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와 퇴사를 반복하는 '갑통알세대'…좋은 일자리가 필요해

[뉴스투데이=박진영 기자] 청년 세대의 구직 기간이 길어지면서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는 청년층에 대한 구직자를 중심으로 또 하나의 신조어가 탄생했다. '갑통알세대'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갑통알'은 '갑자기 통장을 보니 아르바이트를 해야겠다'의 줄임말이다. 취업이 어려워진 청년들이 급격히 얇아진 지갑을 자조적으로 표현한 신조어로 수년전부터 사용됐다.
최근에는 여기에 '세대'를 붙여, 취업난과 불안정한 경제 환경에 내몰린 2030 청년층 전체를 일컫는 말로 확장됐다.
'갑통알세대'는 경제적인 어려움에 연봉이 낮더라도 빠른 취업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고, 입사 후에는 직무나 근로 환경이 일치하지 않아서 회사를 빨리 그만 둘 확률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입사와 퇴사를 반복하면서 갑자기 알바를 해야 하는 경제적 불안정성에 노출된 계층인 것이다.
통계청이 지난달 14일 발표한 '4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15세~39세 청년층의 '쉬었음' 인구는 83만명으로 지난해 4월보다 3.75%P 증가했다. 이 중 20대 청년의 '쉬었음' 인구가 1년 사이 9.7%P 늘어난 39만2000명으로 절반을 차지했다. '쉬었음' 인구가 늘어나는 주된 이유는 취업의 어려움으로 드러났다.
대졸 신입 채용이 줄어들며 '쉬었음' 인구수가 증가하면서 낮은 연봉에 빠른 취업을 원하는 청년도 늘어나고 있다. HR 기업 사람인이 지난 2월 신입 취준생 46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올해 취업 목표' 설문에서 구직자의 절반 이상인 55.2%가 '취업만 되면 어디든 가겠다'고 응답했다. 이들이 기업의 형태와 상관없이 취업하고 싶은 이유는 '빨리 취업을 해야 해서'가 55.1%(복수응답)로 가장 많았고, '길어지는 구직 활동에 지쳐서'(39.1%)라는 응답도 있었다.
청년 취준생들의 기대 연봉도 낮게 나타났다. 전체 취준생들이 올해 목표로 하는 연봉은 평균 3394만원으로 집계됐다. '2500만원 이상~3000만원 미만'이 36.2%로 가장 많았고, '3000만원 이상~3500만원 미만'(30.8%), '3500만원 이상~4000만원 미만'(17.2%), '4,000만원 이상~4,500만원 미만'(6.9%)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
한국경제인협회가 지난 4월 만 19~34세 미취업 청년 500명을 조사한 '미취업 청년 대상 일자리 인식' 설문조사에서 전체 응답자의 40% 이상이 3000만원 이하를 '일할 의향이 있는 최소한의 연봉'이라고 응답했다. 구체적으로는 '2500만원~3000만원'이 22.6%, 2500만원 미만이 20.2%였다.

■ 주머니 사정에 무작정 취업 선택한 '갑통알세대'…연봉‧직무 마음에 안들어 빠른 이직 선택하는 '악순환' 빠져
불안정한 고용 환경과 금전적인 압박속에서 빠른 취업을 선택한 갑통알세대 직장인들은 그만큼 빠른 이직을 선택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연봉 뿐만 아니라 자신의 적성에 맞지 않는 직업을 선택함으로써 지속가능한 근무 환경을 추구하기 어려워서다.
<뉴스투데이>가 지난달 초 HR 기업 잡플래닛에 의뢰해 '한국 직장인의 사회·경제 의식'을 주제로 직장인 577명에게 설문한 자료에 따르면, 직장인의 72.1%는 향후 1년 이내에 이직을 고려하고 있었다. 직장인이 이직을 고민하는 가장 큰 이유는 '낮은 연봉'(52.5%)으로 나타났으며, 직장인의 43.2%는 현재의 연봉에 불만족한다고 응답했다. 일반적인 취업준비생보다 근무 조건이 맞지 않을 확률이 높은 갑통알세대 구직자들은 이보다 더 높은 확률로 퇴사를 결정할 것이라고 예상된다.
채용 플랫폼 캐치 관계자는 "취업 시장이 얼어붙고 경제적인 여유도 부족한 상황에서, 청년들이 연봉이나 직무 조건과 맞지 않더라도 일단 취업부터 하려는 경향이 일부 나타나고 있다"며 "하지만 충분한 탐색 없이 급하게 선택한 일자리는 비교적 만족도가 낮아, 이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더해 직무와 적성이 불일치해서 빠른 퇴사를 결심할 갑통알세대도 많을 것으로 보인다. 잡플래닛은 같은 조사에서 직장인들이 이직을 고민하는 두 번째 이유가 '경력 개발의 한계'(35.4%)라고 지적했다. 또, 한경협이 지난 4월 발표한 자료에서 미취업 청년들이 생활에서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불확실한 진로에 대한 고민'이라는 응답이 24.4%로 가장 높았다. 취업 전부터 해결하기 어려웠던 고민이 취업 후에도 지속되며 퇴사를 결정하는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 양질의 일자리 창출‧구직 기간 비용 지원 확대해야
갑통알세대가 원하는 일자리에서 오래 일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는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서 적절한 임금을 지급하며, 시간적인 여유를 두고 자신의 적성에 맞는 직업을 구할 수 있도록 제정적인 지원을 확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한경헙은 4월 조사에서 청년 일자리 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과제로 '양질의 일자리 창출 확대(32.7%)'가 가장 많은 응답을 차지했다고 밝혔다. 이어 '구직기간 비용지원 등 경제적 지원 강화'(18.2%), '체험형 인턴 등 실무 경험 기회 확대'(16.0%)가 뒤를 이었다.
무엇보다도, 갑통알세대가 임금이나 직무와 상관없이 빠른 취업을 선택하는 것은 최근에 일어난 사회 현상이므로, 일자리 전문 기관이나 정책 기관에서 설문을 통해 이들의 실태를 정확히 파악하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