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전망 ②] “1300원대 중반 시대 오나” 미중 관계가 바꿀 환율 지형도
블룸버그 "미중 대화 재개는 글로벌 무역 흐름을 정상화 시키고 외환시장 내 리스크 프리미엄을 줄이는 효과 가져와 원화에도 긍정적 요인 작용" 지적
원달러 환율이 다시 한번 시장의 중심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취임과 동시에 관세전쟁을 시작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미국의 무역적자를 줄이기 위해 의도적으로 달러 약세를 유도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미국이 과거 무역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플라자 합의를 통해 인위적인 환율조작에 나섰듯이 트럼프 정부가 2차 신플라자 합의를 준비중이라는 루머도 나돌고 있다. 온탕과 냉탕을 오가며 급격한 변화 조짐을 보이고 있는 원달러 환율 움직임을 전망해본다. <편집자주>

[뉴스투데이=정승원 기자] 올 하반기 원달러 환율의 향방을 결정짓는 변수는 한미 간 비공식 환율 협의나 미국의 무역정책뿐만이 아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 정책 변화, 미중 갈등의 완화 기류, 외국인 자금의 복귀 여부 등 글로벌 거시 변수들이 다각적으로 맞물리며 환율 지형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금융시장은 연준의 금리 동결 기조에서 점차 인하 시그널로 옮겨가는 분위기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여기에 미중 간 무역갈등이 한시적이나마 해소되면서 글로벌 지정학적 긴장이 완화되고 있고, 그간 이탈했던 외국인 투자 자금이 다시 한국 증시로 유입될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흐름이 지속된다면 원달러 환율이 연말까지 1350~1370원대까지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한다. 이는 올해 초 1450원대까지 치솟았던 환율과 비교하면 상당한 절하 폭이다.
가장 먼저 주목할 변수는 미국의 통화정책 변화다. 현재 미국의 물가 상승률은 2%대 중반으로 내려온 상태이며, 경기 지표 역시 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연준은 ‘추가 인상보다는 완화적 정책으로의 전환’을 시사하고 있다.
연준 내부에서는 12월 혹은 2026년 1월을 전후로 0.25~0.50%포인트 수준의 금리 인하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러한 흐름은 글로벌 금융시장 전반에 ‘달러 약세’ 흐름을 강화하는 요인이 된다. 특히 달러가 약세를 보이면 상대적으로 원화는 강세로 전환되기 쉬운 구조다.
ING은행의 크리스 터너 전략가는 “연준이 금리 인하에 나서면, 고금리 기조를 유지하는 아시아 신흥국 통화의 상대적 매력이 부각되며 자금 유입이 재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중요한 흐름은 미중 관계의 변화다. 2023년 이후 악화일로를 걷던 양국 관계는 최근 들어 전략적 대화를 재개하며 점진적인 해빙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양국은 최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고위급 회담에서 서로에게 부과했던 관세를 90일간 대폭 내리기로 합의하며 갈등 완화의 신호를 보냈다.
이러한 분위기는 시장의 ‘위험회피 성향’을 누그러뜨리고,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달러 수요를 줄이는 역할을 한다. 실제로 미중 갈등이 완화될 때마다 달러 약세와 신흥국 통화 강세가 나타나는 경향이 반복돼 왔다.
블룸버그는 “미중 대화의 재개는 글로벌 무역 흐름의 정상화뿐 아니라, 외환시장 내 리스크 프리미엄을 줄이는 효과까지 가져온다”며 “이러한 점은 원화에도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환율 흐름의 또 다른 핵심 변수는 외국인 투자자의 자금 흐름이다. 한국 증시는 올들어 글로벌 금리 고점, 지정학적 불확실성 등의 이유로 외국인 자금의 이탈을 겪어야 했다. 그러나 최근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장주의 실적 개선 기대와 함께 외국인 매수세가 점차 회복되고 있어 고무적이다. 특히 대형 수출주 중심으로 자금 유입이 확대되는 모습이다.
이와 관련해 골드만삭스의 로라 킹슬리 아시아 전략가는 “미국이 금리를 인하하고, 외국인들이 한국 증시로 돌아오면 환율 하락은 자연스럽다”며 “특히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 회복세가 병행될 경우, 원화는 아시아 내에서도 강세 통화로 주목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통화정책, 미중 외교관계, 외국인 투자 흐름 등 세 가지 축이 맞물리며 원화 절상 압력은 갈수록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 중반까지 하락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으며, 최소한 1370~1420원 사이의 박스권 형성이 유력하다고 보고 있다.
다만, 여전히 남아 있는 불확실성도 존재한다. 연준의 실제 금리 인하 시점과 폭,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전쟁 지속 여부, 미중 갈등의 재점화 가능성 등은 언제든 환율 흐름에 새로운 파장을 일으킬 수 있는 요인이다.
특히, 한국은행의 금리 동결 기조가 유지된다면 미국과의 금리 차가 일정 수준 유지되어 외환시장에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따라 환율의 방향성은 ‘완만한 강세’ 흐름 속에서도 여전히 롤러코스터 같은 불안정한 변동성을 동반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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