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2 뷰] 부동산PF發 '잔불'…증권사 실적 격차 더 키웠다
23개사 연결 영업이익 8.1조…전년比 55.1%↑
상위 10개사 의존도 확대…이익 비중 99% 육박
'1조 클럽' 5곳·'영업 손실' 4곳 희비 엇갈려
신평사 "중소형사, 부동산PF 추가 손실 위험有"

[뉴스투데이=염보라 기자] 지난해 국내 증권업계의 실적 양극화 현상이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잠정 실적을 발표한 23개 증권사 중 자기자본 상위 10개사의 영업이익 비중이 99%에 육박한 수준으로 치솟으며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두드러졌다.
기업별로는 상위 10개사 중 9개사가 전년 대비 큰 폭의 이익 성장을 이뤄낸 반면, 10위권 밖에서는 대다수 기업이 이익 감소, 나아가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서학개미' 열풍의 수혜가 대형 증권사에 집중된 데다, 중소형사를 중심으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잔불이 남아 실적을 갉아먹었다는 진단이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일까지 지난해 잠정 실적을 발표한 증권사는 총 23곳으로, 해당 증권사의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 합은 8조1521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5조2567억원) 대비 2조8954억원(55.1%) 증가한 수치다.
특히 자기자본 상위 10개 증권사의 이익 증가 폭이 컸다. 상위 10개사의 영업이익 합은 8조695억원으로, 전년(4조8257억원) 대비 3조2438억원(67.2%) 급증했다.
상위 10개사의 이익 증가액이 23개 증권사의 전체 증가액을 상회한 셈이다.
상위 10개사를 제외한 13개사의 영업이익 합은 826억원으로, 전년(4310억원) 대비 3484억원(80.84%) 뒷걸음질 쳤다. 이에 따라 23개 증권사 중 자기자본 상위 10개사의 영업이익 비중은 2023년 91.80%에서 2024년 98.99%로 대폭 확대됐다.
※ 23개 증권사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하나증권, 메리츠증권, 신한투자증권, 키움증권, 대신증권, 교보증권, 한화투자증권, 유안타증권, iM증권, 현대차증권, BNK투자증권, IBK투자증권, 유진투자증권, LS증권, DB금융투자, 상상인증권, 다올투자증권, SK증권. (신영증권 등 실적 미발표 기업은 제외.)

기업별로 보면 상위 10개사 중에서는 금융상품 평가손과 판관비 증가의 직격탄을 맞은 대신증권(716억원, 전년 대비 55.6%↓)을 제외하고 일제히 이익 증가를 시현했다.
한국투자증권(1조2837억원, 93.3%↑)과 △삼성증권(1조2058억원, 62.7%↑) △미래에셋증권(1조1590억원, 전년 대비 122.5%↑) △키움증권(1조982억원, 94.5%↑) △메리츠증권(1조548억원, 19.7%↑) △NH투자증권(9011억원, 24.2%↑) △KB증권(7808억원, 14.8%↑) △신한투자증권(3725억원, 47.2%↑) △하나증권(1420억원, 흑자 전환) 등이다.
실적 개선의 배경으로는 '서학개미' 열풍이 지목된다. 국내 투자자의 해외주식 거래 증가 수혜 효과가 이미 '브로커리지' 부문에서 경쟁우위를 점하고 있던 상위 증권사에 집중됐다는 게 업계의 진단이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주식 보관금액은 전년 대비 52.34% 증가한 1587억달러(약 299조원)로 집계됐다. 해외 거래 수수료는 국내 거래 수수료 대비 높은 편으로 알려졌다.
반면 상위 증권사를 제외한 13개사 중 전년 대비 이익 증가를 시현한 곳은 4곳에 불과했다. 교보증권(1164억원, 65.8%↑)과 △IBK투자증권(956억원, 10.8%↑) △DB금융투자(602억원, 182.6%↑) △유진투자증권(583억원, 115.9%↑) 등이다.
이 외 유안타증권(948억원, 26.6%↓)과 △현대차증권(547억원, 16.1%↓) △LS증권(218억원, 34.3%↓) △BNK투자증권(216억원, 8.5%↓) △한화투자증권(40억원, 87.3%↓) 등은 전년 대비 이익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SK증권(-1090억원)과 상상인증권(-497억원)은 적자전환했고, iM증권(-2106억원)과 다올투자증권(-755억원)은 전년 대비 적자폭이 확대된 모습을 보였다.
수도권 우량 PF 신규 딜 증가 효과가 대형사에 집중되며 수익 창출력이 저하된 데다, 고위험 PF 관련 대손비용이 늘어나며 실적을 갉아먹었다.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해 2분기 발표를 통해 부동산PF 사업장의 사업성 평가 기준을 기존 3단계(△양호 △보통 △악화우려)에서 4단계(△양호 △보통 △유의 △부실우려)로 세분화했으며, '부실우려'로 분류된 사업장에 대해 충당금을 적립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대형 증권사 대비 상대적으로 고위험 PF를 보유하고 있던 중소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충당금 부담이 커졌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일례로 iM증권의 지난해 부동산PF 부문 대손충당금은 3057억원으로 연간 영업손실(2106억원)을 상회했으며, SK증권과 다올투자증권의 부동산PF 충당금 규모도 각각 432억원과 456억원으로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상상인증권의 부동산PF 관련 충당금도 3분기에 일찍이 223억원을 넘어섰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형사는 전년 대비 대손충당금 부담이 완화되고, 브로커리지와 기업금융(IB) 등을 중심으로 수익성이 개선된 모습을 보였지만, 중소형사는 수익원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충당금 부담이 지속됐다"고 평가했다.
문제는 올해다. 신용평가사들은 부동산PF 관련 충당금 적립 이슈가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2023년부터 대규모 대손비용을 반영했지만, 중소형사를 중심으로 브릿지론 및 고위험 본PF 부실 위험이 여전히 남아있다는 판단에서다.
윤재성 나이스신용평가 금융평가본부 수석연구원은 <뉴스투데이>와의 통화에서 "각 증권사마다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 익스포저(위험노출액)가 여전히 있기 때문에 모든 잔불이 진화됐다고 보기엔 어려운 상황"이라며 "부동산 경기가 확연하게 살아나고 있는 추세가 아닌 데다, 제작년부터 이어지고 있는 브릿지론이나 본PF 전환 관련 이슈들이 계속 지연되고 있어 추가적인 손실 위험이 존재한다"고 진단했다. 다만 "손실을 인식하는 수준 자체는 작년이나 제작년에 비해 올해 어느 정도 완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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