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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중동 총성 멈췄지만 항공업계 '전시 리스크 프리미엄'에 시름 깊어져
[뉴스투데이=최현제 기자] 이란과 이스라엘의 12일간 무력 충돌이 6월말 휴전으로 일단락됐다. 전장은 조용해졌고 국제 뉴스 속 긴박한 속보도 잠잠해졌다. 하지만 이 소강 국면은 항공업계에 ‘종료’가 아닌 ‘대기 상태’일 뿐이다. 중동은 단순한 전쟁 지역이 아니다. 유럽과 아시아, 아프리카를 연결하는 국제 항로 핵심 허브다. 특히 이스라엘·이라크·이란 인근 공역은 IATA(국제항공운송협회)가 지정한 ‘위험 지역’으로 비행 제한 또는 회항 조치가 언제든지 내려질 수 있는 지역이다. 이란 미사일 시설과 이스라엘 남부 공항 인근이 실제 공격 목표가 됐던 만큼 그 긴장감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은 중동발 리스크에 따라 인천–두바이 노선 항로를 변경해 파키스탄 대신 인도·방글라데시 상공을 통과하는 루트로 우회 중이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에미레이트·카타르항공·루프트한자 등 주요 항공사도 관련 지역 전세기 철회나 우회 경로 설정에 들어갔다. 우회 운항이 길어지면 비행시간이 늘어났고 조종사 교대, 항공기 연료 소모, 정비 주기 조정까지 영향을 받는다. 이는 단순한 거리의 문제가 아닌 전반적인 운항 시스템 효율성과 비용 구조를 흔드는 변수다. 이와 함께 따라오는 건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비용 부담이다. 항공기 보험사들은 벌써부터 관련 지역을 오가는 항공편에 '전시 리스크 프리미엄(war risk premium)'을 붙이기 시작했다. 일부 노선은 전쟁 상황에 대비한 추가 보험 없이 아예 운항이 불가능하다는 조건까지 달려 있다. 이렇게 올라간 보험료는 항공사 입장에서 곧바로 직접적인 운영비 증가로 이어지고 운임 조정이나 노선 효율성 판단에도 영향을 준다. 또 다른 변수는 항공유 가격이다. 유가는 중동 정세에 아주 민감하게 반응한다. 글로벌 투자은행(IB) JP모건은 "갈등이 다시 심해지고 호르무즈 해협 등 핵심 수송로가 막히면 유가가 최대 75%까지 오를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항공업계 내부에서는 "전쟁은 잠시 멈췄지만 리스크는 지금부터 시작"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승객은 모를 수 있어도 항공사와 조종사들은 하늘 위에 떠 있는 지정학 리스크의 무게를 피부로 느낀다. 지금 휴전은 위험이 끝난 게 아니라 조용히 기다리고 있는 것에 가깝다. 항공업계가 긴장을 늦추지 못하는 이유다. 총성은 멎었지만 하늘 위 위험은 여전히 조용히 그러나 분명히 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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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배당여력 감소에 '밸류업’ 멀어지는 보험사
[뉴스투데이=김태규 기자]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국내 증시 부양이 주요 화두가 됐다. 금융권에서도 밸류업 공시가 적극적으로 추진되고 있지만, 보험업계는 미온적인 모양새다. 이재명 정부가 들어선 직후 상법개정안 논의가 급물살을 타면서 보험사들도 밸류업에 동참할 것으로 보였으나 대형사 중에서도 소수를 제외하면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현재 보험사 중 밸류업 공시를 한 곳은 삼성화재와 DB손해보험 두 곳 외에는 없다. 나머지 상장사들은 아직 관련 공시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다. 보험사들이 밸류업에 소극적인 이유는 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비율(K-ICS)이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K-ICS 비율은 가용자본을 요구자본으로 나눈 값으로, 보험사가 가입자에게 보험금을 제때 지급할 수 있는지를 나타낸다. 회계기준이 IFRS17로 변경된 이후 보험업계에서는 K-ICS 비율 관리가 어려워졌다는 의견이 나왔는데, 이에 금융당국은 K-ICS 비율 규제 수준을 150%에서 130%로 완화했다. 당국의 규제 완화 방침에 보험사는 한숨 돌린 상황이지만, 여전히 배당여력 확보에는 어려움이 따르는 것으로 보인다. 해약환급금준비금 제도의 영향이다. 해약환급금준비금은 이익잉여금에서 차감되는데, 이로 인해 배당여력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실제 보험업계는 해약환급금준비금 제도 영향에 배당을 실시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당국이 기본자본을 근거로 한 '기본자본 K-ICS 비율’을 규제항목으로 삼기로 하면서 보험사의 배당여력이 감소하고 있다는 점이다. 보험사들은 최근 K-ICS 비율을 높이기 위해 후순위채 등 자본성증권 발행을 확대해 왔는데, 이는 보완자본에 해당하는 만큼 기본자본 K-ICS 비율 제고에는 도움이 되지 못한다. 때문에 유상증자가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지만, 주식 가치가 희석된다. 배당을 축소해 이익잉여금을 늘리는 방법도 있으나 이 역시 밸류업에는 배치된다. 결국 보험사의 배당여력을 확대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해약환급금준비금 제도를 완화하는 것이다. 정부가 증시부양을 위해 힘을 쏟고 있는 상황에서, 금융당국도 보험주가 소외되지 않도록 제도 완화를 빠르게 검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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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포용금융 확대 외치는 정부…은행은 실적 맞추기 급급
