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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방순 칼럼

중국 전략전술의 뿌리인 ‘모략(謀略)’ 알아야 정찰풍선, 비밀경찰서, 공자학원의 실체가 보인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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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경 안보전문기자
입력 : 2023.03.06 08:52 ㅣ 수정 : 2023.03.06 09:02

모략은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전략적 사고’…중국인 얼굴에서 모략의 대가 손자 모습 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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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방순 前 국립인천대 교수 (북한학 박사)

 

[뉴스투데이=임방순 前 국립인천대 교수] 중국 모략사상에 대해서는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유광종 소장이 권위자이다. 그는 19세기 중국에 장기 체류한 독일인 의사 ‘웨일즈’의 인상기를 인용해 “중국인은 세 개의 얼굴을 가지고 있다. 첫 번째는 공자(孔子)의 얼굴이요, 두 번째는 노자(老子)의 얼굴이며, 세 번째는 도적의 얼굴이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필자는 그의 통찰에 동의하면서, 도적의 얼굴을 손자(孫子)의 얼굴로 바꾸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도적의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공자나 노자와 버금가는 모략 사상의 대가 손자의 모습이 보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중상모략을 떠올리며 모략에 부정적이지만 이를 지략(智略)으로 바꾸어 보면 의미가 달라진다. 모략이란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전략적 사고’로서 ‘내가 살아남기 위해 상대를 멸망시키는 지혜’란 의미이다. 

 

오랜 전쟁 역사에서 살아남기 위해 연구한 병법에서 모략 사상 탄생 

 

중국은 문명의 발상지임과 동시에 전쟁의 발상지이기도 하다. 사마천(司馬遷)의 사기(史記)에 의하면 약 4,500년 이전인 기원전 2,500년경에 황제헌원(黃帝軒轅)은 치우(蚩尤)와 전쟁에서 승리해 중국 역사의 시조가 되었다고 한다. 이후 전쟁의 역사는 주(周)나라가 쇠망해가면서 패권을 다투는 춘추전국시대(春秋戰國時代)가 기원전 770년부터 기원전 221년까지 약 500년간 이어졌다.

 

당시 중국 대륙은 북방민족의 침략, 왕권교체기의 혼란과 분열 등으로 크고 작은 싸움이 항상 끊이지 않았다. 최근에는 청(淸)나라 멸망 후 신중국 건립 이전 약 100여년 기간도 군벌 할거와 북벌, 국공내전으로 편안한 날이 없었다. 통계에 의하면 4,000년이 되지 않는 중국 역사 속에서 대규모 싸움의 횟수는 약 3,700여 회에 이른다고 한다. 

 

이런 전란에서 살아남기 위해 중국인들은 병법을 연구하고 발전시켰으며, 주변 왕조와 공존하는 것은 필요에 따라 잠시 숨을 고르는 것에 불과할 뿐이지 내가 멸망 당하느냐 아니면 상대를 멸망시키느냐의 죽고 사는 문제는 어느 한쪽이 없어질 때까지 계속된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그들은 이 모든 것을 병법에 담았으며, 중국의 병법은 손자병법을 포함해 약 3,000종에 이른다. 

 

강태공, 약 3,000여년 전에 군사와 정치, 경제 통합한 모략사상 정립

 

중국에서 모략 사상을 체계적으로 발전시킨 최초의 병법가는 강태공(姜太公) 여상(呂尙)이다. 그는 주나라 문왕과 무왕을 보좌해 은(殷)나라를 멸망시키고 기원전 1,046년에 주나라를 개국한 공신이다. 그는 무력 사용에 앞서 정치와 경제에서 은나라를 약화시켰다. 강태공은 “전쟁의 승부를 결정짓는 요소는 인심의 향배이고, 인심을 움직이는 것은 추상적인 인의도덕보다 물질적 이익이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은왕조의 약점과 모순을 이용해 지배층을 이권으로 유혹하고 부패시켜서 이들을 분열시키고 와해시켜 나갔다. 온갖 이권으로 신하들을 유혹해 놀이와 주색에 빠지게 하여 국고를 고갈시키고 경제력을 약화시켰다. 이 결과 은나라를 섬기던 속국들과 민심은 떠나갔고 은나라가 자멸하기 직전에 놓였다. 

 

하지만 강태공은 “매가 먹이를 덮치려 할 때는 날개를 거두고 낮게 날며, 맹수가 먹이를 덮치려 할 때는 귀를 내리고 몸을 낮추는 법”이라며 자신을 숨기고 때를 기다렸다. 싸우기 전에 이미 이겼고, 이겨놓고 싸운 바로 도광양회(韜光養晦)인 것이다. 이러한 모략 사상은 강태공이 저술한 것으로 알려진 육도삼략(六韜三略)에 담겨 손자병법으로 계승돼 ‘싸우지 않고 이긴다’라는 ‘부전승’(不戰勝) 사상을 탄생시켰다. 

 

손자병법의 모략은 상대방 기만하고 상대의 허점 이용하는 것

 

손자는 자기의 고향 산동반도를 중심으로 벌어졌던 고대 전쟁을 연구해 전쟁의 본질을 밝히고 승리할 수 있는 병법을 저술했다. 중국에서는 ‘손자병법 이전에 병법이 없었고 손자병법 이후에 병법이 없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손자병법은 병법의 정수로 알려져 있다. 필자는 손자병법 중 앞서 언급한 부전승 사상을 제외하고 대표적인 모략 사상 3개만 언급하겠다. 

