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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읽는 경제

북도발, 중국리스크에 ‘블랙 프라이데이’ 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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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원 기자
입력 : 2015.08.21 12:01 ㅣ 수정 : 2015.08.21 12:11


(뉴스투데이=이진설 경제전문기자) 한국경제가 파랗게 질렸다. 21일 코스피 지수는 전날보다 53.08포인트(2.77%) 하락한 1,861.47로 장을 시작했다. 코스피지수가 1900선 아래로 내려간 것은 지난 1월8일이래 7개월 만이며, 1860대는 2년만의 최저치다. 코스닥도 33.90포인트(5.16%) 떨어진 622.81로 장을 열었다. 코스피는 장중 한때 1856.91까지 떨어졌고, 코스닥 역시 619.94까지 폭락했다. 이날이 하필 금요일이라서 시장에서는 ‘블랙 프라이데이(검은 금요일)’가 재현되는게 아니냐는 우려를 나타냈다.

앞서 장을 마감한 뉴욕 증시 역시 20일(현지시간) 스탠다드앤푸어스(S&P) 500 지수는 전날보다 43.88포인트(2.11%) 급락한 2035.73을 기록했다. 다우 지수는 358.04포인트(2.06%) 급락한 1만6990.69로 거래를 마쳤다. 나스닥 역시 141.56포인트(2.82%) 폭락한 4877.49로 마감했다. 이날 하락률은 2014년 4월 이후 최대다. S&P와 다우 지수 모두 2014년 2월 3일 이후 최악의 하루를 기록했다.


북한도발에 남북한 긴강잠 최고조, 한국 부도위험도 7개월래 최고수준

이날 주식시장이 폭락한 것은 최근 중국 경기 둔화와 미국 금리 인상 우려로 증시가 겁먹은 상황에서 북한의 도발 소식까지 이어지며 투자심리가 급격하게 냉각됐기 때문이다. 전일(20일) 오후 3시52분께 북한군은 로켓포로 추정되는 포탄 1발을 경기 연천군 중면 지역으로 발사, 우리 군은 155mm 포탄 수십여발을 대응 사격했다.

북한의 서부전선 포격도발로 한미 군 당국은 대북정보 감시태세인 '워치콘'(Watch Condition)을 상향 조정했다. 워치콘이 격상되면 대북 정보감시 자산이 증강 운영되고 정보분석 요원 수도 평시 대비 2∼3배 늘어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5단계로 발령되는 워치콘은 평시에는 4단계를 유지하지만, 상황이 긴박해지면 점차 3, 2, 1등급으로 단계가 올라간다.

▲ 북한의 서부전선 포격도발로 군 당국은 대북정보 감시태세인 '워치콘'(Watch Condition)을 상향 조정했다. [사진출처=방송화면 캡처]


중국 증시 불안에 '북한 리스크'까지 더해지면서 한국의 부도 위험이 7개월 만에 최고로 올랐다. 이날 시장정보업체 마킷에 따르면 한국의 5년 만기 외국환평형기금채권에 붙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66.98bp(1bp=0.01%포인트)로 전날보다 3.04bp 상승했다. 부도 위험 지표인 한국의 CDS 프리미엄은 올해 1월 20일(67.63bp) 이후 7개월여 만에 최고로 올랐다.

CDS는 채권을 발행한 국가나 기업이 부도났을 때 손실을 보상하는 파생상품으로 가산 금리(프리미엄)가 붙는다. CDS 프리미엄이 높아지는 것은 그만큼 해당 국가 또는 기업의 부도 위험이 커졌음을 뜻한다. 지난 5월 만해도 한국의 부도 위험(46bp대)은 세계 금융위기가 발생하기 전인 2007년 12월 31일(45.0bp) 이후 최저 수준을 유지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아시아 신흥국들의 부도 위험도 상승했지만 한국의 상승폭(20.68%)이 특히 컸다. 아시아 주요 13개국 가운데 한국의 부도 위험 상승률은 태국(34.31%), 인도네시아(24.88%) 다음으로 높았다. 말레이시아(19.56%), 필리핀(15.23%), 카타르(12.12%)등이 그 뒤를 이었다. 홍콩(6.15%)과 중국(3.66%), 인도(1.65%)의 상승률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재닛 옐런 의장 [사진출처=FRB]


