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계열사 집중 투자 VC ‘타임와이즈’ 놓고 설왕설래…"경영승계 위해" vs. "경영승계 무관"

[뉴스투데이=김보영 기자] CJ그룹 계열사들이 벤처케피탈(VC) 타임와이즈인베스트먼트(이하 타임와이즈)에 집중적으로 투자를 단행하고 있어 그 이유에 관심이 쏠린다. "CJ가 본격적으로 4세경영 승계작업에 들어갔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 만큼,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타임와이즈는 2000년 CJ의 벤처 투자 및 신사업을 담당하기 위해 설립된 기업이다. 2003년 CJ창업투자로 사명을 변경하고, 2014년에는 사명에서 CJ를 뗐다.
이 기간 엔터테인먼트 분야 투자를 주로 다뤘던 사업 포트폴리오도 CJ 계열사들의 출자와 벤처 투자를 더욱 늘리면서 다양화·세분화했다.
타임와이즈 출자에 참여한 기업은 CJ제일제당, CJ ENM, CJ올리브네트웍스, CJ대한통운, CJ CGV 등으로, 출자 규모는 1000억원 정도로 알려졌다. 이는 타임와이즈가 조성한 펀드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특히 지난해 조성한 글로벌 혁신성장펀드는 총 약정금액 692억원 중 약 650억원을 CJ 계열사가 자금을 댔다. 이밖에 스마트바이오펀드, 글로벌콘텐츠조합 등 타임와이즈의 모든 펀드에 CJ 계열사가 참여하고 있다.
최근에도 이러한 투자가 적극적으로 이뤄지는 중이다. 지난 7일 CJ ENM은 사업 경쟁력 및 미래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타임와이즈의 스마트비대면펀드에 100억원을 출자했다고 공시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CJ 계열사가 타임와이즈의 출자 대부분을 담당하면서, 사실상 이재현 회장 장남인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글로벌비즈니스 담당)의 경영 승계를 우회적으로 지원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감 밀어주기를 통해 경영권 승계 재원을 마련하려는 큰그림이란 것이다. 타임와이즈의 지분 100%를 확보하고 있는 씨앤아이레저산업의 최대주주가 다름 아닌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이기 때문이다.
이선호 부장은 씨앤아이레저산업 지분 51%를 보유하고 있다. 나머지 49% 중 24%는 이 부장의 누나이자 이재현 회장의 장녀인 이경후 CJ ENM 부사장이 갖고 있다. 사실상 오너 4세들의 개인 회사인 셈이다.
즉, 타임와이즈의 잇단 펀드 출자로 발생한 이익이 이 부장에게 들어갈 수 있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 CJ 측은 "경영권 승계와는 무관하다"며 선을 긋고 있다.
CJ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많은 대기업들이 VC를 운영하고 있는 것처럼 (이 부장도) VC를 운영 중인 것은 맞다"면서도 "펀드를 조성한 뒤 벤처기업에 투자하게 되고, 출자수익을 거두게 되면 수익금은 출자 기업에 귀속되는 것이다. 이선호 부장에게 가는 건 아니다"고 했다.
타임와이즈는 계약내용에 따라 약 2퍼센트 내외의 수수료만 가져가는 것이며, 이러한 수수료 역시 급여나 회사운영 비용으로 사용된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또 "타임와이즈가 지난해 올린 매출은 73억원 정도로, 이는 승계를 위한 큰 그림을 성공시키기엔 미미한 수준"이라며 "타임와이즈의 사업목적은 벤처 생태계 선순환과 혁신기술에 있다. 운영 노하우가 부족한 기업들을 보완하면서 사업 시너지 효과를 얻기 위해 설립됐다”고 밝혔다.
CJ제일제당과 CGV, 올리브영 등과 달리 타임와이즈를 계열사로 두지 않는 이유에 대해선 "금융계열사를 가질 수 없기 때문"이라며 "이 부장은 CJ제일제당에 속해 근무를 하고 있으며 타임와이즈에 관련된 일을 전혀 하지 않고 있다. 단순히 지분소유자다"고 일축했다.
하지만 CJ 외부의 시선은 이런 설명과 사뭇 다르다. 이 부장이 타임와이즈와 관련된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이 부장이 지배구조상 영향력이 가장 높은 위치에 있고 CJ제일제당에서도 전략 부문에서 일하고 있는 만큼 VC 내에서도 사업적, 투자적 인사이트(통찰력)를 갖고 일정 부분 참여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며 "이는 경영수업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