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읽는 경제] 오프라인 유통공룡 ‘월마트’의 패배가 주는 교훈

정승원 기자 입력 : 2015.10.16 10:32 ㅣ 수정 : 2015.10.16 10:32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밴드
  • 페이스북
  • 트위터
  • 글자크게
  • 글자작게
▲ 세계적인 유통공룡 월마트가 온라인공룡 아마존으로부터 거센 도전을 받고 있다. 실적악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지난 14일 월마트주가는 10%나 폭락하며 시가총액이 하루만에 210억 달러(24조원)가 날아갔다.[사진출처=포브스닷컴]


(뉴스투데이=이진설 경제전문기자) 미국에서 모든 소매점을 다 잡아먹으며 유통업계의 ‘T렉스’로 군림해왔던 유통공룡 월마트가 창사이래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온라인 유통회사들로부터 거센 도전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온라인 유통공룡으로 떠오른 아마존의 급성장에 밀려 실적이 크게 악화될 것이란 우려가 지배적이다.

백화점과 소매점을 내쫓고 유통업계를 평정했던 월마트가 이제는 온라인 유통회사들의 선전에 밀려 유통공룡의 자리를 내줄 위기에 몰려있는 것이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대결은 온라인쇼핑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 우리나라에도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다.


온라인 공룡 아마존의 무서운 성장세에 가위눌린 오프라인 유통공룡

오프라인 유통의 절대강자 월마트는 지난 7월말 온라인 공룡으로 불리는 아마존에 첫 굴욕을 맛봤다. 시가총액에서 처음으로 아마존에 밀려 유통업계 2위로 밀려난 것이다. 7월 마지막주 월마트의 시가총액은 2330억달러(약 279조원)으로 2480억달러(약 297조원)를 기록한 아마존에 18조원 가량 차이로 밀렸다. 1995년 불과 100만달러 매출의 온라인 서점으로 출발한 아마존이 21년만에 처음으로 유통공룡을 밀어내고 시가총액 1위의 자리에 오른 순간이었다.


월마트의 굴욕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있다. 지난 14일 월마트는 투자설명회를 가졌으나 실적악화에 대한 전망을 내놓으면서 주가가 급락, 하루만에 시가총액이 210억 달러(24조원)나 증발한 것이다. 월마트 주가는 이날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10.04% 폭락한 60.03달러로 마감했다. 이같은 주가폭락은 지난 1988년 1월 이래 27년 만에 최대낙폭으로 기록됐다.

이날 투자설명회에서 월마트가 온라인 사업을 강화하기 위한 지출확대로 향후 이익이 줄어들 것이란 전망을 내놓자 시장은 투매로 응답한 것이다. 월마트 CEO 더그 맥밀런은 빠르게 변화하는 소매업계 환경에 맞춰 변화하는 과정이라며 안심시키려했지만 시장의 반응은 정반대로 나타났다.

시장의 가장 큰 우려는 월마트가 온라인 유통공룡 아마존으로부터 거센 도전에 직면해 있어 매출이 정체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최근 몇 년간 이어져온 매출변화에서도 알 수 있다. 월마트의 총매출은 2010년 4213억달러에서 2014년 4856억달러로 5년간 15.2% 증가하는데 그쳤다. 반면 아마존은 같은 기간 342억달러에서 889억달러로 159%나 늘어났다.


양측의 매출차이는 여전히 월마트가 아마존을 5배이상 앞서고 있다. 하지만 시장전문가들은 양측의 차이가 급격하게 좁혀지고 있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2010년만 해도 아마존의 매출액은 월마트의 10분의 1에도 못미쳤으나 불과 5년만에 그 격차를 5분의 1 수준까지 좁힌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추세라면, 2023년에는 아마존이 월마트를 제치고 매출에서도 1위를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크기의 저주’에 빠진 유통공룡 월마트의 딜레마

6500만년전까지 지구를 지배했던 공룡이 순식간에 멸망한 이유를 놓고 다양한 추측이 나오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유력한 설 가운데 하나는 공룡이 ‘크기의 저주’에 빠졌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혜성의 충돌이후 지구의 급격한 기후변화로 먹을 것이 급감한 가운데 거대몸집을 지닌 공룡이 버티기가 힘들었을 것이란 해석이다. 지금의 월마트가 공룡이 겪었던 딜레마에 빠졌다는 지적이 많다.

월마트의 올해 매출액은 4880억달러(약 585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미국내 업계2위 코스트코나 프랑스 1위 카르푸, 영국 1위 테스코보다 4배이상 더 많은 규모다. 현재 월마트는 전세계 27개국에 1만130개의 점포를 보유하고 있다. 정규직 근로자수만 해도 220만명에 달하는 초대형 유통회사다. 비정규직까지 따지면 미국인구의 0.5%, 그러니까 200명중 1명은 월마트에서 일한다는 통계까지 나올 정도다.