중국경제 리스크, 미국 금리인상 움직임 악재 줄줄이 대기

최근 한국경제는 그야말로 사면초가다. 지난 6월 내수경제에 엄청난 타격을 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의 충격에서 가까스로 벗어나는가 싶더니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하와 주가폭락이 한국경제를 덮쳤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 리스크가지 겹치면서 잠재해있던 불안심리가 한꺼번에 폭발한 것이 아니냐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반복되는 북한 리스크에 우리경제가 상당한 내성을 갖고 있기는 하지만 경제상황이 전반적으로 좋지 않은 상황에서 다른 대외 요인까지 불안정해 이전보다 예상외로 큰 충격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일각에선 북한 리스크가 장기화할 경우 올해 3%대 경제성장률을 지키려는 정부의 노력이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 뉴욕증시가 2% 넘게 급락한 20일 뉴욕증권거래소에서 거래인들이 긴장한 모습으로 주문을 내고 있다. [사진출처=방송화면 캡처]


무엇보다 중국경제 위축으로 인한 불안과 미국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한국경제를 옥죄고 있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20일 3.42%(129.82포인트) 떨어진 3,664.29로 장을 마쳤다. 중국정부가 위안화를 평가절하고 최근 3일간 거액의 자금을 쏟아부었지만,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중국 주식시장의 불안감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중국의 위안화 절하는 한국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금리 인상가능성도 큰 부담감으로 다가오고 있다.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7월 의사록이 공개된 이후 미국의 기준금리 9월 인상설이 다소 약화하기는 했지만 연내 인상은 기정사실로 굳어진 듯 하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은 한국의 시장 금리 인상으로 이어져 급격하게 증가한 가계대출의 뇌관을 터뜨릴 우려도 있다.


정부 긴급 대책 마련 나섰지만 시장 불안감 잠재울지는 미지수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국제금융센터는 21일 금융위에서 김용범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 주재로 금융시장 동향점검회의를 열었다. 참석자들은 “시장 참가자들이 향후 시장동향에 과도하게 반응할 상황은 아니다”라는데 의견을 모았고, 시장의 자제를 당부했다.

회의참석자들은 "최근 아시아 증시에서 외국인이 전반적으로 매도세를 보이고 있으나 한국은 시장 규모 대비 외국인 매도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참석자들은 "한국의 기초 지표들이 여전히 양호한 수준이며 글로벌 금융시장도 과거 위기상황 등에 비해 안정된 모습"이라고 판단했다.

참석자들은 한국의 외환보유고가 충분하고 신용부도스와프(CDS) 등 위험성 지표도 양호하다는 근거를 제시했다.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6월 말 기준 3747억 달러로 세계 6위 수준이다.

금융위는 금감원과 거래소 등 관계기관과 함께 글로벌 시장 상황과 외국인 자금 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증시의 체질을 개선하는 다양한 제도 개선 과제를 이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형환 기획재정부 1차관 역시 이날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주재하면서 "그 어느 때보다 경각심과 긴장감을 더 가져야 한다"과 관계 기관에 당부했다.

문제는 시장이 공포에 질려있다는 것이다. 실제 '공포 지수'로 불리는 코스피200 변동성 지수(VKOSPI)는 21일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이날 오전 10시 현재 VKOSPI는 전날보다 3.61포인트(24.20%) 오른 18.53을 나타냈다. 장중 한때 19.18까지 치솟기도 했다. 이는 올해 들어 가장 높은 수준이다.

거래소가 집계하는 VKOSPI는 코스피200 옵션 가격을 토대로 한 달 뒤 지수가 얼마나 변동할지를 예측하는 지표다. 보통 변동성 지수는 코스피가 급락할 때 반대로 급등하는 특성이 있어 투자자들 사이에서 '공포 지수'로 불린다.

많은 전문가들이 북한발 악재가 국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고 일시적 충격에 그칠 것으로 예상을 내놓고 있지만, 현재 투자자들의 귀에는 그런 소리가 들리지 않고 있는 듯 하다.

<이진설>경제전문기자=wateroh05@naver.com>

cswon1001@news2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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