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시장 가격쇼크 ①] 가격 파괴로 생태교란종이 된 BYD
전세계 전기차 시장 1위 등극한 BYD, 최근 최대 30%에 달하는 대규모 가격인하 단행 통해 중국시장뿐 아니라 전세계 전기차 시장 향해 가격전쟁 선전포고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그 중심에는 중국의 BYD가 있다. 세계 최대 전기차 생산업체로 등극한 BYD는 최근 최대 30%에 달하는 대규모 가격 인하를 단행하며 중국은 물론, 전세계 전기차 시장의 판을 흔들고 있다. 이번 조치는 단순한 가격 경쟁이 아니라, ‘시장 지배력 확보’라는 파괴적이며 전략적 승부수로 해석된다. BYD가 쏘아 올린 가격 파괴로 인한 파급효과를 짚어본다. <편집자주>

[뉴스투데이=정승원 기자] 경제전문 매체 CNBC에 따르면 BYD는 자사의 저가형 전기차 및 하이브리드 모델에 대해 최대 30%가 넘는 할인 혜택을 제공키로 했다. 할인 적용 대표 모델로는 소형 전기차 ‘시걸’이 있는데, 가격은 5만5800위안(한화 약 1070만 원)으로 낮아졌다. 반면, 주력 세단인 ‘한’과 같은 고급형 모델에는 이번 할인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BYD는 밝혔다.
이번 할인은 단순한 판촉이 아니다. BYD는 이미 2023년 세계 전기차 판매 1위를 차지하며 테슬라를 넘어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격적인 가격 인하를 단행한 것은 시장 내 확고한 우위를 점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다.
BYD는 지난해 141억7000만 위안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49% 성장했다. 하지만 유동부채는 60% 이상 증가한 571억5000만 위안에 달했고,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소폭 감소했다. 이는 BYD의 빠른 확장이 내포한 리스크를 보여준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번 가격 인하는 수요 부진과 공급 과잉이 맞물린 전형적인 디플레이션 신호”라며 “공급 중심 모델을 유지한 채 가격만 낮추는 전략은 장기적으로 수익성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자동차판매상협회에 따르면 BYD의 가격 인하 이후, 다른 로컬 브랜드들도 가격을 내리는 추세다. 소규모 전기차 스타트업은 물론, 국영 전통 내연기관 제조사까지도 압박을 받고 있다. 특히 비교적 여유 자금이 부족한 스타트업들은 경쟁 심화에 따른 생존 위협마저 받고 있는 상황이다.
창청자동차(長城汽車)의 웨이젠준 회장은 중국 전기차 산업이 과열되며 부동산 시장의 ‘에버그란데 사태’를 닮아가고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그는 "빠른 외형 성장 이면에 숨어 있는 부채 리스크가 언젠가 위기로 터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전기차 산업은 지난 수년간 정부 보조금과 정책적 지원에 힘입어 급성장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과도한 경쟁과 내수 침체가 겹치며 ‘인볼루션’ 현상이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 국무원은 3월 발표한 연례 업무보고에서 “인볼루션적 경쟁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와 관련해 피치의 잉 왕 아시아 기업 신용평가 담당 상무이사는 “전기차 판매가 두 자릿수 성장률을 보이고 있지만, 이는 기존 내연기관차의 점유율을 대체하는 수준에 그친다”며 “중국 자동차 시장 전체는 2018년 이후 사실상 정체 상태”라고 평가했다.
중국 전기차 제조사들이 본격적으로 해외 시장 공략에 나서면서, BYD의 가격 전략은 전 세계 전기차 시장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유럽연합(EU)은 중국산 전기차에 보조금 지급을 문제 삼아 고율의 관세를 부과했고, 미국은 아예 100% 관세를 적용 중이다.
그러나 시장 반응은 다르다. 자동차 시장조사업체 자토다이나믹스에 따르면, 지난달 유럽 내 BYD 판매량은 테슬라를 앞질렀다. 같은 기간 테슬라의 유럽 판매량은 49% 급감했다.
BYD를 비롯한 중국 전기차 기업들은 올해 하반기에도 가격 인하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과 같은 기술도 무상 제공되며 소비자 유인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지리자동차의 프리미엄 브랜드 지커는 이미 고급 ADAS 기능을 무료 제공하겠다고 밝혔으며, BYD 역시 20개 차종에 운전자 보조 기능을 확대 적용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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