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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시장 가격쇼크 ②

BYD 가격 덤핑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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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원 기자
입력 : 2025.06.04 02:30 ㅣ 수정 : 2025.06.04 10:45

글로벌 전기차 선두주자 BYD의 공격적인 가격인하와 화려한 판매실적에도 불구하고 공급과잉과 내수 침체, 구조적 취약성 등이 혼재돼 중국 전기차 시장 성장성에 강한 의문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그 중심에는 중국의 BYD가 있다. 세계 최대 전기차 생산업체로 등극한 BYD는 최근 최대 30%에 달하는 대규모 가격 인하를 단행하며 중국은 물론, 전세계 전기차 시장의 판을 흔들고 있다. 이번 조치는 단순한 가격 경쟁이 아니라, ‘시장 지배력 확보’라는 파괴적이며 전략적 승부수로 해석된다. BYD가 쏘아올린 가격 파괴로 인한 파급효과를 짚어본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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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모터쇼에 참가한 BYD. [연합뉴스]

 

[뉴스투데이=정승원 기자] 공격적인 가격 인하와 기술 무상 제공, 화려한 판매 실적에도 불구하고, 중국 전기차 산업의 미래는 불투명하다. 겉으로는 ‘성장’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과잉 경쟁과 내수 침체, 그리고 구조적 취약성이 뒤엉킨 ‘인볼루션’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이러한 왜곡된 성장이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지 의문부호가 제기되고 있다.

 

중국 전기차 시장은 지금 ‘너도나도’ 경쟁의 소용돌이 속에 빠져 있다. BYD, 샤오펑, 지리, 니오 등 주요 업체들은 저가 공세에 그치지 않고,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과 같은 기능도 무상 제공하고 있다. 이는 소비자에게는 반가운 일이지만, 글로벌 전기차 시장 전체로 보면 수익성 악화와 과잉 공급의 악순환을 낳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캐널리스에 따르면, 2024년 1분기 중국 내 전기차 재고율은 평균 65%를 상회해 경고 수위를 넘었다. 특히 중소형 전기차 브랜드는 단기 자금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으며, 생산량 대비 판매율이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다.

 

‘인볼루션’은 성장이 정체된 환경에서 경쟁이 심화되며, 참여자 모두가 효율성을 잃는 현상을 의미한다. 중국 전기차 산업은 현재 이 전형적인 함정에 빠져 있다는 지적이 많다.

 

창청자동차(長城汽車)의 웨이젠준 회장은 최근 내부 회의에서 “지금 중국 전기차 산업은 10년 전 부동산 버블의 전조를 닮아가고 있다”며 “누적된 부채와 무분별한 가격 인하가 결국 헝다 사태와 같은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어 “정부의 보조금과 자본 투입이 시장의 수요·공급 균형을 왜곡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겉보기에는 중국 전기차 시장이 빠르게 성장 중이다. 2023년에는 전체 승용차 판매의 37%가 전기차였고, 2024년에는 그 비중이 45%를 넘어섰다. 그러나 이 수치는 착시일 수 있다.

 

미국의 자동차 시장 분석가 마크 윌리엄스는 "전기차 수요 증가분의 대부분은 기존 내연기관차 수요를 대체하는 것일 뿐, 시장의 '절대적' 확장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 전체 자동차 시장은 2018년 이후 정체 상태며, 전기차가 그 공백을 메우는 구조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러한 전환 수요는 한계에 도달하고 있으며, 신규 소비층 유입이 제한되면 성장은 급격히 둔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고소득층 중심의 초기 수요가 포화되면서, 중저가형 소비자 대상의 가격 인하 경쟁이 더 격화될 가능성이 커진 것도 사실이다.

 

중국 정부는 전기차를 차세대 전략 산업으로 육성해 왔다. 보조금, 세제 혜택, 충전 인프라 확대 등 각종 정책적 지원이 시장 성장을 견인해 왔다. 그러나 내수 소비 둔화와 지방정부 재정 악화 속에서 이러한 정책이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2024년 중국의 지방정부 부채가 GDP의 90%를 넘길 것으로 전망했다. 이러한 상황은 전기차 보조금의 점진적 축소 혹은 재편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민간 소비 의존도가 낮은 산업 구조에 일대 타격이 될 수 있다.

 

지금까지의 성장 전략은 공급 중심이었다. 민간의 자생적 수요보다는 기업과 정부의 ‘푸시’에 의해 확장된 시장이다. 하지만 이 구조는 수익성 악화와 부채 누적, 기술 개발의 비효율성으로 이어지고 있다.

 

테슬라의 전 수석 엔지니어이자 전기차 컨설턴트로 활동 중인 크리스 말론은 “중국의 전기차 산업은 유망하지만, 지나치게 많은 업체들이 비슷한 제품을 비슷한 가격에 내놓고 있다”며 “결국 구조조정 없이는 지속 가능한 산업 생태계로 전환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향후 1~2년 안에 중국 전기차 기업들의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미 위워크 방식의 ‘규모의 착각’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평가도 있다. 동시에 주요 기업들은 해외 시장, 특히 동남아와 중동, 남미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해외 진출도 보호무역 장벽, 인증 제도, 인프라 문제 등으로 순탄치만은 않다. 유럽연합의 반보조금 규제와 미국의 고율 관세는 대표적 장애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중국 전기차 산업은 지금 결정적인 기로에 서 있다. 현재의 양적 성장에 기초한 모델이 한계에 도달한 가운데, 질적 성장을 위한 체질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다. 공급과잉과 가격 경쟁이라는 '인볼루션의 함정'에서 벗어나려면 구조조정과 내실 강화가 필수적이다. 이를 이행하지 못할 경우, 전기차 산업은 또 하나의 ‘헝다’가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cswon1001@news2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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