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희의 JOB채 (67)] 이낙연이 발의하고 이재명이 지지한 ‘ESG 4법’, 재계 반대 ‘해결책’ 뭘까

이태희 편집인 입력 : 2021.09.04 07:55 ㅣ 수정 : 2021.09.05 01:25

21세기 한국경제를 흔들 혁신인 ESG 4법, 국민을 대상으로 한 '효율성 실험'은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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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서울 금천구 가산디지털단지 내 스튜디오에서 열린 오마이뉴스 주관 더불어민주당 대통령선거 후보자 1대1 토론에서 이재명 경선 후보가 이낙연 후보 옆을 지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투데이=이태희 편집인] ESG경영이 정치권과 재계의 새로운 충돌지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가 지난달 15일 대표발의한 ESG 4법에 대해 재계가 2일 반대 입장을 공식 표명했다. 

 

웬만하면 정치권과 무난한 관계를 유지하려는 성향이 강한 재계가 유력 여당 대선주자의 개혁입법에 대립각을 세운 것은 이례적인 현상이다. 왜 그럴까.   

 

 ■ ESG 4법 실행되면 수익성만 쫓는 육식동물은 설 자리 잃어 / 기업은 '선한 존재' 되지만 수익성 하락 가능성이 리스크

 

한마디로 규정하면 이상과 현실의 격돌이다. 여당 정치인들은 ‘이상’을, 재계는 ‘현실’을 대변하는 중이다. 

 

이 전 대표가 입법화하려는 ‘ESG 4법’은 정부의 조달사업이나 국민연금 투자 대상 선정에 ESG평가 반영을 의무화하겠다는 게 그 골자이다. 국민연금법(국민연금의 투자대상 선택시 ESG 평가 의무 반영), 국가재정법(기금의 자산운용지침에 ESG 추가), 조달사업법(조달대상 기업들의 ESG 가치 산정 의무화), 공공기관운영법(공기업 평가에 ESG 실적 반영 의무화) 등의 ESG 조항을 명문화하는 내용이다.

 

‘ESG 4법’이 국회에서 통과될 경우, 수백조원에 달하는 정부 자금 운용이 ESG평가라는 새로운 잣대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시대가 열린다. 원칙적으로 보면 옳다. 글로벌 트렌드에도 맞다.

 

ESG는 기업이 비 재무적 요소인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를 의사결정의 핵심기준으로 삼는 기업경영을 뜻한다. ESG철학에 입각하게 되면 기업은 더 이상 수익성만을 쫓는 육식동물이 되서는 안된다. 하나뿐인 지구의 환경을 위하고,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고, 투명한 지배구조를 유지하는 시장주체이다. 요컨대 ESG기업은 ‘선(善)한 존재’이다. 돈이 되면 무슨 짓이든지 할 수 있다는 ‘천민자본주의’의 대척점에 서있다. 

 

그런데 한국경영자총협회,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상장사협의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코스닥협회 등 5개 경제단체들은 지난 2일 ‘ESG 4법’에 반대하는 공동의견서를 국회 소관위원회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재계가 이렇게 좋은 ESG 입법에 반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효율성 논리’이다. 정부가 국민연금 투자 및 조달사업에서 ESG를 잣대로 삼을 경우 효율성이 간과되기 쉽다는 지적이다. 

 

조달사업 대상으로 ESG 상위권 기업을 선정하면 ‘나쁜 대기업’을 배제할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싸고 질좋은 제품을 구매한다고 보장하기는 어렵다. 심지어 ESG 경영환경이 취약한 중견 및 중소기업은 조달시장에서 도태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국민연금도 마찬가지이다. ESG평가가 높은 기업을 투자기준으로 삼는다면 ‘수익성’이 하락하거나 극대화하지 못할 위험성이 있다. 