문제는 몸집이 너무 커져버린 탓에 생산성이 정체되어 있다는 것이다. 2011년이후 월마트의 매출은 연간 4%를 넘지 못하고 있다. 수익은 같은기간 연간 1% 증가에 그쳤다. 월마트 직원 1인당 매출은 22만달러로 2위 코스트코의 59만5000달러에 비하면 37% 수준에 불과하다. 거대몸집을 유지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이 너무 많아 좀처럼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라는 지적이다.

▲ 온라인 쇼핑시장은 최근 5년간 3배이상 급성장했다. 사진은 아마존닷컴의 홈페이지


하지만 월마트의 진짜 걱정은 판매환경의 급격한 변화다. 최근들어 온라인 쇼핑을 선택하는 소비자가 크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각종 인터넷 쇼핑 앱의 발달로 소비자들은 굳이 차를 몰고 월마트를 찾지 않고도 편안하게 쇼핑할 수 있게 됐다. 온라인 쇼핑시장은 최근 5년간 3배이상 급성장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온라인 쇼핑시장의 급성장은 가격경쟁에서도 월마트에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현재 월마트는 1달러어치의 물건을 팔면 75센트를 비용으로 지불한다. 세금을 제하면 5센트가 남는 꼴이다. 비용에는 점포유지비, 유통비, 임금 등이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온라인의 경우 이런 비용들이 생략된다. 가격결정에서 월마트보다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얘기다.


온라인에 밀려 최저가 가격경쟁 유지 계속할 수 있을지 의문

월마트가 유통업계에서 최고포식자의 위치에 올라설 수 있었던 것은 극단적인 초저가 정책 때문이었다. 월마트는 ‘소비자 지상주의’를 슬로건으로 내밀면서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에서 극단적으로 소비자 편에 서왔다. 값싼 제품을 제공하기 위해 영세 납품업체들을 착취하다시피 가격을 후려치는 것으로 악명이 나있다. 근로자 인건비도 매우 짠 편이다. 제품가격이 낮은 데는 이런 이유가 있었지만 고객 입장에서는 가장 싸게 물건을 구입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장 선호하는 쇼핑몰로 큰 인기를 끌었다.

▲ 미국 전역에 퍼져있는 월마트.[그림출처=마이버거360닷컴]


월마트는 그러면서도 꼬박꼬박 수익을 챙겨왔다. 포브스지에 따르면 월마트는 최근 20년간 해마다 3% 수준의 순익을 기록해왔다. 연간 수익규모는 2014년 기준 161억달러(약 19조3200억원)에 달한다.

반면 아마존은 같은기간 가격결정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최대 8.5%에서 마이너스 수익률까지 다양한 수익률을 기록해왔다. 월마트는 온라인 유통업체들이 작심하고 출혈경쟁을 감수할 경우 가격경쟁력 면에서 아마존 등을 따라가기 어려울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시장의 전망도 크게 다르지 않다. USA투데이는 아마존이 월마트의 런치를 먹어치우고 있다고 표현했다. 유통업계 컨설팅 업체인 스트래티직 리소스 그룹의 버트 플리킹어 이사는 "아마존이 월마트를 제치고 유통업계에서 가장 빨리 성장하는 기업이 될 것임이 명백해졌다"고 말했다.

월마트의 미래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린다. 지금 추세라면 2023년에 매출에서도 아마존에 따라잡힐 것이란 전망도 있지만, 오프라인과 함께 온라인 사업부문을 잘 병행하게 되면 승부는 50대 50이 될 것이란 예상도 없지 않다. 그동안 구축해온 거래선과 유통망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 월마트는 오프라인 시장 뿐 아니라, 온라인 사업부문을 강화하기로 했다.[사진출처=피드블리츠닷컴]


월마트는 당장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데 힘쓸 것으로 보인다. 주가 안정을 위해 200억 달러 규모의 자사주 매입 계획도 준비중이다. 지난 1월이후 지속돼온 주가하락으로 시가총액이 410억달러(약 49조원)나 감소했기 때문이다.

창업자인 샘 월튼 가문은 지주회사인 '월튼 엔터프라이즈'를 통해 월마트 주식의 44.16%를 갖고 있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이 최대주주이자 회장으로 있는 버크셔해서웨이(2.11%)도 주요 주주로 올라 있다.

<이진설>경제전문기자=wateroh05@naver.com>

BEST 뉴스

댓글(0)

- 띄어 쓰기를 포함하여 250자 이내로 써주세요.

- 건전한 토론문화를 위해,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비방/허위/명예훼손/도배 등의 댓글은 표시가 제한됩니다.

0 /250
 

주요기업 채용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