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투데이=최정호 기자] 국내 제약업체 주주총회가 오는 24일부터 본격 시작된다. 국내 굴지 제약사들이 3세 경영 체제에 돌입하면서 주총을 통한 오너 일가(一家)의 사내이사 등재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3세 경영인 사내이사 선임이 이번 주총에 주요 안건으로 부의된 곳은 보령제약, 한독, 동화약품 등이다. 이들 3세 경연인은 모두 이사나 사장으로 경영 수업을 받았으며 이번에 사내이사로 선임되면 이사회를 통해 본격적인 경영을 시작하는 셈이 된다.
국내 제약사 이사회는 △회장 △주요계열사 대표 2명(전문경영인‧약학전문가) △재무총괄 임원 등이 사내이사로 돼있는 경우가 많다. 통상적으로 사외이사는 2명으로 운영되는데 자산관리·회계 관련 외부 전문가, 약학 관련 교수들이 맡는다.
오너 일가의 독단 경영을 막기 위해 사외이사 제도가 도입됐지만 자문단 역할로 전락한 게 국내 기업 현실이다. 즉 3세 경영인이 사내이사로 선임되면 이를 제한하기가 현실적으로 힘들다는 얘기다.
이를 종합하면 국내 제약사에서 3세 경영인이 사내이사로 선임되면 사실상 승계 작업이 끝났다고 봐도 무방하다.
■ 보령제약, 김정균 체제 들어서나…30대 젊은 경영인 전면 내세워

3세 경영인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김정균(37) 보령홀딩스 대표이사다. 김 대표는 미국 미시건대학교에서 산업공학을 전공하고 중앙대학교에서 사회행정약학 석사를 받았다. 그는 2014년 보령제약 이사대우로 입사해 올해 1월 보령홀딩스 대표로 선임됐다.
김정균 대표는 보령제약 창업주 김승호(90) 회장 외손자이자 김은선(64) 보령홀딩스 회장 아들이다. 통상적으로 그룹사 회장들이 70세에 자리에서 물러나는 관행을 감안하면 김 대표는 향후 6년 간 김 회장 휘하에서 경영수업을 받은 후 보령홀딩스를 이끌어 가게 될 것으로 보인다.
보령홀딩스의 이번 주총 특징은 '젊은 경영인 체제'로 바뀐다는 점이다. 보령제약 공동대표이었던 60대 안재현‧이삼수 이사가 지난해 이사회에서 물러나고 장두현 대표와 김성진 상무가 경영 전면에 나섰다. 이들이 사내이사로 선임되면 보령홀딩스 이사회의 실질적 경영진이 되는 셈이다.
이를 통해 김정균 대표는 지주회사 보령홀딩스와 사업회사 보령제약 경영을 모두 맞게 된다.
다만 보령홀딩스 경영진에 정통 약학 전문가가 없다는 점이 '아킬레스 건'이다. 김정균 대표도 대학원에서 관련 석사학위를 취득했지만 정통 약학을 전공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장두현 대표는 전문 경영인이며 김성진 상무도 정통 약학 전문가는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사외이사로 전인구 동덕여대 약학대학 교수가 있다. 그러나 국내 사외이사 특성상 경영에 적극 참여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게 현실이다.
■ 한독, 김동한 이사 경영 시험대…베일에 싸인 실소유주
오는 24일 주주총회를 앞둔 한독은 김동한(38) 경영조정실 이사가 사내이사로 선임될 지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다.
김동한 이사는 창업주 고(故) 김신권 명예회장 손자이자 김영진(66) 회장의 장남이다.
김 이사는 미국 국적(미국 이름 : 김 다니엘 동한(KIM DANIEL DONG HAN))으로 그에 대한 정보는 알려진 게 별로 없다. 그러나 김 이사가 한독 실소유주가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김 이사에 대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동안 경영조정실에서 경영수업을 받은 김 이사가 이번 주총에서 사내이사로 선임되면 한독의 직접 경영에 참여하게 된다.
김영진 회장이 약학 전문가가 아닌 제약사 전문 경영인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김 이사 역시 경영 전문가로 유추된다.
현재 한독의 최대주주는 비상장 계열사 와이앤에스인터내셔날이다. 이 기업의 최대주주는 김동한 이사다. 한독이 기업지배구조를 전면적으로 바꾸면 한독 실소유주는 김 이사가 된다.
한독 이사회 구성을 보면 사내이사는 △김영진 회장 △백진기 대표이사(부사장) △김현익 부사장 △김영 전무 등이다. 이 가운데 김현익 부사장은 이번에 사내이사 임기가 끝난다.
한독 사외이사는 △한찬희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대표 △강창희 서울대학교 약학대학 명예교수 △정지엽 분당서울대학병원장 등으로 이뤄졌다. 한찬희 대표는 이번 주총을 통해 사외이사 연임이 결정된다.

■ 동화약품, 윤인호 부사장 경영 본격화…회장 없는 유일한 이사회
동화약품은 윤인호(38) 부사장이 사내이사로 선임 될 지가 최대 관전 포인트다. 윤 부사장은 4세 경영인으로 윤도준(70) 동화약품 회장의 장남이다.
윤 부사장은 미국 위스콘신 매디슨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2013년 동화약품에 과장으로 입사한 후 초고속 승진했다. 부친 윤 회장이 정신과 의사 출신(의학박사)이지만 윤 부사장은 전문 경영인인 셈이다.
윤 부사장은 DW홀딩스 대표이사이자 최대주주다. DW홀딩스는 동화지앤피 최대주주이며 윤 부사장이 대표이사다. 또 동화지앤피는 동화약품 최대주주다. 결국 윤 부사장이 동화약품 실소유주인 셈이다.
기업지배구조상 윤 부사장이 오너이지만 핵심 기업 동화약품의 이사회 구성원이 되면 사실상 경영 승계가 끝났다고 봐도 된다.
특히 동화약품 이사진에는 윤도준 회장이 포함돼 있지 않다. 유준하 동화약품 대표도 이사회 일원이지만 부사장이다. 그밖에 김대현‧조상휘 상무가 이사회에 포함되어 있지만 윤인호 부사장만큼 지배력이 있지는 않다.
사외이사로는 한국은행 출신 오세만 전 서원기업 대표와 김광준 연세의료원 미래전략실 해외사업단장, 금나난 동국대학교 식품생명공학과 조교수 등이 포진해 있다. 사외이사가 자문단 역할에 가까운 점을 감안하면 회사내에서 윤 부사장을 견제할 사람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 주주총회 일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