[뉴스투데이=이금용 기자] "진정한 의미의 포용금융은 강제로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을 늘리고, 출연금을 걷는 게 아닙니다. 낮은 금리의 대출, 높은 금리의 예적금 자체가 포용입니다.” 한 은행권 관계자의 이 발언은 국내 포용금융의 구조적 한계를 짚는다. 정부는 포용금융 확대를 강조하지만, 실행 책임은 은행에 집중되고 있다. 실적 압박 속에서 정책금융 공급은 반복되고, 당국은 이를 ‘성과’로 포장한다. 그러나 자율성과 지속성을 담보하기엔 구조적 여건이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2025년 1분기 기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일반 가계대출(서민금융 제외) 예대금리차는 1.38~1.55%포인트에 달했다. 지난해 12월(평균 1.17%)과 비교해 1분기 만에 0.21%포인트 이상 확대됐다. 일부 지방은행과 인터넷은행은 2% 이상, 많게는 7%가 넘는 격차를 보였다. 기준금리가 낮아졌지만 예금금리에 비해 대출금리 인하가 더디게 반영되며 ‘저금리 대출–고금리 예금’이라는 포용금융의 이상과는 거리가 있는 구조가 이어지고 있다. 서민금융 실적의 휴면예금 의존도 역시 고착화되고 있다. 2024년 기준, 5대 은행의 서민금융 실적 3709억원 중 약 75%가 출연금 기반이다. 자율적 금융 포용보다는 단기 실적과 정량 평가 중심의 대응이 반복되는 셈이다. 그런 가운데 은행들의 수익성은 오히려 개선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5년 1분기 국내은행 순이익은 6조9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약 29% 증가했다. 총자산수익률(ROA)과 자기자본순이익률(ROE)은 각각 0.71%, 9.55%로 상승했다. 수익성이 개선되는 상황에서도 포용금융은 여전히 휴면예금에 기대는 방식에 머물러 있다. 해외 주요국들은 포용금융을 보다 구조적이고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 미국은 민간 주도형 모델이다. 1990년대부터 CDFI(지역개발금융기관) 제도를 통해 빈곤지역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이 아닌 지역개발사업에 투자금이나 융자금을 공급하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JP모건체이스 등 대형 은행들도 지역 커뮤니티 중심의 금융 지원에 자율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일본은 정부가 적극적으로 주도하는 구조다. 2008년 출범한 일본정책금융공고(JFC)는 정부 재정과 채권 발행 등을 통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게 저리 대출, 경영 컨설팅, 채무 보증 등 통합 금융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한국은 정부가 민간 금융에 역할을 강조하면서도, 정작 자율성과 설계 권한은 충분히 부여하지 않는 구조에 머물러 있다. BIS 비율, 연체율, 대손충당금 등 건전성 규제와 함께 가계대출 총량 관리가 병행되는 상황에서, 수익성이 낮은 정책 대출 확대는 은행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정부는 휴면예금 의존도를 문제 삼으면서도 실적 중심의 목표만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어, 은행들은 자율적 전략보다는 수치 맞추기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포용금융 정책 기조는 더욱 강화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소상공인·자영업자 대상 채무조정과 금융지원을 확대하고 있으며, 배드뱅크 설립, 저금리 대환대출, 정책금융기관 신설 등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은행권 자금 출연이 재원 마련 방식으로 거론되고 있고, 연체율 상승 등 리스크 요인도 커지면서, 은행의 부담은 더욱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정부는 실적 중심의 요구에서 벗어나, 은행이 자율적으로 포용 전략을 설계하고 지속 가능한 모델을 마련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과 유인을 제공해야 한다. 은행 역시 단기 대응을 넘어, 수익성과 포용을 병행할 수 있는 중장기 구조 전환에 나설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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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이재명 정부의 가상자산 정책, 이번엔 다를까
[뉴스투데이=염보라 기자] “이번에도 흐지부지 끝나지 않겠습니까.” 필자가 이재명 정부에서의 가상자산 산업 육성 기대감을 전하자 업계 관계자는 이렇게 되물었다. 이러한 냉소는 단순한 비관이 아니다. 반복된 실망이 누적된 끝에 생겨난 학습효과에 가깝다. 선거 기간 마다 내걸린 공약(公約)은 번번히 공약(空約)으로 끝났고, 실현되지 않은 약속은 기대 대신 불신을 남겼다. 그러니 정권이 바뀌어도 질문은 되풀된다. ‘이번엔, 정말 다를 수 있을까.’ 지난 2월 기준 국내 5대 가상자산 거래소의 계정 수는 1600만개를 넘어섰다. 중복을 제외하면 1000만명 이상이 코인을 보유하고 있다는 가정이 나온다. 성인 4명 중 1명꼴이다. 하지만 이 거대한 시장을 떠받칠 산업 기반은 여전히 제도권 밖에 머물러 있다. 2018년 이후 수많은 블록체인·가상자산 관련 기업이 등장했지만 정부는 규제부터 꺼냈다. 산업이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필요한 제도는 늘 뒷전이었다. 윤석열 정부 역시 ‘산업 육성’을 외쳤지만 결과는 절반에 그쳤다. 해킹 보상과 이상 거래 감시에 초점을 맞춘 ‘1단계’ 투자자 보호법은 가까스로 통과됐지만 산업 설계를 위한 ‘2단계’ 입법은 끝내 발의조차 되지 못했다. 