 

ESG 4법 실행되면 국민연금은 삼성전자를 포트폴리오에서 제외해야

 

예컨대 ESG 4법이 실행된다면 국민연금은 삼성전자를 포트폴리오에서 제외해야 한다. 지난 7월 13일 발표된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의 2분기 ESG평가에서 삼성전자가 B등급을 받았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가장 신뢰할만한 ESG평가기관으로 알려진 기업지배구조원의 ESG 평가체계는 S, A+, A, B+, B, C, D 등의 7등급으로 구분된다. B등급은 5등급에 해당된다. 삼성전자가 장기적으로 이익을 증진시키기 어려운 기업이라고 공언한 것과 다름없다. 

 

화근은 G(지배구조)에서C 등급을 맞은 데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국정농단 사건’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삼성웰스토리의 일감 몰아주기 의혹이 불거진게 G부문 등급하락을 초래했다는 게 기업지배구조원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KCGS의 평가모델에서 G평가에 가중치를 주기 때문에 삼성전자가 통합 B등급을 맞았다”고 전했다. 

 

삼성전자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해온 국민연금이 삼성전자에서 돈을 빼야 한다면 어떤 기업을  선택해야 할까. 또 삼성전자에 뺀 돈으로 다른 기업을 선택했을 때 국민의 노후자금을 더 많이 모을 수 있을까. 만약에 향후 삼성전자가 글로벌 반도체 전쟁에서 승자가 돼 그 주가가 폭등한다면, ESG 4법에 입각해 삼성전자에 투자하지 않은 국민연금은 국민적 비난의 대상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이런 질문들에 대해 ‘ESG 4법’은 해답을 갖고 있지 못하다. 아예 문제의식 자체가 없다고 보는 게 솔직한 진단일 것이다.  

  

ESG와 수익성의 공존 가능성이 최대 논쟁 지점 

 

ESG가 이처럼 ‘수익성’과 공존할 수 있을지 여부가 최대 논쟁지점이다.

 

뉴스투데이가 지난해 9월 11일 개최한 ‘ESG포럼 2020’에서 나티시스 인베스트먼트 매니저스사 ESG 책임자인 해롤드 워카테(Harold Walkate)는 ”ESG가 기업의 경영성과와 직결되지는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ESG가 항상 ‘수익성 제고’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분석인 것이다. ”유용한 ‘리스크 관리 수단’으로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한적 역할만을 인정했다. 워카테는 20여개 회사의 ESG 책임자인 만큼 시장현실을 간파한 평가라고 볼 수 있다. 

 

이는 딜레마이다. ESG가 지속가능한 발전에 긍정적으로 작용하지만 때로는 수익성을 해칠 수도 있다면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이 적극적으로 실천하기 쉽지 않은 경영철학이다.

 

물론 ESG가 수익성과 동행할 수 있는 지표라는 주장도 있다. 세계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팩터 투자(계량 투자) 및 ESG 전문가인 앤드류 앙 전무는 지난 5월 뉴스투데이가 주최한 ‘대한민국 ESG금융 포럼’에서 “블랙록의 ESG 포트폴리오가 수익성 모델의 포트폴리오와 거의 동일한 수익을 창출하면서, ESG를 20% 개선하고 탄소를 50% 줄일 수 있었다”고 밝혔다.

 

ESG 투자가 기존의 계량투자와 동일한 수익성을 보장할 수 있었던 원동력으로는 ‘ESG 데이터’를 꼽았다. 앤드류 앙은 “투자 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되는 비전통적인 데이터가 ESG 데이터”라면서 “주요 기업들의 환경 관련 특허 데이터, 이사회 회의록 등에 나타난 환경과 사회와 관련된 발언등을 방대한 데이터로 구축하고, 그 평가를 ESG투자모델에 반영함으로써 실제로 수익성 창출이라는 결과를 산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지율 1위 후보 이재명과 거대여당 지원 업은 이낙연의 'ESG 4법' 급류 탈 가능성 높아

 

