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전망 ①] “달러 약세 전환 신호” 한미 협의 후폭풍 1400원 깨져

정승원 기자 입력 : 2025.05.15 01:31 ㅣ 수정 : 2025.05.15 06:03

14일 서울 외환시장 하루 등락폭 25원으로 올해 들어 가장 큰 변동폭 나타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무역 불균형 해소 위해 의도적인 환율 압박 나설 경우 원달러 환율 크게 요동칠 가능성 높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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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이 다시 한번 시장의 중심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취임과 동시에 관세전쟁을 시작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미국의 무역적자를 줄이기 위해 의도적으로 달러 약세를 유도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미국이 과거 무역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플라자 합의를 통해 인위적인 환율조작에 나섰듯이 트럼프 정부가 2차 신플라자 합의를 준비중이라는 루머도 나돌고 있다. 온탕과 냉탕을 오가며 급격한 변화 조짐을 보이고 있는 원달러 환율 움직임을 전망해본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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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이 14일 외환시장에서 1400원 선 아래로 내려갔다. [연합뉴스]

 

[뉴스투데이=정승원 기자] 서울 외환시장에서 14일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4.2원 오른 1420.2원에 마감했다. 하지만 장외거래에서 환율은 급격히 하락해 1395원까지 빠지며 1400원 선이 무너졌다. 지난 5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한미 당국 간 비공식 환율 협의 소식이 뒤늦게 알려지며, 외환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정은 단기 이벤트가 아니라 구조적 변화의 신호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밀라노 협의 소식이 전해진 직후 환율은 하루 사이에 25원 이상 움직이는 등 올해 들어 가장 큰 변동폭을 나타냈다.

 

시장 참가자들은 이 같은 급등락의 배경에 트럼프 대통령의 강한 영향력이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강한 달러는 미국 제조업에 해롭다”며 “상대국 통화가 과도하게 약할 경우, 미국과의 무역 협상은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일각에서는 이를 ‘약달러 전략 재개’의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이러한 발언은 과거 1기 트럼프 행정부 시절 추진됐던 무역협상 전략과 유사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당시 미국은 환율을 무역 불균형의 핵심 원인으로 지목하며, 주요 아시아 국가들에 대해 강한 통화 절상을 요구한 바 있다. 이번 밀라노 협의가 그 연장선상에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블룸버그는 “밀라노 회의에서 한미 당국자들은 실질적으로 원달러 환율 안정 방안을 논의했으며, 이는 달러 강세 억제 및 무역수지 조정 목적이 포함된 것”이라고 보도했다. 로이터 역시 “만약 미국이 무역 협상의 전제조건으로 아시아 통화의 강세를 요구한다면, 한국 원화는 연말까지 추가 절상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견해를 내놨다.

 

이러한 분위기는 외환시장 전반에 심리적 압박을 가하고 있다. 외환시장 관계자는 “당국 간 환율 논의는 원칙적으로 시장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G20 합의와 배치되는 것으로, 공개 여부에 따라 시장의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번 협의 자체보다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통화정책 변화가 환율에 더 큰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현재 미국과 한국 간의 기준금리 차이는 1.25%포인트로, 이로 인해 외국인 자금의 이탈과 원화 약세가 이어져 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미국의 인플레이션 둔화와 소비 위축 조짐으로 연준의 금리 인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ING은행의 크리스 터너 아시아 수석 전략가는 “미국이 12월까지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할 경우, 달러는 전반적인 약세 흐름으로 전환될 수 있으며, 한국 원화는 이에 반사이익을 얻어 강세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달러 인덱스는 최근 일주일 새 1.8% 하락해 102선 초반까지 내려온 상태다. 이는 시장이 연준의 조기 완화 기대를 반영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외국인 자금도 점진적으로 아시아 시장으로 회귀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처럼 복합적인 요소들이 얽힌 가운데, 전문가들은 이번 환율 조정을 단기 이벤트로만 보아서는 안 된다고 경고한다. 미국의 외환정책 방향성, 금리 격차 축소, 글로벌 무역환경의 변화 등이 맞물리면서 원달러 환율의 구조적 변화가 진행 중이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제임스 맥로이 통화 전략가는 “달러 약세 흐름은 단기 반등보다 구조적 조정일 수 있다”며 “미국의 무역정책이 다시 환율정책과 맞물리기 시작한 것은 시장에 중장기적 시그널을 던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통화정책의 방향 전환 가능성과 맞물려 원달러 환율은 단기 급등락을 넘어 새로운 박스권 형성의 초기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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