숙원 과제였던 토큰증권(STO) 법제화조차 국회 임기 만료와 함께 자동 폐기됐다. 산업 육성책이 지연된 이유는 무엇일까. 업계와 학계의 이야기를 종합해 보면 핵심엔 금융당국의 뿌리 깊은 불신이 자리해 있다. 자금세탁 방지와 거래 투명성 확보 등 기본 신뢰조차 확보되지 않았다는 판단은 산업 전반을 ‘잠재 리스크’로 규정하게 했다. 그러니 정부는 산업을 키우는 대신 사전 차단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을 테다. 불신을 방증하는 대표적인 예가 외국인·기관 투자자에 대한 진입 제한이다. 현재 외국인은 거래 자체가 막혀 있으며, 거래 규모가 큰 일반 법인의 거래 역시 사실상 불가능하다. 육성을 외치면서도 산업의 입구조차 닫아놓은 셈이다. 이는 국제 자금 유입은 물론 국내 시장의 정상적인 유통과 확장조차 가로막는 구조적 장벽으로 작용했다. (다만 정부는 연내 단계적으로 법인 거래를 풀어준다는 방침으로, 업계는 “예정대로 꼭 추진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그 사이 세계는 나아갔다. 미국과 유럽은 강력한 감독 시스템을 바탕으로 산업을 제도권에 편입시키며 투명성과 신뢰를 확보했다. 일본과 홍콩은 민간 주도의 디지털 자산 육성 정책으로 경쟁력을 키워갔다. 지난달 열린 정책 간담회에서 이석우 두나무(업비트 운영사) 대표가 “세계 주요국이 디지털 자산 허브를 향해 뛰고 있지만 우리는 방향도 속도도 아쉽다”고 꼬집은 이유다. 하지만 ‘변화’의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 이재명 정부는 디지털 자산을 명확히 ‘산업’으로 규정하고 육성 기조를 공식화했다. 2단계 법제화를 필두로 현물 상장지수펀드(ETF)과 원화 기반 스테이블 코인 도입, STO 법제화 등 주요 정책은 이전 정부와 유사하지만, 실행 의지만큼은 다르다는 평가다. 업계가 특히 주목하는 건 더불어민주당 디지털자산위원회의 인적 구성이다. 실무에 밝으면서 시장 친화적인 인사들이 전면에 포진했다. 규제가 아닌 산업 생태계 설계에 방점을 둔 진용으로, 과거와는 결이 다르다. 이는 단순한 인사 변화가 아니다. 가상자산을 ‘통제 대상’이 아닌 ‘디지털 경제의 기반 인프라’로 다루겠다는 정책 전환의 신호다. 정권 차원의 첫 실질적 메시지이기도 하다. 이제 필요한 건 또다른 선언이 아니다. 말이 아닌 ‘실천’, 의지가 아닌 ‘결과’로 말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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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금융사고 나 몰라라"…은행권 배상책임 강화 실효성 있어야
[뉴스투데이=금교영 기자] 비대면 금융거래가 급증하면서 보이스피싱·스미싱 등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도 함께 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금융사고로 인한 금전 피해 발생 시 소비자가 피해 금액을 고스란히 돌려받기는 사실상 어려운 실정이다. 최근 금융감독원은 비대면 금융사고 책임분담기준을 개선해 무단이체 피해를 입은 금융소비자를 보다 두텁게 보호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은행권과 제2금융권은 자율적으로 보이스피싱·스미싱으로 제3자에 의한 무단이체 등 금전피해가 발생한 경우 피해 일부를 배상하고 있다. 히지만 ‘자율배상’이라는 이름 때문인지 실질적인 피해 구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실정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올해 4월까지 은행권에서는 2244건의 배상 상담이 이뤄졌으나 배상 신청 건은 433건, 실제 배상이 이뤄진 사례는 41건에 불과하다. 배상 신청건 가운데 책임분담제 심사 대상은 183건, 심사 완료 109건 중 최종 배상이 이뤄진 것이 41건으로 1건당 평균 배상금은 412만원으로 집계됐다. 배상까지 걸린 기간은 평균 116일이었다. 배상 신청건 중 심사 대상에서 제외된 250건을 살펴보니 피해자가 직접 이체했거나 로맨스 스캠, 중고 사기 등으로 인한 사례다. 또 심사가 완료됐지만 배상이 이뤄지지 않은 건은 소비자의 중대한 과실 때문이라며 은행이 책임분담을 하지 않았다. 이처럼 비대면 금융사고에 대한 은행의 배상 사례가 일부인 것은 애초에 대상자가 제한적인데서 기인한다. 정교해지는 보이스피싱 범죄 수법 속에서 대부분의 피해자는 사칭 전화나 문자에 속아 직접 돈을 이체하는 사례가 많다. 특히 가족이 사고를 당했다거나 어려움에 처해 있어 도움이 시급하다는 등의 감정적 허점을 노린 범죄 수법으로 인한 피해가 매우 빈번하다. 그러나 이 경우 ‘제3자’에 의한 금융사고가 아닌 고객 ‘스스로’ 이체한 것이기에 애초에 자율배상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처럼 돈을 잃은 피해자들은 금전적인 피해뿐만 아니라 속아서 돈을 보냈다는 자책으로 고통의 시간을 보내게 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금감원이 비대면 금융사고 보상에 대한 개선이 필요함을 지적하고 은행권의 적극적인 책임 분담과 사고 예방 노력에도 더욱 무게를 두겠다고 한 것이다. 금감원은 그간 유사한 사고패턴에도 책임분담기준을 실제 적용하는 과정에서 은행별로 편차가 컸다고 지적했다. 은행별로 이상거래탐지시스템(FDS) 고도화 실적이나 사고 발생 이루 대응조치에 부족한 점이 있음에도 책임분담 시 이를 적정하게 반영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한 최장 307일까지 소요된 처리 기간에 대해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비대면 금융이 빠르게 일상화되는 시대, 금융사고에 대한 책임소재와 배상 기준을 명확히 하는 것은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를 위한 필수 조건 중 하나다. 명확한 금융소비자의 잘못까지 무분별하게 은행권에서 떠안으라는 것이 아니다. 다만 제도적 미비로 인해 피해자가 ‘이중고’를 겪는 현실을 더는 방치해서는 안 된다. 나아가 피해 발생 후 책임을 따지는 것이 아니라 사고 발생 자체를 줄일 수 있는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 금융의 기초는 소비자의 신뢰다. 유명무실한 제도가 아닌 실효성 있는 금융사고에 대한 소비자 보호 대책이 마련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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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백종원 대표님, IPO는 소꿉장난이 아닙니다
