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

검색
https://m.news2day.co.kr/article/20250410500001
트럼프 포비아 ③

무너진 자유무역, 블록화 보복관세 탈세계화로 회귀

글자확대 글자축소
정승원 기자
입력 : 2025.04.10 00:48 ㅣ 수정 : 2025.04.10 06:31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촉발한 관세전쟁으로 30년간 지속돼온 WTO(세계무역기구) 체제 중심의 자유무역주의 심각한 위기 봉착, 전세계적으로 발효된 새로운 수입제한 조치 3000건 넘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일명 ‘해방의 날’에 발표한 관세정책으로 전세계는 패닉에 빠졌다. 사실상의 무역전쟁 선포와 관련, 일부 국가는 미국 눈치를 보기도 하지만, 상당수 국가들은 맞불관세를 발표하며 강대강 대치를 마다하지 않고 있다. 미국 내에서도 관세로 인한 물가상승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뉴욕증시에서는 관세폭탄 이후 수 천조 원의 시가총액이 증발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정책을 바꾸지 않을 것임을 천명하며, 미국인들에게 '버티라'고 요구했다. 수십년간 글로벌경제를 지탱해온 세계무역 시스템의 근간을 흔들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진짜 의도가 무엇인지, 트럼프 대통령이 얻는 것은 무엇인지 등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image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관세전쟁으로 WTO(세계무역기구) 체제가 흔들리고 있다. [연합뉴스]

 

 

[뉴스투데이=정승원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고율관세 정책은 단순한 선거용 제스처를 넘어, 세계 무역 질서의 근간을 뒤흔드는 중장기적 전환점이 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국발 보호무역주의가 도미노처럼 확산되며, 글로벌 경제는 다시 블록화, 보복관세, 탈세계화라는 낯익은 길로 접어들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게 됐다.

 

세계경제는 지난 30년간 WTO(세계무역기구) 체제를 중심으로 자유무역주의가 확산된 시기였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과 미·중 갈등,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그리고 트럼프의 관세폭탄이 이어지며 “보호무역주의의 시대가 돌아왔다”는 평가가 잇따르고 있다.

 

IMF(국제통화기금)은 최근 보고서에서 "2024년을 기준으로 봤을 때, 전 세계적으로 발효된 새로운 수입제한 조치는 3000건 이상"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미국, 유럽연합(EU), 인도, 브라질, 중국 등 주요 경제권 모두 자국 산업 보호를 명분으로 한 규제와 보조금 확대 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보고서는 덧붙였다.

 

MIT 경제학과 다론 아세모글루 교수는 "세계가 다시 한 번 '경제적 국지화'로 회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과거와 달리 기술과 물류는 진보했지만, 정치가 다시 경계를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의 관세는 일회성 조치가 아니라는 것이 더 큰 문제다. 중국, 유럽, 멕시코, 캐나다 등 주요국들이 미국에 대해 보복관세를 가하거나 준비 중이며, 이는 양자 간 분쟁을 넘어 다자간 무역전쟁으로 비화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EU는 이미 미국산 전기차, 위스키, 의류 등에 대해 25~50%의 보복관세를 경고했고, 중국은 희토류 수출 제한을 카드로 꺼내 들었다. 미국의 조치가 현실화되면 WTO 분쟁조정기구(DSB)는 사실상 그 기능을 상실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스위스 제네바대 무역법 교수 마르코 라첼리는 “WTO 체제는 이미 정치적 의지를 상실했다. 관세보복이 일상화되면, 신뢰와 예측 가능성을 기반으로 한 국제 무역의 기본질서는 붕괴된다”고 진단했다.

 

미국과 중국, EU, 러시아를 중심으로 한 경제블록의 재편성 움직임은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미국은 이미 ‘IPEF(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를 출범시켜 동맹국 중심의 공급망을 구축 중이며, 중국은 ‘일대일로’와 ‘RCEP(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를 통해 자국 중심의 무역 블록을 확대 중이다.

 

이는 냉전 시기의 이념 블록과 유사한 경제판 ‘신냉전’ 구도로, 중립국이나 개발도상국들은 어느 편에도 속하지 않으면 배제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글로벌화가 추구했던 ‘전 지구적 가치사슬’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것이다.

 

영국 옥스퍼드대 국제관계학과 메리 칼라일 교수는 “21세기의 무역은 기술, 안보, 가치관을 함께 묶는 전면전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며 “국제규범보다 동맹과 신뢰, 정치적 적합성이 거래의 조건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흐름은 글로벌 기업들의 전략에도 급격한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애플, 인텔, BMW, 삼성전자 등은 이미 중국에서 동남아, 인도, 멕시코 등지로 생산기지를 이동하거나 다변화 중이다.

 

세계 최대 전자위탁생산업체인 폭스콘은 “2026년까지 중국 외 생산 비중을 50%까지 높이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단순한 지역 분산이 아니라, 정치적 리스크 회피를 위한 공급망 해체 수준의 조치다.

 

HSBC 글로벌 전략가 노아 웰링턴은 “관세라는 변수는 비용보다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기업들은 ‘지리적 탈중심화’를 전략적 기본으로 삼고 있다”면서 “이는 단가 상승, 납기 지연, 기술 유출 우려까지 고려한 복합적 대응”이라고 지적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질문은, 이러한 관세·보호주의 흐름이 트럼프의 일시적 전략인지, 아니면 세계질서의 장기적 전환점인지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후자에 무게를 두고 있다.

 

전임 바이든 행정부조차 중국산 태양광 패널과 전기차에 대해 수입 규제를 강화한 바 있고, 반도체 공급망 역시 미국 중심으로 재편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공화당과 민주당 모두 ‘중국 견제’와 ‘미국 제조업 회복’이라는 기조에는 초당적 합의를 이루고 있다.

 

프린스턴대 정치경제학과 레이첼 홍 교수는 “트럼프가 1기 때 규범을 흔들었고, 바이든은 그 흔들린 규범 위에 제도화를 시도했으며, 다시 집권한 트럼프는 쐐기를 박으려 하고 있다”며, “이는 개인의 정치 스타일이 아니라 시대정신의 변화다”라고 말했다.

 

이렇게 본다면, 자유무역은 더 이상 ‘당연한 전제’가 아닌 것이 된다. 트럼프의 관세정책은 그 전환의 문을 열었고, 세계는 지금 블록화와 탈세계화의 중간지대를 헤매고 있다는 것이 어쩌면 가장 정확한 진단일지도 모른다.

 

 

cswon1001@news2day.co.kr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뉴스투데이 & m.news2day.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댓글 (0)

- 띄어 쓰기를 포함하여 250자 이내로 써주세요.

- 건전한 토론문화를 위해,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비방/허위/명예훼손/도배 등의 댓글은 표시가 제한됩니다.

0 /250

스페셜기획 많이 본 기사

  1. 1 [민병두의 실록<2부>, 초현실 비상계엄 (36)] 전광훈 손현보 전한길... 헌법을 부정하는 반동 세력
  1. 2 [민병두의 실록<3부>, 초현실 비상계엄 (40)] 서부지원 난동- 극우파시즘의 태동
  1. 3 [민병두의 실록<2부>, 초현실 비상계엄 (35)] 응원봉 선결제 깃발… 윤석열 탄핵되다
  1. 4 [민병두의 실록<3부>, 초현실 비상계엄 (41)] 음모론의 생산자들, 맹신자들 그리고 중국 혐오
  1. 5 [다문화사회의 외국인근로자 정책(4)] “계절근로자” 제도의 시행과 문제점
네이버 블로그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 유튜브 이메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