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제 기자 입력 : 2025.04.07 05:00 ㅣ 수정 : 2025.04.07 05:00
정부·정유업계, 수출 리스크 대응 총력전 정제유 수출 영향 없지만 불안한 통상 환경에 ‘긴장’ 유가 하락 겹친 '복합 위기'…실적에도 경고등 켜져
HD현대오일뱅크 대산공장 [사진 = HD현대오일뱅크]
[뉴스투데이=최현제 기자] 미국이 4월 3일 교역국을 대상으로 수입품 관세 부과 방침을 발표한 가운데 국내 정유업계는 웃지도 울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한국산 정제유가 미국정부의 관세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를 뒷받침하듯 로이터통신과 S&P글로벌 등은 정제유, 석유화학제품 등 에너지 관련 품목이 관세 부과 품목에서 제외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번 관세 부과 조치로 한국 정유사들이 단기적으로 반사이익을 얻을 가능성이 커졌다. 다른 국가 정유제품에 높은 관세가 부과되면 '관세 폭탄'을 피한 한국산 정제유 가격 경쟁력이 커진다.
하지만 아직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한국산 정제유가 이번 관세 대상에서 제외됐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보호무역 기조를 강화하면 국산 정제유도 언제든지 관세 부과 품목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트럼프 대통령이 강조해 온 보호무역 기조의 연장선으로 자국 제조업과 에너지 산업 보호를 목적으로 한다"라며 "정제유 등 정유제품이 관세 대상에서 제외되는 호재를 맞았지만 정유업계는 ‘예고 없는 규제’ 가능성에 대비해 대미 수출 전략을 재점검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는 한국의 대미(對美) 석유제품 수출과도 관련이 있다. 한국은 미국 시장에 연간 약 30억 달러(약 4조3332억원) 규모의 석유제품을 수출하고 있는데 이는 전체 정제유 수출의 약 15%에 해당한다.
■ 수출 전략 수정 가시화…정부 “통상 환경 불안 주시”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3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정유업계와 손잡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3일 안덕근 장관 주재로 긴급 통상대응 회의를 열어 미국의 관세 조치가 한국 제품 수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관세 자체가 당장 국내 정제유 수출에 직접 영향을 주지는 않았지만 전 세계적으로 무역장벽이 강화되면 결국 글로벌 경기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라며 “이는 결국 석유 수요 둔화, 수출 감소, 마진 악화 등 국내 정유업계에 부정적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라고 내다봤다.
그는 "실제로 최근 일부 아시아 국가가 미국 관세 조치에 반발해 보복 관세를 검토하고 있다"라며 "이처럼 보호무역이 확산되면 전반적인 수출 환경이 위축돼 정유업계뿐만 아니라 수출 의존도가 높은 제조업 전반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국산 정유제품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 가능성을 염두해 미국 외 대체 시장 확보, 환율 리스크 대응, 재고 관리 체계 고도화 등 리스크 분산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 유가 하락·정제마진 불안정…복합 위기 속 실적 경고등
전체 주유소의 제품별 평균 판매가격[표 =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
정유업계가 고민하는 또 다른 대목은 유가 하락과 정제마진 불확실성이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지난 3일 기준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1665원, 경유는 1531원으로 최근 몇 주 사이 20~30원 가량 하락했다.
기름값이 내려가면 소비자에게 이득이지만 정유사 입장에서는 제품을 싸게 팔 수밖에 없어 수익성이 악화된다.
정제유를 생산할 때 발생하는 수익인 정제마진도 유가와 제품 가격 사이 차이에서 발생한다. 유가가 급락하거나 제품 가격이 떨어지면 정제마진도 덩달아 낮아진다.
업계 관계자는 “정제마진은 글로벌 수요, 유가, 재고 등 다양한 요인에 따라 널뛰기하듯 변동해 예측이 어렵다”며 “지속적인 설비 효율화와 트레이딩 역량이 중요해지고 있다”라고 밝혔다.
그는 "여기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지속, 중동 정세 불안, 미국의 원유 재고 관리 정책 등 다양한 국제 변수도 정유업계에 위협을 준다"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러시아산 원유에 추가 관세를 검토하겠다고 언급한 점도 시장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복합 악재가 등장해 정유업계는 올해 2분기 실적 하락 가능성에 대비해 보수적인 경영 전략을 펼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