[뉴스투데이=임성지 기자] 백종원 대표가 이끌고 있는 외식프랜차이즈 기업 더본코리아가 위기에 봉착했다. 지난 2월부터 백종원 대표와 더본코리아는 △빽햄 가격 △감귤맥주 재료 함량 △농약 분무기 사용 △디저트 곰팡이 등 대내외적인 논란을 야기하고 있다. 리스크로 인한 여파는 고스란히 가맹점에게 쏠렸다. 금융감독원이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에게 제출한 카드사 4곳(삼성·신한·현대·KB)의 매출 데이터에 따르면 주요 브랜드인 홍콩반점 가맹점의 하루 평균 매출이 지난 2월 7453만원에서 지난달 6072만원으로 약 18.5% 줄었다. 또 같은 기간 새마을식당은 9945만원에서 8190만원으로 17.6% 감소했다. 그나마 더본코리아 전체 프랜차이즈 중 매출 비중이 높은 빽다방은 3월 일평균 매출이 4억3876만원으로 전월 대비 11.8% 증가했지만, 지난 4월에는 전월 대비 1.9% 성장에 그치는 등 증가세가 주춤했다. 또 최근에는 MBC 교양 PD 출신 김재환 PD가 백종원 대표의 방송사 갑질과 대패삼겹살 개발 진위여부 등 또 다른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 백종원 대표는 최근 기자 간담회에서 “나는 IPO, 주식 등 상장과 관련된 부분은 잘 모른다. 지금은 점주님들 상황을 빨리 타개해 나가는 것”이라는 발언을 했다고 전해졌다. 백 대표의 발언은 표면상 점주들의 피해 회복을 우선시하는 것으로 보여지나, 반대로 주주가치를 제고해야 하는 상장사 대표의 발언으로는 적절하지 못한 것으로 읽혀질 수 있다. 앞서 백 대표는 지난 3월 28일 개최한 더본코리아 주주총회에서 “상장이 처음이라 실적만 올리면 된다고 단순하게 생각했다”며 “그냥 해외시장에 잘 보이기 위한 면허 정도로 여겼다”고 말한 바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시작된 기업공개(IPO)에서 대부분의 새내기 상장사가 한파를 겪었던 것에 비해 더본코리아는 상장 첫날 6만4500원까지 올랐다. 시총도 당일 종가 5만1400원 기준 7436억원에 육박하는 등 백종원이라는 브랜드 파워를 앞세워 더본코리아의 밸류에이션은 상승했다. 그만큼 백 대표의 이름값이 주는 경쟁력과 신뢰가 유가증권시장에서도 발휘됐다. 그러나 더본코리아의 시총은 26일 기준 약 3700억원 수준이다. 고점 기준 정확히 반토막이 난 셈이다. 이처럼 회사 사정이 처참한 상황에 주식, 주가, 주주가치 제고를 잘 모른다는 백 대표는 왜 IPO를 진행하고 코스피에 상장을 추진했는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더본코리아가 상장을 추진한다고 했을 때 업계 일각에서는 다양한 의문점을 제기하면서 무리수라는 평가가 있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공장도 보유하지 못하고 내부 인력의 경쟁력도 부족한 더본코리아가 상장을 추진한다는 점에 의아했다”며 “더본코리아 상장으로 누군가 이익을 봤을 것이 분명하다”고 언급했다. 더본코리아 상장으로 이익을 본 곳은 우선 상장주관사다. 공동대표 상장주관사로 나선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이 인수 수수료로 각각 35억2512만원, 13억7088만원을 거둬들였다. 그러나 최대 이익을 본 주체는 더본코리아 최대 주주인 백 대표다. 1분기 기준 백 대표는 더본코리아 주식879만2850주(지분율 59.7%)를 보유한 절대적인 대주주다. 더본코리아의 공모가 3만4000원 기준으로 보면 상장 직후 백 대표는 약 2990억원의 자산을 보유하게 되는 셈이다. 주목해야 할 점은 또 있다. 백 대표의 보유 주식 중 일부분이 보호예수기간이 6개월밖에 설정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보호예수는 주식의 대량매도로 인한 주가 폭락 및 차익 실현을 방지하기 위해 설정하지만, 대주주인 백 대표는 보유 주식 263만7855주를 6개월 만에 시장에 매도할 수 있게 설정했다. 보호예수기간이 끝나가던 5월 2일 종가 2만6950원 기준 백 대표가 263만7855주를 시장에 던졌다면 약 711억원을 확보할 수 있었다. 만일 논란이 없었더라면 백 대표가 보유 주식 매도를 추진했을지도 모른다. 또 그로 인한 주가 변동이 더본코리아 주주들에게 어떤 영향을 줬을지도 모른다. 다만 분명한 것은 유가증권시장에 대해 잘 모른다는 백 대표의 입장과는 사뭇 차이가 있어보인다. 백 대표는 그동안 골목식당에 참여한 자영업자들에게 ‘이렇게 장사하는 것은 소꿉장난이에요’, ‘장사의 기본이 안 되어있어요’ 등의 발언을 했다. 또 본인의 프랜차이즈 운영에 대해 외식업을 모르는 가맹점주에게 ‘일종의 과외’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백 대표의 현재 불거지는 논란에 대해서 왈가왈부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다만, IPO를 추진하면서 상장에 대한 충분한 과외를 받지 않았는지, 기업 대표로서 IPO가 애들 소꿉장난인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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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의 눈] 오세훈 만난 김동연이 서울 메가시티를 '정치쇼'로 규정한 이유