‘ESG 4법’ 실현가능성은 상당히 높아 보인다. 이재명 경기도 지사가 ‘ESG 4법’에 올라탔기 때문이다. 이 지사는 지난 달 16일 ESG 4법을 ‘경청해야 할 공약’으로 규정했다. ”좋은 정책에는 저작권이 없다“면서 ”내가 대통령이 되면 이 전 대표의 ESG 4법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대안을 창조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 지사와 이 전 대표는 차기 대선구도에서 여당의 1,2위 후보이다. 지난해 4.15총선에서 180석을 얻은 더불어민주당이 밀어붙이면 차기대선 결과와 무관하게 ‘ESG 4법’은 입법화될 수 있다. 개혁명분이 강해 야당이 반대하기도 쉽지 않다.  

 

더욱이 대다수 여론조사에서 ‘정권교체’를 원하는 비율이 50%대에 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지사가 국민의힘 1위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비해 우위로 나타나는 여론조사가 많다. 이는 이재명이라는 인물의 독특함에서 비롯된 현상이다. 이 지사가 집권하면 정권유지가 아니라 정권교체라고 보는 인식이 정권교체를 원하는 유권자들 사이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이 전 대표가 던진 ESG 4법이라는 화두는 이 지사와 거대여당이라는 막강한 지원군을 등에 엎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정치경제적 지형상 ESG4 법은 급류를 탈 가능성이 높다.

 

공신력 있는 ESG평가모델 정립이 선행조건돼야 / ESG의 수익성 검증할 때까지 점진적 실행 필요

 

따라서 정부여당은 재계가 제기한 문제의식을 수용하고 해결책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그 방향은 두 가지이다. 

 

첫째, 공신력 있는 ESG평가 모델 구축이 선행조건이 돼야 한다.

 

평가모델이 부실하거나 기준점이 될 평가모델 자체가 없는 상태에서 ESG 4법을 실행한다면 그야말로 ‘대재앙’이 되기 십상이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이 ESG투자와 수익성을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것은 신뢰할만한  ESG데이터 및 평가모델을 구축했기 때문이다. 

 

정부도 ESG평가모델을 연내에 선보이겠다는 입장이다. ESG 4법은 당정간의 심도있는 협의를 거친 산물인 것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달 26일 연내 K-ESG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ESG 투자 촉진을 위한 한국형 녹색분류체계(E-taxonomy)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쉽게 말하면 친환경 기업 리스트를 만들겠다 이야기이다. 

 

하지만 실행여부는 확실치 않아 보인다. 환경부는 당초 지난 해 연말까지 녹색분류체계를 완성하겠다고 밝혔으나 실천하지 못했다. 수익성을 검증할 수 있는 ‘공신력 있는 ESG평가모델’의 정립 이후 ESG 4법이 실행된다면 현실론에 기반한 재계의 우려를 해소할 수 있다. 

 

둘째, 점진적 실행이다.

 

현재 발의된 ESG 4법은 다소 과격해 보인다. 정부가 K-ESG 가이드라인과 녹색분류체계를 제시한다고 해도 ESG를 국민연금 투자기준으로 의무화하는 것은 위험하다. 그렇지 않아도 저출산 고령화로 인해 국민연금 고갈시기가 앞당겨지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연금이 ESG에 발목이 잡혀서 수익성을 극대화하지 못한다면, 그 피해는 돈을 받아야 할 ‘늙은 한국인’과 돈을 내야 할 '젊은 한국인'이 함께 뒤집어 쓰게 된다.

 

ESG와 수익성 간의 양의 상관관계를 확증할 수 있을 때까지, 국민연금 및 각종 기금의 자산운용 기준과 정부부처 조달대상 기준에 ESG 반영을 권장사항 정도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 

 

ESG 4법은 21세기 한국경제를 뒤흔들 혁신이지만, 한국 국민을 대상으로 그 효율성을 실험해서는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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