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고 나 몰라라"…은행권 배상책임 강화 실효성 있어야

[뉴스투데이=금교영 기자] 비대면 금융거래가 급증하면서 보이스피싱·스미싱 등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도 함께 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금융사고로 인한 금전 피해 발생 시 소비자가 피해 금액을 고스란히 돌려받기는 사실상 어려운 실정이다.
최근 금융감독원은 비대면 금융사고 책임분담기준을 개선해 무단이체 피해를 입은 금융소비자를 보다 두텁게 보호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은행권과 제2금융권은 자율적으로 보이스피싱·스미싱으로 제3자에 의한 무단이체 등 금전피해가 발생한 경우 피해 일부를 배상하고 있다.
히지만 ‘자율배상’이라는 이름 때문인지 실질적인 피해 구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실정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올해 4월까지 은행권에서는 2244건의 배상 상담이 이뤄졌으나 배상 신청 건은 433건, 실제 배상이 이뤄진 사례는 41건에 불과하다.
배상 신청건 가운데 책임분담제 심사 대상은 183건, 심사 완료 109건 중 최종 배상이 이뤄진 것이 41건으로 1건당 평균 배상금은 412만원으로 집계됐다. 배상까지 걸린 기간은 평균 116일이었다.
배상 신청건 중 심사 대상에서 제외된 250건을 살펴보니 피해자가 직접 이체했거나 로맨스 스캠, 중고 사기 등으로 인한 사례다. 또 심사가 완료됐지만 배상이 이뤄지지 않은 건은 소비자의 중대한 과실 때문이라며 은행이 책임분담을 하지 않았다.
이처럼 비대면 금융사고에 대한 은행의 배상 사례가 일부인 것은 애초에 대상자가 제한적인데서 기인한다. 정교해지는 보이스피싱 범죄 수법 속에서 대부분의 피해자는 사칭 전화나 문자에 속아 직접 돈을 이체하는 사례가 많다.
특히 가족이 사고를 당했다거나 어려움에 처해 있어 도움이 시급하다는 등의 감정적 허점을 노린 범죄 수법으로 인한 피해가 매우 빈번하다.
그러나 이 경우 ‘제3자’에 의한 금융사고가 아닌 고객 ‘스스로’ 이체한 것이기에 애초에 자율배상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처럼 돈을 잃은 피해자들은 금전적인 피해뿐만 아니라 속아서 돈을 보냈다는 자책으로 고통의 시간을 보내게 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금감원이 비대면 금융사고 보상에 대한 개선이 필요함을 지적하고 은행권의 적극적인 책임 분담과 사고 예방 노력에도 더욱 무게를 두겠다고 한 것이다.
금감원은 그간 유사한 사고패턴에도 책임분담기준을 실제 적용하는 과정에서 은행별로 편차가 컸다고 지적했다. 은행별로 이상거래탐지시스템(FDS) 고도화 실적이나 사고 발생 이루 대응조치에 부족한 점이 있음에도 책임분담 시 이를 적정하게 반영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한 최장 307일까지 소요된 처리 기간에 대해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비대면 금융이 빠르게 일상화되는 시대, 금융사고에 대한 책임소재와 배상 기준을 명확히 하는 것은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를 위한 필수 조건 중 하나다.
명확한 금융소비자의 잘못까지 무분별하게 은행권에서 떠안으라는 것이 아니다. 다만 제도적 미비로 인해 피해자가 ‘이중고’를 겪는 현실을 더는 방치해서는 안 된다. 나아가 피해 발생 후 책임을 따지는 것이 아니라 사고 발생 자체를 줄일 수 있는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
금융의 기초는 소비자의 신뢰다. 유명무실한 제도가 아닌 실효성 있는 금융사고에 대한 소비자 보호 대책이 마련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