- [뉴스투데이=임은빈 기자] 김동연 경기도지사, 오세훈 서울시장, 유정복 인천시장은 지난 16일 오후 6시 늦은 시간에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비공개 3자 회동을 했다. 1시간가량 진행된 면담에서는 기후동행카드, 메가시티, 수도권 매립지 문제, 아라뱃길 활성화 등 수도권 주요 현안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졌다. 다양한 현안 중에서도 가장 큰 관심을 모은 것은 '서울 메가시티' 문제였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최근 김포를 서울에 편입시키자는 제안을 한데 대해 구리, 하남, 광명 등도 서울 편입 추진 의사를 밝히면서 서울 메가시티가 이날 회동의 핵심 쟁점으로 부각됐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서울 메가시티 구상은 본전도 못찾았다. 김동연 지사가 강력한 비판 논리를 펼쳤고 국민의힘 소속인 유정복 시장조차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오세훈 시장의 입장은 '신중한 검토' 정도로 요약된다. 김동연 지사는 회동 후 브리핑에서 "메가시티에 대해서는 의견 차, 현격한 차이를 확인했다"며 "특별한 합의는 없었다"고 말했다. 김 지사는 이어 "지금 이 정부는 국토 균형발전을 거꾸로 하고 있다"며 "이날 특별법 발의 얘기를 들었는데 주민 의견 수렴이 안 됐다. 아무런 비전과 내용도 없이 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쇼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본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또 "이미 국민 심판이 끝난 사안이고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가 아니라 총선과 함께 사라질 이슈 아닌가 싶어 개탄스럽다"며 "이 같은 정치 쇼와 사기에 대해 국민은 두 눈 부릅뜨고 대한민국 나아갈 길을 정확히 보시고 판단할 거라 믿는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의 '김포시 편입'은 돌출성 포퓰리즘 정책이다. 내년 4월 총선에서 수도권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하지만 실효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추정된다. 김포시민들조차도 이해관계에 따라 찬반으로 엇갈리는 실정이다. 더욱이 김대중 정부 이래 역대 정부들이 이념적 성향 차이와 무관하게 추진해온 국토균형발전 정책에 역행하는 방향이다. 경기도조차도 균형 발전이라는 대의명분에 가로막혀 제조업 공장도 건립하기 어려운 역차별을 지금까지 받아왔던 것이다. 그런데 이제 와서 경기도 일부 지역을 흡수해 서울 메가시티를 만든다는 주장은 국민을 혼란에 빠지게 하고 있다. 진정한 메가시티의 의미는 인구 1000만의 서울을 줄이고 지방의 거점도시를 확장하는 데 있다. 부울경, 충청권, 광주 호남권, 대구와 경북 등을 발전시킬 지방 메가시티를 육성해 '다극체제'를 구축한다는 정책 개념이다. 김동연 지사가 추진하는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가 오히려 메가시티의 본래적 개념에 근접한다. 낙후된 경기북부를 특별자치도로 만들어서 새로운 발전의 계기로 삼을 경우, 상당한 국토균형발전 효과를 낳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김포의 서울 편입은 서울만 키우는 '단극체제'를 지향하는 구상이다. 수도권 여론조사에서도 김포 서울 편입에 대해서는 반대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다. 내년 4월 총선을 5개월 앞두고 단순히 지지율 확대에 눈이 멀어 국토균형 발전과 공익을 깨뜨리는 포퓰리즘 정책에 의존하려는 정치권의 행태는 이제 사라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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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의 눈] 'K-배터리' NCM 리사이클링으로 친환경 미래 잡아라
- [뉴스투데이=남지완 기자] 최근 세계 배터리시장에서 중국 기업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가운데 LG에너지솔루션·SK온·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3개 업체가 중국을 제압하려면 니켈·코발트·망간(NCM) 리사이클링(재활용)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배터리를 기반으로 한 전기자동차 시대가 일상이 됐다는 것은 결국 전세계적으로 친환경을 중시하는 산업이 대세가 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배터리 가격이 저렴하다’, ‘배터리 출력이 우수하다’ 등도 물론 중요하지만 친환경성을 확보하고 리사이클링 과정에서 보다 높은 부가가치를 확보할 수 있다면 미래 산업이라 볼 수 있다. 한국무역협회가 지난해 발간한 ‘전기차 배터리 재활용(리사이클링) 산업 동향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NCM 계열 배터리를 재활용하면 니켈, 코발트, 망간 등을 추출할 수 있다. 이들 3가지 원료는 약 42달러의 가치를 지닌다. 이에 비해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재활용하면 이들 추출 원료에서 얻는 경제적 가치는 15달러다. 결국 NCM 배터리가 LFP 배터리보다 수익성이 높다는 얘기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NCM 계열 배터리를 재활용하면 kWh(시간당킬로와트)당 68달러의 가치가 창출되고 LFP 배터리는 kWh 당 45달러를 창출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를 보여주듯 업계 관계자들은 NCM 계열 배터리가 희소성과 경제성이 높은 코발트가 포함돼 재활용 하는 것이 더욱 바람직하다고 입을 모은다. 