인 이상에서는 저연령(40세 미만) 종사자 비중이 높다. 반면에 50인 미만 기업의 경우에는 고연령(40세 이상) 종사자 비중이 높다. 예컨대 1~9인 규모 기업의 30세 미만 종사자 비중은 14.55%에 불과한데 비해 300인 이상 기업의 30세 미만 종사자 비중은 26.16%에 달한다.
30세 미만 청년층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려면 300인 이상 기업의 순고용 창출이 이뤄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4년 동안 5만4000명이 감소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전 교수는 “역대 정부들이 노동공급에 초점을 맞춰왔다고 치면, 새 정부는 노동수요에 중점을 둔 일자리 정책을 펼 것”이라면서 “윤석열 정부는 특정 산업부문에 무게를 주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렇다면 윤석열 정부는 일자리 창출을 위해 아무 일도 하지 않겠다는 뜻일까. 그렇지는 않다. 한국경제를 저성장의 수렁에서 건져내는 데 주안점을 둬야 한다는 것이다. 전 교수는 ‘기업 정책’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정부가 디지털산업 육성과 일자리 창출을 주도하기보다는 시장경제의 ‘수요공급 법칙’이 원활하게 작동되도록 지원하는 역할만 수행하면 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한 실천항목으로 서너 개를 꼽았다. 그 중 두 가지가 핵심이라고 볼 수 있다.
첫째, 규제혁신과 과감한 지원이다. 규제를 개혁해 기업 발목에 채워진 족쇄를 풀어주면 자연스럽게 혁신 창업 생태계가 확대되고 우수 인력 확보를 위한 경쟁이 벌어진다는 것이다. 즉 ‘노동 수요’가 급증한다는 설명이다. 예컨대 금융규제를 개선해 디지털금융 혁신을 유도하고, 글로벌 기업환경에 맞게 기업 관련법을 정비하겠다는 것이다.
둘째, 지역경제 활성화이다. 권역별 글로벌 혁신 특구를 조성 규제 및 세제지원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국내 복귀(reshoring) 기업의 세액 감면 요건을 완화한다. 미국, 유럽연합(EU) 등 선진국 정부들이 자국에 적극적으로 글로벌 기업을 유치하는 정책과 동일한 내용이다. 이 같은 권역별 혁신 특구는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킬 뿐만 아니라 글로벌 대기업의 ‘노동 수요’를 증대시킴으로써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것이다.
전 교수는 “이처럼 윤석열 정부는 산업정책을 펴지 않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기업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기업정책에 중점을 둘 것”이라면서 “하지만 어떤 인센티브를 기업에게 줄 지는 아직 구체적인 방안을 고민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인센티브 정책이 성공하기 위한 조건으로는 정책적 일관성을 꼽았다. “정부가 인센티브 정책을 지속적으로 실천할 것이라는 시그널을 시장에 줘야 한다”면서 “정책을 바꿀 것이라는 인상을 주면 시장이 반응하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정부가 디지털 대전환 같은 선언을 하면 가슴이 뜨거워지고 성공하면 고성장을 할 수있지만 실패하면 국민의 삶이 어려워진다”면서 “새 정부는 기업정책과 같은 현실적 대안을 실천에 옮김으로써 국민 개개인의 일자리를 지켜내고 한국경제의 새로운 성장틀을 확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 교수의 이날 발표 내용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일자리 공약을 폭넓게 분석하고 미흡한 점을 지적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때문에 새 정부의 일자리 정책 변화방향과 문제점을 정확하게 평가했다고 볼 수 있다.
■ 이병훈 교수, "윤 당선인과 안 위원장의 공약은 심화되는 노동양극화 간과" / "비정규직 늘고 정규직 대비 임금 수준 개선도 안돼" / "노조 조직률 높아졌지만 84% 울타리 밖과의 격차는 커져" / "윤 당선인의 공약 좋지만 노동공약은 많은 보완 필요"
진보성향의 사회학자의 이병훈 교수는 ‘새 정부의 고용노동정책 개혁과제’를 주제로 한 발표에서 ‘적극적인 정부 개입’을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안철수 인수위원장의 노동관련 대선공약을 검토, 그 문제점을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했다.
