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군용 무인기 산업, 튀르키예보다 10년 이상 뒤처진 이유

[뉴스투데이=장원준 산업연구원 연구위원] 요즘 글로벌 방산시장에서 튀르키예(구 터키)의 기세가 무섭다. 지금도 러-우 전쟁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무인기 바이락타르 TB2를 중심으로 튀르키예는 작년 43억 달러(수주 기준)의 무기를 수출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최근 4년(2018~21)간 글로벌 군용 무인기(중대형 UAV 기준) 시장에서 터키가 190대를 수출해 중국(173대), 미국(143대), 이스라엘(142대)을 제치고 세계 1위를 차지했다는 점이다.
지금으로부터 30여년전, 튀르키예는 독자개발이 어려워 우리나라에 송골매 무인기에 대한 기술이전을 요청했던 나라다. 군용 무인기 개발에서 우리나라보다 10년 이상 뒤졌던 튀르키예가 오늘날 우크라이나를 포함한 전 세계 28개국에 날개 돋친 듯 수출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군용 무인기 산업 분야에서 우리나라가 튀르키예보다 오히려 10년 이상 뒤졌다고 평가할 정도다.
러-우 전쟁과 같이 앞으로의 전쟁은 무인기를 활용한 ‘드론전’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정부가 강조하는 ‘AI 과학기술 강군 육성’이나 ‘유무인복합 전투체계 구축’ 등도 사실 따지고 보면 인구절벽 시대에 AI 기반의 드론과 로봇 중심으로 미래 전쟁에 대비하겠다는 게 골자다. 드론 선진국인 미국과 중국, 이스라엘은 고사하고 우리보다 한, 두 단계 아래로 평가되던 튀르키예가 어떻게 우리가 쉽게 따라갈 수 없을 정도의 군용드론 강국이 되었을까?
■ 튀르키예, 한국과 달리 저렴하면서도 쓸만한 무인기 개발이 목표
첫째, 군용 무인기 개발에 대한 ‘목표’가 다르다는 점이다. 튀르키예는 무인기 개발 목표를 ‘세계 최고의 성능과 품질’이 아닌 ‘전투에서 소모될 수 있을 정도로 저렴하면서도 쓸만한(attritable)’ 무인기 개발이 목표다. 어차피 전투에서 일부 소모될 수 밖에 없는 군용 무인기 특성을 십분 고려한 결정이다. 터키 Baykar사는 2007년 ‘민간자본 전술무인기 개발사업’을 통해 저비용으로 바이락타르 TB1 무인기 시제개발에 성공했다.
이를 기반으로 2014년 저렴하면서도 쓸만한 바이락타르 TB2 무인기 개발에 성공했다. 바이락타르 TB2는 2020년 발발한 아제르바이잔-아르메니아 전쟁에서 맹활약하며 일약 전 세계 군용무인기시장의 ‘스타’로 발돋움했다. 바이락타르 TB2는 전쟁 발발 24일만에 아르메니아 전차와 장갑차, 군용트럭 등 무려 600여대 이상을 격파하며 아제르바이잔의 전쟁 승리에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러-우 전쟁에서 바이락타르 TB2의 맹활약은 주지의 사실이다.
바이락타르 TB2를 생산하는 튀르키예 Baykar사의 2022년 매출액은 10억 달러가 넘고 이 중 수출이 무려 98%다. ‘전투에서 소모될 수 있을 정도로 저렴하면서도 쓸만한(attritable)’ 제품 개발이 목표였기에 튀르키예는 큰 기술적 어려움 없이 불과 2~3년만에 무인기 개발과 군 전력화에 성공할 수 있었다.
반면, 우리나라는 다른 무기체계와 마찬가지로 ‘세계 최고 수준의 성능과 품질’을 갖춘 무인기 개발이 목표다. 선진국 수준의 높은 기술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서 세계 최고의 성능과 품질을 요구하니 당연히 개발이 어렵고 시간이 많이 걸릴 수 밖에 없다. 현재 송골매 무인기 후속 모델인 군단 UAV-II 개발사업은 10여년이 지나도록 전력화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 시험평가가 이상없이 마무리된다 해도 3~4년 후에야 야전배치가 가능할 전망이다. 지난 2018년 전력화된 사단급 무인기도 실제 개발기간은 10여년이 넘게 걸렸다. 이렇게 어렵게 개발을 해도 미국 대비 성능이 떨어지고, 터키, 중국, 이스라엘보다 가격이 비싸 글로벌 시장 진출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 무기획득 프로세스상 ’속도’와 ‘부품국산화 전략’도 한국과 차이 커
둘째, 무기획득 프로세스상 ’속도’ 차이가 크다는 점이다. 바이락타르 TB2 무인기의 전체 개발기간은 놀랍게도 2년 8개월이다. 바이락타르 TB1 시제기를 기반으로 2012년 1월 개발을 시작한 이후 2014년 4월 1차 시험비행에 성공했고, 같은 해 8월 바이락타르 무인기 TB2 6대를 군에 성공적으로 납품했다. 성능개량은 이보다 더 빨랐다. 불과 1년 반이 지난 2015년 12월에 바이락타르 TB2 성능개량(Batch II) 제품 6대를 또다시 군에 납품했다.