중국 배터리 기업은 최근 수년간 근로비용 절감과 중국 정부의 대대적인 보조금 혜택에 힘입어 판매 가격이 낮은 LFP 배터리를 주로 생산하며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이와 다르게 한국 배터리 기업은 아직까지 LFP 배터리 양산을 하고 있지 않으며 단가가 비싸지만 에너지 밀도가 높은 NCM 계열 배터리를 생산해 판매 중이다. 단기적 관점에서 바라보면 가격이 저렴한 LFP 배터리가 완성차 기업 수요를 이끌어 내는 것은 당연하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전기차가 내연기관차를 대체하는 이유를 보다 심도 있게 생각해봐야 한다.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싸지만 지속적인 리사이클링이 가능하고 경제적 효과가 큰 배터리는 NCM 계열 배터리로 밝혀졌다. 이에 따라 친환경 산업 기조에 속도를 내고 있는 미국, 유럽연합(EU) 등 선진국은 중장기적으로 NCM 계열 배터리를 선호하는 게 불을 보듯 뻔하다. 이러한 세계적인 흐름을 감안할 때 한국 배터리 기업은 수익성이 높은 NCM 계열 배터리로 승부를 볼 수 밖에 없다. 배터리 리사이클 역량을 확보한다면 중국의 저가 공세에 두려움을 느낄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전 세계 친환경 트렌드가 더욱 속도를 내고 있는 현실에서 가성비가 아닌 친환경과 수익성 포트폴리오에 눈을 돌려야 한다. 그것만이 중국 배터리 업체를 이겨내 세계 최강의 배터리 강국 위상을 누리를 수 있는 비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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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의 눈] '매도' 리포트에 개인·법인 동시 공격 받는 애널리스트들
- [뉴스투데이=임종우 기자] 최근 여의도의 한 증권사 앞에서 개인투자자들이 항의 집회를 벌였다. 이들은 한 애널리스트를 대상으로 소위 ‘집단 린치’를 가하는 양상을 보였다. 해당 개인투자자들은 이차전지 종목에 주로 투자한 인터넷 카페 ‘박지모’(박순혁을 지키는 모임) 회원들이었고, 이들로부터 항의를 받은 애널리스트는 이달 에코프로(086520)에 대해 ‘매도’ 보고서를 낸 한 증권사의 연구원이다. 당시 박지모 회원들은 해당 애널리스트에게 “매국노냐”거나 “돈을 받았냐”, “네가 뭔데” 등 원색적 비난을 쏟아내며 가방을 붙잡거나 보행로를 막는 등 수위 높은 항의를 이어갔다. 지난 8일 해당 연구원은 ‘인기투표와 저울’이라는 보고서를 내고 에코프로의 목표주가를 기존 55만5000원에서 42만원으로 대폭 하향 조정하고, 투자 의견 ‘매도’를 유지했다. 에코프로는 이달 6일 공매도 전면 금지에 힘입어 직전 거래일 종가(3일, 63만7000원) 대비 상한가인 82만8000원에 거래를 마쳤고, 이어진 7일에도 3%대 오르며 마감한 바 있다. 그동안 공매도의 주요 타깃이 된 이차전지주의 투자심리가 금융당국의 공매도 금지 조치에 힘입어 되살아난 것이다. 하지만 에코프로는 공교롭게도 항의를 받은 연구원이 보고서를 발표한 지난 8일부터 3거래일 연속 하락 마감해 상승 폭을 줄이며 지난 10일 공매도 금지 전 종가보다 약 7% 높은 수준인 68만5000원에 장을 마쳤다. 해당 연구원은 지난 4월 에코프로에 대해 처음 매도 의견을 냈는데, 당시에도 이차전지 투자자들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 소속 증권사에 항의 전화가 빗발쳤고 금융감독원에서 관련 민원에 다수 접수되면서 연구원이 금감원의 조사를 받는 해프닝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에코프로는 연초부터 급등세를 이어가 지난 8월까지 1000%를 훌쩍 넘기는 상승세를 기록한 바 있다. 이달 10일 기준으로도 지난해 말보다 거의 600%가량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이같은 주가 수준에서는 매도를 고려할 만하다고 여겨지지 않는가. 증권사와 애널리스트가 추가로 상승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내는 것이 더욱 직업 윤리 의식이 없는 것 아닌가. 앞서 올해 초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국내 증권사의 대표들을 만나 리서치 보고서의 ‘매수 쏠림’ 관행을 지적한 바 있다. 실제로 국내 증권사의 매도 리포트 비중은 0.02% 수준으로, 사실상 시장에서는 보유나 중립이 매도로 여겨지는 상황이다. 하지만 연구원들이 실질적으로 매도 의견 등 부정적인 리포트를 냈다간 이번 에코프로 사례처럼 공격당하기에 십상인 상황에서 누가 용기를 낼 수 있겠는가. 금융당국도 깜짝 공매도 금지 발표를 이어가는 등 개인들의 눈치를 보는 상황에서 일개 연구원이 종목과 산업군에 대한 분석에 있어 객관성과 냉정함을 유지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여겨진다. 게다가 법인 영업도 강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애널리스트는 개미와 기관 두 투자주체의 눈치를 살펴야만 하는 상황이다. 최근 ‘증권가의 꽃’이라 불리던 애널리스트들의 이탈세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 금융 선진국 도약을 위한 일환으로 이들의 중립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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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의 눈] 은행들, 자발적 지원 확대로 ‘이자 장사’ 논란 잠재워야
