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잡아라"…유통가, OTT 손잡고 '구독 합종연횡' 본격화

[뉴스투데이=남지유 기자] 쿠팡의 독주에 제동을 걸기 위한 플랫폼 동맹이 본격화되고 있다. 배달의민족과 네이버 등 유통 플랫폼들은 OTT와 손잡고 구독 멤버십 결합 상품을 잇따라 선보이며 대응에 나섰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다음달 2일 OTT 플랫폼 ‘티빙’과 손잡고 ‘배민클럽-티빙’ 결합상품을 출시한다.
배민클럽은 지난해 9월 출시한 배민의 구독 상품으로 알뜰배달 배달비 무제한 무료와 한집배달 배달비 할인 등 혜택을 제공한다. 티빙은 차별화된 K콘텐츠를 비롯해 프로야구, 프로농구 라이브 스포츠 중계와 티빙 오리지널 등 다양한 콘텐츠를 스트리밍 하고 있다.
양사는 무료배달과 OTT를 동시에 경험해 볼 수 있도록 오는 2일부터 8월까지 3개월간 첫 달 추가 구독료 100원 이벤트를 진행한다.
배민 관계자는 “배달 외 소비자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는 콘텐츠를 선보이기 위해 결합형 구독 상품을 출시하게 됐다”며 “앞으로도 소비자 입장에서 가성비를 느낄 수 있는 구독 서비스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다양한 제휴와 상품 구성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네이버는 지난해 11월 글로벌 OTT 넷플릭스와 제휴를 맺고, ‘네이버플러스 멤버십’에 넷플릭스 이용권을 포함시켰다. 제휴 이후 일평균 신규 가입자 수는 이전보다 약 1.5배 증가했으며, 넷플릭스를 선택한 신규 회원의 쇼핑 지출도 기존 대비 30%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네이버는 최근 신선식품 전문 플랫폼 컬리와의 제휴도 체결했으며, 글로벌 1위 음원 서비스인 스포티파이를 멤버십 혜택에 포함하는 방안 역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플랫폼 기업들이 OTT 등 콘텐츠와의 결합에 공을 들이는 것은 쿠팡의 독주 체제를 견제하기 위한 전략적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쿠팡이 커머스를 시작으로 음식 배달과 OTT 등을 구독 기반 서비스에 통합하면서 시장 지배력을 키우자, 경쟁 플랫폼들도 대응에 나선 것이다.
쿠팡은 로켓배송 외에도 쿠팡이츠와 쿠팡플레이 등을 모두 유료 멤버십 ‘와우’에 묶어 구독자 충성도를 높이는 ‘락인(Lock-in) 전략’을 펼치고 있다.
실제로 플랫폼 영향력 지표인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에서 쿠팡의 독주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에 따르면, 지난달 쿠팡의 MAU는 3339만1000명으로 2위인 11번가(약 893만명)과 큰 격차를 보이며 압도적 1위를 유지했다.
여기에 쿠팡은 지난 9일 쿠팡플레이에 ‘무료 광고형 요금제’ 도입을 예고했다. 내달부터는 광고를 시청하면 일반 회원도 일부 콘텐츠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이용자 접점을 넓히는 전략인 만큼 쿠팡플레이의 노출 확대가 예상된다. 이는 커머스와 쿠팡이츠 등 기존 사업군의 이용률 증가로도 이어지며, 플랫폼 전반의 락인 효과를 더욱 강화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쿠팡은 커머스를 시작으로 배달, OTT까지 자사 서비스를 하나의 구독 상품에 통합하면서 시장 장악력을 빠르게 키우고 있다”며 “각각의 서비스를 운영하는 경쟁 플랫폼 입장에서는 점점 대응이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모든 서비스를 자체적으로 구축하는 건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유통 플랫폼이 다른 업종의 플랫폼과의 제휴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전략을 꾀하고 있다”며 “티빙과 넷플릭스 등 OTT 업계 역시 쿠팡플레이의 성장에 위기감을 느끼는 상황에서 상호 협력이 자연스럽게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플랫폼 간 구독 결합 구조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있다. 유튜브 프리미엄에 유튜브 뮤직을 끼워 판매했다는 혐의를 받은 구글에 대해서는, 유튜브 뮤직을 제외한 요금제를 새로 출시하는 내용의 자진시정안을 수용했다. 또 공정위는 쿠팡이 와우 멤버십을 통해 쿠팡 배송 혜택에 쿠팡이츠·쿠팡플레이 혜택을 끼워팔기 한 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서도 조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