여기에는 ‘튀르키예식 신속무기획득 프로세스’가 고스란히 녹아 있다. 하나의 무인기 플랫폼을 기반으로 정찰형(EO/IR, SAR), 자폭형, 무장형, 해상형 등 다양한 성능개량 제품을 1~2년 내 개발하는 ‘진화적 개발’ 방식이 일반화돼 있다. 여기에 추가해 개발과 시험평가, 양산, 야전 배치 프로세스 등을 최대한 중첩되게 추진함으로써 무기획득 기간을 대폭 단축하고 있음도 매우 놀랍다.
반면, 우리나라는 소위 전통적 무기획득 프로세스(PPBEES)에 따라 무인기 개발도 평균 10~15년이 소요된다. 진화적 개발도 규정상 가능하지만, 경미한 성능개량 외에는 소요제기-사업타당성 조사-개발-시험평가-양산-전력화의 70여개 획득 프로세스를 따라야 해 상당한 시간이 걸리며, 튀르키예가 추진하는 ‘중첩 개발 방식’은 생각조차 할 수 없다. 규정상 하나의 획득단계를 완료해야 다음 단계 추진이 가능한 Step by Step(순차적) 방식만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양국 간 ‘부품국산화 전략’에도 상당한 차이가 존재한다. 튀르키예는 2010년대 러시아로부터 S-400 대공포 구매 등의 이유로 미국, 이스라엘 등에서 무인기 핵심부품 수입이 불가한 실정이다. 절박해진 튀르키예는 ‘국가기술 이니셔티브(Milli Teknoloji Hamlsi)’라는 슬로건에 따라 무인기 개발과 함께 그동안 수입에 의존했던 무인기 엔진, EO/IR 등 핵심부품 국산화에 전력을 기울였다.
TAI사는 2012년 독일로부터 엔진 기술자료를 도입해 5년에 걸쳐 엔진(PD-170) 국산화에 성공했다. 2017년 이후 군단급 무인기 ANKA의 후속 성능개량 제품부터는 자국산 개발 엔진을 탑재하고 있다. 바이락타르 TB2의 엔진과 광학장비(EO/IR)도 자국 방산업체(TEI, Aselsan)가 최근 국산화를 완료했으며, 올해부터 항모탑재용 바이락타르 TB3 무인기 시험평가에 적용할 예정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사단급, 군단급 무인기의 핵심부품인 엔진과 광학장비 등은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대대급 이하 무인기와 쿼드롭터 등은 대부분 값싼 중국제 부품을 조립 생산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최근 무인기 엔진 개발을 추진하고 있으나, 2020년대 중반 이후에야 국산화가 가능할 전망이다.
■ 한국 방산의 전반적 관행과 구조, 획득 프로세스 점검 및 혁신 필요
종합해 보면, 형제의 나라 튀르키예는 글로벌 군용 무인기 시장에서 현실적이고 타당한 ‘목표 설정’과 기존 무인기 플랫폼을 기반으로 신속한 ‘진화적 개발’ 및 ‘중첩개발’ 방식 추진, 선진국 무기수입 금수조치에 대응한 ‘핵심부품 국산화 병행 전략’ 등으로 오늘날 전 세계 군용 무인기 시장에서 세계 1위를 질주하고 있다.
1990년대 초만 해도 우리보다 10년 이상 뒤졌던 튀르키예 군용 무인기 산업이 이러한 ‘3대 핵심전략’을 기반으로 이제는 우리보다 10년 이상 앞서 전 세계를 호령하고 있다. 이러한 튀르키예 군용무인기 개발 사례는 최근 북한 무인기 침범으로 홍역을 치러야 했던 우리에게 매우 큰 교훈과 시사점을 주기에 충분해 보인다.
그동안 우리 방위산업은 실제 기술력은 뒷받침되지 않으면서 세계 최고의 성능과 품질의 무기체계 개발만을 요구해 오진 않았는지? ‘신속획득’이라는 글로벌 트렌드를 무시한 채 지난 수십년 간 전통적 무기획득 프로세스에 매몰된 것도 모자라 오직 투명성과 완전성, 절차적 정당성만을 강조해 오진 않았는지? 우방국들이 제공하는 핵심부품에만 기대어 자체 개발 무기체계 내 핵심부품 국산화는 전력을 다해 왔는지? 자문해 보지 않을 수 없다.
다시 한번 우리 방위산업의 전반적인 관행과 구조, 획득 프로세스들을 점검해 보고 무기체계 특성을 고려한 현실적이고 단계적인 ‘개발 목표’ 설정, 신기술 특성을 고려한 선진국 수준의 신속획득 프로세스 조기 도입, 진화적 개발 및 중첩개발 방식 허용 검토, 무기체계 개발과 핵심부품 국산화 병행 추진 전략 등을 통해 무기획득시스템 전반을 혁신해 나가야 할 시점이다.
◀ 장원준 프로필 ▶ 산업연구원 연구위원, 한국혁신학회 부회장, 한국방위산업학회 이사, 국방산업발전협의회 자문위원, 명지대학교 외래교수, 前 산업연구원 방위산업연구부장, 前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객원연구원, 2022년 자랑스러운 방산인상(방산학술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