-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KB·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금융지주는 올 3분기 누적 15조649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1.2% 감소했지만 여전히 수익성은 견고하다. 이들 회사가 3분기까지 걷은 이자 이익만 30조9366억원에 달한다. 최근에는 5대 시중은행의 평균 근로소득이 모두 1억원을 돌파했다는 현황 자료도 공개됐다. 매분기마다 조(兆) 단위 순이익을 쓸어 담으니 성과급도 두둑하게 지급했다. 회사가 경영 효율성 제고 차원에서 진행한 희망퇴직 신청자는 1인당 최대 4억원대의 퇴직금을 챙겼다. 일반적으로 기업의 실적이 성장하면 격려와 칭찬이 뒤따른다. 요즘 같은 경기 불확실성 속에서도 저력을 보여줬다는 호평이 이어진다. 이런 성과를 일으키는 데 일조한 구성원들에게 이익을 나눠주는 것도 일상적인 일이다. 은행은 반대다. 돈을 잘 벌면 욕을 먹는다. 고금리에 올라탄 이자 장사로 손쉽게 이익을 얻었다는 비판이 잇따른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 입에서 나온 ‘종노릇’, ‘갑질’ 등의 표현은 은행 비판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정부·정치권에서도 비슷한 논리의 압박성 발언이 쏟아진다. 서민들은 ‘은행 대출금리가 너무 올라 이자 부담이 커졌다’고 호소한다. 반면 은행들은 ‘시장의 기준이 되는 금리가 올라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을 내세운다. 금융지주(은행) 실적이 발표될 때마다 이런 논쟁은 도돌이표처럼 이어진다. 요즘은 금리가 워낙 높다보니 ‘은행이 나쁘다’는 쪽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사실 은행이 금리를 인위적으로 조절하는 건 제한적이라는 주장에 공감한다. 현재의 고금리는 중앙은행 긴축 기조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은행들이 국민들에게 잘 보이겠다며 대출금리를 내리면 통화정책 방향과 시장 질서 자체가 훼손될 수 있다. 시장금리는 내버려두고 ‘마진’ 성격인 가산금리를 낮추면 되지 않느냐는 주장도 있지만, 은행의 이익(마진)을 깎는 게 금융시장 선진화에 도움이 될 지에 대해선 고민이 필요하다. 이익 추구 없이 대출 공급자 역할만 수행하면 금융의 질 역시 저하될 수밖에 없다. 그래도 은행에 배신감이 드는 건 역대급 실적보다는 그동안의 태도다. 이자 장사와 관련해서는 ‘주요국 대비 수익성이나 이익 규모가 크지 않다’고 열변을 토하지만, 반대로 성과급 등 내부 돈 잔치에 대해선 ‘다른 대기업도 그렇게 한다’는 식으로 여론 진화에 급급했다. 우리나라 은행들은 너무 관치(官治)에 익숙하다는 얘기를 들은 적 있다. 정부 압박이 시작되면 마지못해 관련 정책에 동참하거나, 시늉만 내면서 파도가 가라앉길 기다린다. 규제 산업이라는 명분으로 스스로 움직이지 않는다. 요즘같이 금리가 높아진 국면에서 더더욱 수동적이다. 지난해 국내 은행들의 사회공헌 규모는 1조2380억원으로 나타났다. 서민금융도 포함된 집계다. 물론 이 규모가 작다고 보긴 어렵지만, 지난해 5대 시중은행이 임직원들에게 지급한 성과급(약 1조3823억원)에도 못 미친다. 지난해는 은행들의 역대 최대 실적 행진으로 이자 장사 논란에 불이 붙은 시기였다. 최근 은행을 둘러싼 여론이 다시 악화되자 슬슬 서민금융 확대 발표가 나오고 있다. 이자를 캐시백해준다 거나, 대출 만기를 늘려준다는 식이다. 대통령·정부 압박이 시작되면 지원 정책 마련에 나서는 패턴은 이번에도 똑같다. 은행들의 사회적 책임 이행 의지가 되살아나기 위해서는 꼭 충격 요법이 필요한 모양새다. 은행에 대한 지나친 악마화는 지양해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 다만 은행들도 그동안 ‘약탈적’ 이미지가 굳어진 이유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서민들이 낸 이자로 곳간을 채우고, 서민금융 지원에 소극적으로 나서는 건 비판받아 마땅하다. 은행들이 생명으로 여기는 신뢰 측면에서도 부정적이다. 이제 은행들도 분위기 반전이 필요한 시점이다. 매번 등 떠밀려 지원에 나서는 장면이 되풀이되면 진심을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정부 역할과 별개로 은행 스스로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데 정진해야 한다. 은행들이 호실적을 낼 때 비판과 압박보다는 칭찬과 기대가 우선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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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의 눈] LH·GS건설, 보여주기식 혁신안 안된다
- [뉴스투데이=모도원 기자] 21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이하 국토위)의 국정감사가 지난 27일 막을 내렸다. 이번 국감의 핵심 쟁점은 지난 4월 인천 검단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를 빚은 철근누락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전관 카르텔이었다. 국감이 열리자마자 GS건설과 LH에 대한 위원들의 질타가 쏟아졌다. GS건설의 경우 안전관리 문제를 지적받으며 검단 아파트 입주예정자들에 대한 피해보상 요구가 이어졌다. LH 역시 부실시공과 유명무실한 관리·감독 실태를 두고 강도 높은 비판이 잇달았으며 전관예우 문제가 불거졌다. 한껏 물매를 맞은 GS건설과 LH는 재발 방지를 약속하며 각자 혁신안을 내놓았다. GS건설은 조직개편을 단행하는 동시에 허윤홍 GS건설 미래혁신대표를 사장으로 선임하며 오너 경영체제에 돌입했다. 부실 건설사라는 이미지를 회복하고 오너를 내세워 책임 경영을 강화하겠다는 의미다. LH 역시 '해체' 수준의 혁신안을 약속하고 준비 중에 있다. 현재로선 설계·시공·감리업체 선정 등의 권한을 전문기관에 이첩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앞서 4명의 상임이사를 경질하고 설계, 감리 등 용역 계약 절차를 전면 중단한 것에 이은 혁신안이다. 