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식품산업협회, '이사회가 회장 선출' 정관 개정...'체육관 선거' 논란

[뉴스투데이=서민지 기자] 한국식품산업협회가 차기 회장 선출 방식을 이사회 중심으로 바꾸는 개정안을 강행 처리해 '체육관 선거' 논란에 빠졌다. 이사회 맞춤형 조항이란 비판과 함께 협회 내 민주적 절차가 훼손됐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국산업협회는 임시총회를 열고 협회장 선출방안에 따른 정관 개정안을 의결했다.
정관 제14조 제1항에 따르면 "회장과 부회장은 총회에서 선출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번 개정으로 "회장의 경우 이사회의 추천을 받은 자 중에서 선출하며, 회장 선출에 관해 필요한 사항은 별도의 규정으로 정한다"는 조항이 신설됐다.
이에 따라 총 23명의 이사 중 과반(11명 이상)의 찬성 없이는 어느 누구도 회장 후보로 나설 수 없는 구조가 된다. 문제는 이사회가 식품업계 대기업 위주로 구성됐다는 점이다. 식품산업협회 소속 2명을 제외한 21명 중 연매출 1조원 이상인 곳은 농심과 대상·동서식품·동원F&B·롯데웰푸드·매일유업·빙그레·삼양사·CJ제일제당·SPC삼립·오뚜기·hy·오리온 등 총 13곳으로 알려졌다. 이번 개정으로 협회장 선출권이 사실상 전체 회원사의 손을 떠나 소수 대기업 이사들의 손에 넘어간 셈이다.
당초 협회는 황종현 SPC삼립 대표와 박진선 샘표 대표의 양강 구도를 이유로 정관 개정 필요성을 주장해 왔다. 황 대표가 SPC 계열사 노동자 사망 사고로 회장 후보에서 자진 사퇴했지만, 개정안을 강행하면서 특정 인사를 회장에 앉히려 한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업계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지난 2월부터 회장 후보가 2명이었고 이후 1명이 사퇴했는데 여기에 다른 기업 대표가 이사회 추천을 받아 후보로 나선다는 건 이해가 안 된다"라며 "전체 회원사가 회장을 선출하더라도 이사회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협회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이전과 달리 올해 협회장 후보가 2명으로 좁혀지다보니 명확한 규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이사회 추천을 받은 자로 회장 자격을 명확히 명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협회 소속 일부 기업들은 정관 개정 절차의 불투명성에 대해서도 지적하고 있다. 이번 임시총회는 전체 169개 정회원사 중 3분의 2 이상인 113개사(위임장을 보낸 기업 포함) 이상 출석하며 성립됐다. 협회는 3분의 2 이상인 76개사가 정관 개정에 찬성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위임장과 정관 개장에 반대 의사를 밝힌 기업이 다수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정관 개정에 명확히 반대 의사를 문서로 밝힌 기업이 70곳 이상이고, 위임장에 'X' 표기로 반대 의사를 전달한 회원사도 여럿"이라며 "일부 회원사는 현장에서 위임장 원본 확인을 요청했으나 협회는 이를 거부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두고 '현대판 체육관 선거'라며 비판하고 있다. 협회의 대표성을 표방하는 이사회가 회원사의 의사는 배제하고, 권한을 독점하려는 구조가 시대상과 맞지 않다는 의미다.
협회 관계자는 "임시총회 성립 정족수가 딱 맞았고, 미리 참석 의사를 밝힌 곳 중에선 기타 일정으로 불참한 기업도 있었다"며 "정관 개정 찬반에 대한 의견은 개인 정보라 공개하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식품산업협회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정관 개정 승인을 받으면 이사회와 총회 날짜를 정한 뒤 회장을 선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