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고객 모셔라' 공략 나선 카드사…"수익성은 지켜봐야"

[뉴스투데이=김태규 기자] 카드업계가 국내 거주 외국인 공략에 나서고 있다. 외국인의 소비 규모가 커지면서 발급기준을 완화하고 혜택을 확대하는 등 고객 유치에 적극적인 모양새다. 다만 결제수수료 외에 수익을 낼 수 있는 방안은 많지 않아 수익성 제고에는 물음표가 붙는다.
27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신한카드는 이달 22일 '이나인페이(E9pay)'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이나인페이 신한카드 처음(이나인페이 신한카드)'을 출시했다. 이 카드는 기획 과정에서 신청, 심사, 배송 등 카드 발급 프로세스 전 과정에 걸쳐 외국인 고객의 금융접근성 개선에 주안점을 뒀다.
신한카드는 상품 안내 시 총 16개국 언어를 지원하고, 외국인 발급 관련 자격 기준도 대폭 완화했다. 기존에는 본인 소유 부동산 공시지가 일정 금액 이상인 경우 허용됐으나 본인 소유 부동산 여부만 판단한다. 금융자산의 경우 기존은 거래기간과 관계없이 정기성 잔액이 5000만원 이상이어야 했지만 거래기간 1개월 이상, 잔액 1000만원 이상으로 문턱이 낮아졌다.
신한카드는 이 외에도 올해 3월 로드시스템과 함께 방한 외국인에게 모바일 여권을 통한 신원 인증과 결제, 송금 등 금융서비스를 지원하는 플랫폼 '트립패스(TripPASS)'를 론칭하고 선불카드를 출시했다. 지난해 9월에는 외국인 전용 체크카드 '신한카드 SOL글로벌 체크', '신한카드 SOL글로벌U 체크' 등 체크카드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외국인 고객의 중요도가 점차 커지는 가운데 앞으로도 신한카드만의 차별화된 상품과 서비스를 통해 외국인 고객들의 합리적인 소비 지원은 물론 편의성 제고에 지속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하나카드도 이달 14일 국내 체류 외국인을 위한 '하나 더 이지' 체크카드를 출시했다. 이 카드는 국내 체류 외국인의 일상생활 및 여가활동 등 한국생활 패턴에 적합한 혜택을 제공한다.
하나 더 이지 체크카드는 구독 서비스 정기결제 캐시백 혜택을 주는 '하나 더 서비스'와 △F&B △교통 △생활 △자동납부 영역에서 캐시백을 제공하는 '이지 서비스'를 탑재했다.
KB국민카드는 2017년 외국인 전용 신용카드 'KB국민 탄탄대로 웰컴카드'를 출시한 바 있으며, 외국인 전용 체크카드 'KB국민 웰컴 플러스 체크카드'도 취급하고 있다. '탄탄대로 웰컴카드'는 대형마트·편의점·면세점·홈쇼핑 등에서 할인해 준다.
카드업계가 이처럼 국내 체류 외국인 전용 상품을 내놓는 것은 국내 거주 외국인이 증가하고, 이들의 소비가 증가하면서 고객을 확보하려는 전략이다.

법무부에 따르면 올해 4월말 기준 국내 체류 외국인은 271만명이다. 이는 전년 동월 160만명에 비해 4.3% 증가한 규모다. 이 기간 장기체류자(91일 이상)는 193만명에서 208만명으로 7.8% 늘었고, 단기체류자(90일 이내)는 669만명에서 629만명으로 5.9% 줄었다.
또 이민정책연구원이 올해 4월 발표한 '국내 거주 외국인의 신용카드 소비패턴 변화 결과'에 따르면 외국인의 신용카드 이용 지출 총액은 2019년 34조1236억원에서 △2020년 34조38887억원 △2021년 40조8144억원 △2022년 50조1983억원 △2023년 56조2818억원으로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2019년과 2023년을 비교하면 65%가량 증가했다.
1인당 연간 카드 이용금액도 2019년 391만원에서 2023년 515만원으로 31.7% 상승했다. 이는 내국인 1인당 이용금액인 약 705만원의 73% 수준이다.
카드업계의 한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와의 통화에서 "국내 거주 외국인 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외국인의 수입과 지출이 모두 증가하고 있는 만큼 외국인 고객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외국인을 대상으로 카드론 대출상품을 제공하는데는 한계가 있어 수익성이 크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가맹점 카드수수료율이 지속적으로 인하돼 수수료를 통한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또 외국인이 카드론을 받기 위해서는 체류 자격과 거주 기간, 소득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때문에 수익성이 높은 카드론을 취급이 제한된다는 것이다.
카드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외국인 전용 카드의 수익성이 크지는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외국인의 경우 비자, 신용점수, 소득 등 카드론을 받기 위한 기준도 내국인에 비해 높아 수익성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외국인의 소비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향후 관련 규정이나 내부 기준 마련을 통해 카드론 취급 규모가 확대된다면 수익성은 더 커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카드업계의 또다른 관계자는 "최근 수년간 외국인의 카드 이용금액은 감소세를 보이지 않고 꾸준히 증가해 왔기 때문에 수수료수익에 도움이 될 수는 있다"면서 "외국인의 카드 이용 내역이나 연체 이력 등 데이터가 쌓이면 카드사마다 카드론 취급 기준을 완화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국내 거주 외국인이 늘고 있는 만큼 외국인 고객을 선제적으로 확보하면 장기적으로 수익성 제고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당장은 수익 확대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나 카드사마다 미래 시장 상황을 감안해 외국인 고객 확보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