이 교수는 윤 당선인의 대표적인 관련 공약으로 ‘좋은 일자리 창출’, ‘공정한 채용기회 보장과 채용비리 근절’, ‘근로시간 유연화와 같은 노동개혁’ 등을 꼽았다. 안 위원장의 공약으로는 강성 귀족노조 혁파하는 ‘강력한 노동개혁’에 주목했다.
이 같은 어젠다는 한국의 노동현실을 간과하고 있다는 게 이 교수의 출발점이다. 이런 현실을 상징하기 위해 ‘비동시성의 동시성(the contemporaneity of the uncontemporary)’이라는 개념을 동원했다. 이는 독일 철학자 에른스트 블로흐가 1930년대 독일 사회를 규정하면서 동원한 용어로서 한 사회의 ‘불균등 발전’ 현상을 꼬집는 것이다.
한국의 노동계가 소수의 상층부와 다수의 하층부로 양극화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런 시각에서 이 교수는 윤석열 정부의 노동개혁 과제를 크게 4가지로 나누어 제안했다.
첫째, 높은 산재사망율과 장시간 노동 현실 개선이다. 이명박 정부 시절에 연 평균 1100명을 상회하던 산재 사망자 수는 박근혜 정부 시절에 900명대로 떨어졌고 문재인 정부 시대인 2020년에 연 850명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하지만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40%나 높은 수준이다. 연간 노동시간도 감소 추세이지만 아직 OECD보다 221시간이 더 길다.
둘째, 문재인 정부가 일자리 정부를 자처했으나 고용실적이 미흡하고 일자리 질도 악화됐다.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6년에 전체 고용율은 60.6%였던 게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1년에 60.1%로 소폭 하락했다. 비정규직 비율도 2016년 32.8%에서 2021년 38.4%로 상당히 늘었다. 코로나19팬데믹(세계적 대유행) 등을 감안해도 아쉬운 현실이다.
셋째, 열악한 계층의 상대적 임금 수준은 전혀 개선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성별 임금격차가 감소했지만 여전히 OECD최고 수준이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대비 상대적 임금 비율도 2016년 53.5%에서 2017년 55.0%로 최고치를 찍었다가 꾸준히 하락해 2020년에는 52.9%로 내려갔다.
기업 규모별 월평균 임금 격차도 그렇다. 한국의 경우 5~9인 기업의 평균 임금을 100으로 놓았을 때 500인 이상은 199.1에 달한다. 일본, 미국, 프랑스 등의 경우 129.6, 154.2, 157.7 등에 불과하다.
넷째, 노조조직화 비율이 2016년 10.3%에서 2020년 14.2%로 3.9% 포인트 증가했으나 비노조 근로자들의 권익은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노동생산성도 개선되고 있으나 OECD 회원국 중 30위에 불과하다. 최하위권인 셈이다.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지만 생산성은 떨어진다는 이야기이다.
이 교수는 "노조 조직률은 국제적으로 하향세임에도 불구하고 한국만 4% 정도 늘었다”면서도 "그러나 소수 노조원만 법의 보호를 받는 등 울타리 밖과의 격차는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에 "프랑스의 노조 조직률은 9%이지만 법에 의해 비노조원도 100% 단체협약을 적용받는다”는 설명이다. 그는 “낮은 노동 생산성 문제도 문재인 정부 하에서 개선되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이처럼 한국인은 동시대를 살고 있지만 일자리의 질과 노동조건에 관한한 극단적인 양극화 상태에 처해 있는 것이다.
이 교수는 “노동 현장의 격차를 제도적으로 해소하기 위해 특수고용직과 프리랜서 노동자등을 포괄하는 노동자 권리 기본법 제정등을 추진해야 한다”면서 “일자리 증대도 해야 하지만 지금 생겨나는 일자리의 질을 높이기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자리의 후진성을 개선함으로써 노동자가 새 일자리를 얻으면 인간다운 생활이 가능할 수 있도로 해야 한다”면서 “윤석열 당선인의 공약은 전반적으로 양호하지만 노동정책에 관해서는 많은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