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투데이=오지은 기자) 알뜰폰(MVNOㆍ이동통신재판매) 가입자 수가 처음으로 600만명을 돌파했다. 지난 2011년 통신비절감을 유도하기 위해 정부가 앞장서 키워온 알뜰폰 사업이 도입된 지 4년 7개월의 일이다.
12일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알뜰폰 가입자 수는 지난해 말 592만명이었는데, 올 들어 불과 한달 만에 12만명이 증가했다. 기존 이동통신 3사 가입자 수 5150만명에 비하면 약 11.6%에 해당하는 숫자다. 기존 이통3사 고객과 알뜰폰 고객 전체로는 10%를 약간 웃도는 시장점유율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알뜰폰 돌풍의 진원은 우체국 알뜰폰의 폭발적 인기다. 우정사업본부에 따르면 우체국 판매 알뜰폰(5개사)은 지난 1월중 10만1408명의 가입자를 모으며 신규 요금을 출시한 지 1개월도 채 안 돼 가입자 10만명 고지에 올랐다. 2월 들어서는 신규가입자수가 더 늘어 1만5637명이 가입했다.
특히 기본료 없이 50분 무료통화를 제공(A제로)하거나 3만원대에 사실상 통화, 문자,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를 선보인 에넥스텔레콤은 가입자 폭주로 주문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해 판매를 일시 중단하기도 했다.
■ 저가요금제, 알뜰폰은 되고 이통사들은 안되는 이유
알뜰폰 돌풍의 원인은 역시 가격경쟁력에서 찾을 수 있다. 알뜰폰은 기존 이통사들이 갖고 있는 통신망의 일부를 대여해 소비자들에게 재판매하는 사업구조다. 막대한 유지ㆍ보수비가 들어가는 기존 이통사들의 망을 싼 값에 빌려 쓰다 보니 기본적인 원가는 이통사들보다 낮을 수밖에 없다.
이통사들은 알뜰폰 사업자에게 망을 빌려주는 대가로 알뜰폰 사업자가 받는 요금에서 일정부분을 회수하는데, 이것이 도매 대가이다. SK텔레콤의 경우 자회사인 SK텔링크로부터 음성은 분당 35.37원, 데이터는 메가당 6.62원을 받고 있다. 알뜰폰 사업자 입장에서 보면 네트워크 원가에 해당한다.
네트워크 원가는 초당으로 따지면 0.58원이다. 이통사들의 원가가 초당 1.8원인 점을 고려하면 3분의1 수준이다. 이통사들과 알뜰폰 사업자간 네트워크 사용료는 해마다 정부가 중재해서 가격이 낮아지고 있다. 정부 입장에서는 통신료 부담을 줄이기 위해 알뜰폰을 도입했기 때문에 가급적 네트워크 사용료를 낮추도록 유도하고 있다.
알뜰폰 사업자는 기존 이통사들과 달리 마케팅 비용이 크게 들어가지 않는 데다, 본인들이 가져가는 이윤을 줄여 저가요금제를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통사들도 알뜰폰 보다는 못하지만 저가요금제와 무제한 요금제를 판매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통사들은 거의 예외없이 약정할인을 적용하고 있어 실제 할인율을 비교해보면 알뜰폰의 할인효과가 크지 않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이통사들이 거의 모든 가격제에 적용하고 있는 음성통화 무제한 요금제로 인해 알뜰폰 사업자들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알뜰폰 사업자들이 요금을 정하는 과정에 이통사가 개입하는 것도 문제다. 데이터 요금제(종량제)의 경우 CJ헬로비전과 SK텔링크만이 스스로 가격을 결정할 수 있을 뿐 다른 사업자들은 이통사들과의 협의를 거쳐야 한다. 00요금제나 xx요금제 같은 정액요금제는 모든 사업자들이 이통사들과 사전에 협의를 하도록 돼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이통사들이 자사가 판매하고 있는 요금제와의 경쟁력을 적절히 고려해 알뜰폰의 무차별적인 가격인하를 막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물론, 알뜰폰 입장에서도 어느 정도 이윤을 남겨야 하기 때문에 무작정 요금을 내릴 수는 없다.
■ 알뜰폰 사업구조 과연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사실 지금 팔고 있는 요금제도 이윤을 남길 수 있는 구조인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알뜰폰 사업자들의 적자행진은 사업 도입 이후 한해도 거르지 않고 지속되고 있다. 2011년 46억원에서 2012년 562억원, 2013년 908억원, 2014년 965억원으로 계속 증가하다가 지난해 처음으로 600억원 수준으로 감소했다.
알뜰폰 매출액이 2012년 1190억원에서 2013년 2394억원, 2014년 4555억원, 2015년 3분기까지 4908억원으로 해마다 급증하고 있음을 고려하면, 적자행진은 더 속이 쓰리다. 업계에서는 저가요금제로 인해 팔면 팔수록 손해라는 얘기까지 돌고 있다.
실제로 현재 영업 중인 38개 알뜰폰 사업자 가운데 일부 상위업체들을 제외하면 나머지 사업자들은 여전히 인건비를 부담하기도 힘든 지경이다. 대기업계열인 SK텔링크와 CJ헬로비전, 그리고 우체국 알뜰폰을 판매하는 10개 회사(에넥스텔레콤, 이지모바일, 세종텔레콤, 위너스텔, 아이즈모바일, 유니컴즈, 큰사람, 스마텔, 인스코비, 머천드코리아) 등의 시장점유율은 80%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지모바일의 경우 2014년 말 부채비율이 1400%까지 치솟았고, 에넥스텔레콤도 700%를 기록했다. 세종텔레콤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5억원으로 급감하고 49억원 순손실이 나면서 적자 전환했다. 인스코비도 2013년부터 영업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알뜰폰 사업자 중 적지 않은 수가 누적적자를 기록하며, 높은 부채비율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정부는 이에 대해 아직은 초기투자 단계여서 그렇지 지금처럼 가입자가 꾸준히 늘면 조만간 적자에서 흑자로 탈바꿈 할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미래부 관계자는 “알뜰폰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며 “지금 추세라면 내년에는 흑자로 돌아설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