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일본에선(792)] 쌀값 급등에 K쌀 쇼핑 관광상품 나올판

정승원 기자 입력 : 2025.04.23 00:13 ㅣ 수정 : 2025.04.23 00:13

기후재앙에 가까운 태풍으로 곡물생산에 큰 타격을 입은 일본, 쌀값 급등에 한국산 쌀로 눈 돌리는 일본인들 급증하자 관광업계도 관련상품 개발 한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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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쌀값이 급등하자 한국관광을 통해 쌀을 구매하려는 일본인들이 늘고 있다. [출처=일러스트야]

 

 

 

[뉴스투데이/도쿄=김효진 통신원] “요즘 마트에 가면 쌀이 너무 비싸요. 고기보다 밥이 더 부담스러워졌습니다.”

 

도쿄 외곽에 거주하는 주부 스즈키 미카(45세)는 최근 마트에서 5kg짜리 고시히카리를 사려다 가격을 보고 한참 망설였다. 3600엔을 넘기는 가격표에 결국 2kg짜리 소포장 제품을 선택했다. 그녀는 “한국 친구가 서울에 다녀오며 사다 준 쌀이 맛도 좋고 가격도 저렴했다”며 “다음엔 직접 가서 사 올 생각”이라고 말했다.

 

일본 내 쌀값이 최근 들어 급격히 상승하면서, 한국산 쌀이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단순히 식자재 문제가 아니라 기후변화와 고령화, 식문화의 변화 등이 얽힌 구조적 현상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2024년 여름, 일본은 기후재앙에 가까운 폭염과 잦은 태풍으로 곡물 생산에 큰 타격을 입었다. 특히 도호쿠, 간토 지역은 수확기의 날씨 이상으로 쌀 품질이 크게 저하되었고, 낟알이 제대로 여물지 않아 ‘등외미(等外米)’로 판정된 비율이 전년 대비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여기에 농가 고령화는 더욱 뼈아프다. 일본 농림수산성 발표에 따르면, 일본 농민 평균 연령은 68세에 달한다. 후계자가 없어 방치된 논도 속출하며,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해졌다.

 

이 같은 상황은 곧바로 시장 가격에 반영됐다. 2025년 3월 기준, 일본 내 대표 품종 고시히카리의 평균 도매가는 60kg당 2만 3000엔으로 전년 대비 30% 가까이 상승했다. 5kg 소매 가격이 3500엔을 넘기며 ‘고급 식재료’가 되어버린 것이다.

 

이러한 일본의 사정이 알려지며, 자연스레 한국산 쌀이 대체재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24년 하반기 일본의 한국산 쌀 수입량은 전년 동기 대비 약 2.3배 증가했다.

 

주로 수입되는 품종은 ‘삼광미’, ‘추청미’ 등으로, 일본 내 한국 식당을 중심으로 수요가 확산되고 있다. 일부 도쿄 고급 슈퍼마켓에서도 “밥맛이 부드럽고 씹는 맛이 좋다”는 평가를 받으며 정기 입점 요청이 들어오고 있다.

 

가격 경쟁력도 큰 장점이다. 일본산 고시히카리 5kg의 평균 소매가는 3500엔 선이지만, 같은 양의 한국산 쌀은 운송비 포함해도 1800엔~2200엔 선에 판매된다. 품질은 유사하거나 오히려 더 부드럽다는 소비자 평가도 많다.

 

현장의 반응은 빠르다. 서울 명동, 이태원, 부산 광복동 등 일본 관광객이 자주 찾는 지역의 대형마트에는 최근 들어 일본어로 된 ‘쌀 구매 안내문’이 붙기 시작했다.

 

특히 이마트와 롯데마트 등 일부 매장에서는 2kg, 5kg 등 기내 수하물 규정에 맞춘 소포장 쌀을 비치하고 있으며, 일본 관광객 전용 이벤트도 진행 중이다.

 

일본 주간지 주간현대는 최근 “일본인 관광객의 쌀 구매가 ‘루틴’이 됐다”고 보도했다. 여행 마지막 날 대형마트에서 쌀을 구매해 트렁크 한켠에 넣고 돌아가는 패턴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일부 여행사는 ‘쌀 쇼핑 포함 K-푸드 체험’ 패키지를 구성해 판매 중이다.

 

일본 내 쌀 수급 불균형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한국산 쌀이 일본 시장에서 일정 부분을 대체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한일 간 농산물 무역의 새로운 국면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와세다대학교 하야시 경제학 교수는 “일본 소비자는 전통적으로 국산 식재료에 대한 신뢰가 높지만, 지금은 실용성과 가격이 우선인 시대”라며 “한국산 쌀은 품질과 가격에서 모두 장점을 지녀 지속적인 수요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관광업계도 이러한 흐름을 적극 반영하고 있다. 도쿄에 있는 한 대형 여행사 관계자는 “앞으로는 단순히 김, 라면, 화장품이 아니라 ‘쌀’이 한국 여행의 대표 쇼핑 품목이 될 수 있다”며 “K-푸드 체험과 연계해 쌀을 하나의 관광 콘텐츠로 기획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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