 

우선 “전쟁은 상대방을 기만하는 것”이란 개념이다. 즉 상대를 속이는 것으로 손자병법 13개 편 중 첫 번째인 시계편(始計篇)에 “병자궤도야(兵者詭道也)”라고 ‘전쟁은 속이는 것’이라면서 구체적인 방법을 적시하고 있다. 예를 들어 능력이 있으면서 무능해 보이게 하고, 가까이 있으면서 멀리 있는 것처럼 하라는 것이다. 

 

또한 공기무비(攻其無備), 출기불의(出其不意)를 언급하고 있다. 상대방의 준비가 부실한 방향으로 공격하고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치고 나아가라는 것이다. 다음은 창의적이고 기발한 계책을 활용하라는 것으로 제5편 병세편(兵勢篇)에는 “범전자 이정합 이기승(凡戰者 以正合 以奇勝)”을 강조한다. 즉 “무릇 싸움이란 정면에서 정상적인 방법으로 상대하지만 기발한 방법으로 승리한다”라는 의미로 이기기 위해서는 기발한 계책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다음은 간첩을 활용하라는 것이다. 마지막 편인 제13편 용간편(用間篇)에서 손자는 간첩의 중요성과 활용방법을 하나의 편으로 정리했다. 손자가 제시한 간첩의 5개 유형 중 특히 내간(內間)은 상대국의 관리를 매수하고 포섭하는 것인데, 오늘날 이 내간(內間)들은 첩보를 수집하는 단순 첩보원의 수준을 넘어 상대국을 분열시키고 부패시키는 공작원의 성격도 갖고 있다.  

 

모략 사상은 손자병법에서 ‘병법 36계’로 이어져 ‘마오쩌둥’에 전수 

 

손자병법 이후 손빈, 오자 등이 각각 병법을 저술했고, 조조는 손자병법을 해석한 ‘손자약해(孫子略解)’를 편찬했다. 명대(明代) 말 또는 청대(淸代) 초에는 대략 5세기까지 고사를 수집해 편찬된 ‘병법 36계(兵法三十六計)’가 병법의 전통을 이어 나갔다. 병법 36계는 저자를 알 수 없지만, 병법을 포함해 처세술로도 사용할 수 있는 36개의 구체적인 계책이 담겨있다. 핵심 내용은 상대를 속이는 기만이다. 

 

주요 내용은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계책들이다. 36개의 계책 중 제5계 진화타겁(趁火打劫)은 “남의 집에 불난 틈을 타 도둑질하라”이고, 제6계 성동격서(聲東擊西)는 “동쪽에서 소리치고 서쪽을 공격하다”이며, 제10계는 “웃음속에 칼날을 품다”라는 소리장도(笑裏藏刀)이다. 제20계는 혼수모어(混水摸魚)로 “물을 흐리게 한 다음 고기를 잡아라”이다. 

 

마지막 계책인 36계는 상황이 불리할 때는 무리하게 싸우지 말고 잠시 이탈해 전열을 가다듬으라는 의미의 주위상계(走爲上計)인데 우리는 단순히 ”도망가라“로 잘못 인식하고 있다. 당시 지식인들은 내용이 너무 직접적이고 세속적이어서 이 책을 책장에 진열하길 꺼려하면서도 곁에 두고 애독했다고 한다. 모략 전통은 이렇게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중국의 오래된 병법의 전통은 중국공산당으로 계승된다. 국공내전 시절 마오쩌둥은 손자병법과 사기 등 중국 역사서를 들고 다니며 유격전을 전개했다. 그가 제시한 16자 전법은 모략 사상과 맥이 닿아 있다. 16자 전법은 “적진아퇴(敵進我退, 적이 전진하면 우리는 후퇴한다), 적주아교(敵駐我攪, 적이 야영하면 우리는 적을 교란한다), 적피아타(敵疲我打, 적이 피로를 느끼면 우리는 공격한다), 적퇴아추(敵退我追, 적이 후퇴하면 우리는 추격한다)”이다.

 

시진핑이 내세운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은 모략 사상과 어긋나

 

다시 이야기를 오늘날로 돌아와 보자. 중국이 전 세계에 날려 보낸 정찰풍선은 실효성이 의심되나 서구의 예상을 뛰어넘는 창의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 어떠한 기발한 발상이 나올까 기대되는 바다. 손자병법에 나오는 ‘출기불의’(出其不意)가 연상되는 대목이다. 해외비밀경찰서 운영 역시 손자병법의 ‘이정합 이기승’(以正合 以奇勝)이 떠오른다. 정면에서는 정상적인 방법과 절차를 준수하지만 비정상적 방법을 사용해 목표를 달성하고자 하는 것이다. 

 

공자학원 운영은 부전승(不戰勝) 사상의 발로로 보아야 할 것이다. 중국은 공자학원을 통해 장기적으로 중국의 가치관을 확산시키고 친중 인사를 늘려 영향력 확대를 도모하고 있다. 미·중 패권경쟁에서 미국의 가치관을 대체하겠다는 숨겨진 의도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현재 중국은 시진핑 공산당 총서기가 3연임에 성공하면서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은 지속될 것이다. 이는 “향후 100년간 미국과 맞서지 마라”며 도광양회를 당부한 덩사오핑의 유훈을 저버리는 행동이다. 그리고 3,000여년 전에 모략 사상의 시조 강태공이 설파했던 “맹수가 먹이를 덮치려 할 때는 귀를 내리고 몸을 낮추는 법이다”라는 가르침과 차이가 있다. 전통 모략 사상을 이탈한 시진핑의 중국몽이 자칫 백일몽이 되지 않을까 두고 볼 일이다.

 

 


임방순 프로필 ▶ ‘어느 육군장교의 중국 체험 보고서’ 저자. 前 국립인천대 비전임교수, 前 주중 한국대사관 육군무관, 前 국방정보본부 중국담당관 

 

khopes58@news2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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