하지만 건설업계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이미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혁신안을 내놓고도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지 못했는데, 이번에도 다를 게 무엇이냐는 반응이다. 실제 2021년 전현직 임직원의 땅투기 사건 이후에도 정부와 LH는 해체에 준하는 혁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1년 남짓한 시간이 흐른 후 이슈가 잠잠해지자 해체론을 거둬들이고 일부 내부를 손질하는 수준에 그쳤다. 상황이 이렇자 LH에 대한 신뢰도는 바닥까지 떨어진 모양새다. 허종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여론조사 기관인 리서치DNA에 의뢰해 지난 24일부터 이틀간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LH 아파트 신뢰도를 묻는 항목에 '부정 평가' 응답이 54.6%로, '긍정 평가'(21.8%)보다 32.8%포인트 높게 나타난 것이 이를 방증한다. GS건설과 LH의 혁신안은 보여주기식으로 끝나면 안된다. 이번 부실시공 사태가 관리·감독 소홀로 빚어진 '인재'였다는 점에서 개선의 여지는 충분하다. 이번 혁신안마저 실효성을 거두지 못한다면 실제 '해체' 수순까지 밟아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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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의 눈] 또 터진 공매도 논란, 순기능 되려면
- [뉴스투데이=황수분 기자] 개미(개인투자자)들은 한탄했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인 홍콩 소재의 BNP파라바와 HSBC 2곳의 무차입 공매도 사실이 포착되면서다. 적발된 금액만 560억원에 달했다. 확인된 금액이라는 점에서 확인되지 않은 금액을 포함하면 액수는 더 늘어날 수 있다. 그간 합리적인 의심으로 남아있던 것과 달리, 불법 공매도가 관행적이고 조직적으로 이뤄졌다는 점은 충격적이다. 개미들은 터질 게 또 터졌다는 반응이다. 개인 투자자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최근 한 투자 커뮤니티 등에는 “한국에서 주식하면 패가망신한다”, “기관과 외국인이 개미 등쳐먹기 딱 좋은 환경이다” 등 부정적인 글들의 수위도 세졌다. 급기야 정치권은 물론 사법계까지 나서 공매도를 본격 손질하겠다고 나섰다. 금융감독원(금감원)은 불법 공매도 적발 시, 외국에 거주하는 투자자라도 국내에서 형사 처벌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지난 17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윤주경 의원은 "불법 공매도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분노가 크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복현 금감원장은 최근 불법 공매도가 적발된 IB 관련 "과거에 있었던 금액보다 훨씬 더 큰 금액을 금전적으로 책임지도록 하겠다"며 "형사처벌도 가능할 거 같은데, 외국에 있는 사람(임직원) 끌어와서 처벌할 수 있게 하겠다"고 답했다. 공매도는 ‘없는 것을 판다’는 것으로,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약세가 예상되는 종목을 매도해 이로 인한 차익을 노린다. 즉 주식을 빌려와 매도 주문을 한 뒤, 예상대로 주가가 하락하면 차익을 얻는 방식이다. 시세차익을 노리는 투기적 요소 탓에 공매도를 바라보는 투자자의 인식은 곱지 않다. 주가 급락 등 시장 혼란을 유발해 한때 공매도가 국내에서 금지되기도 한 이유다. 게다가 개미들은 사실상 공매도를 활용할 수 없다는 점에서 차라리 없는 게 낫다고 할 만큼 불신이 크다. 그도 그럴 것이 개미들한텐 불공평한 시장이기 때문이다. 수수료도 비싸고 두 달 안에 갚아야 해서 개미들은 “기간만이라도 늘려달라”고 끊임없이 호소한다. 반면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들은 공매도가 꿀로 통한다. 사실상 기간 제한도 없고, 규제도 적다. 특히 외국인의 놀이터면서 시장을 좌지우지한다. 그렇다 보니, 공매도 거래대금 규모로 따지면 개인투자자들 비중이 1~3%대인데 비해 외국인·기관이 나머지 전체를 차지할 정도다. 개미들은 공매도를 '폐지해달라'는 청원에도 꾸준히 올린다. 하지만 공매도는 주식시장이 원활히 움직이도록 하는 순기능도 있다. 고평가된 주식을 제자리에 돌려놔 거품을 막는다거나 유동성을 증가시킨다. 이 금감원장도 국감장에서 "외국인 투자자 등 해외 신뢰를 얻기 위한 제도의 선진화가 무조건 필요하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며 "다만 국내 기관과 개인투자자 등 시장참여자 모두 신뢰를 얻어야 하는데, 이 지점이 너무 크게 신뢰가 손상돼 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이 개인적인 소견"이라고 강조했다. 공매도는 기관·외국인뿐만 아니라 개미들에게도 순기능이 되려면 투자의 신뢰도를 끌어올려야 한다는 얘기다. 핵심은 우리나라 공매도 제도는 개인 접근을 배제한다는 인식을 지워야 한다는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이제 현행 공매도 자체를 제대로 뜯어볼 때가 됐다. 하지만 전산시스템을 비롯해 당장 제도 개선은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이 원장 역시 그간 시장에서 꾸준히 요청이 제기된 공매도 제도 개선 조치에 대해선 '더 고민이 필요하다'는 답변으로 일관했다. 문제의 본질은 공매도를 악용해 미공개 정보로 부당이득을 취한 세력들이다. 따라서 정당한 거래 방식인 공매도 제도를 무작정 불공정 거래 수단으로 옭아매 폐지해야하는 것은 아니다. 이 원장은 “공매도를 덮을 수도 없고 걷을 수도 없는, 어떻게 보면 약간 병목에 갇혀 있는 형태이기 때문에 좀 더 열린 마음으로 현황을 점검하고 개선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공매도는 어디까지나 일반 투자자들의 공감이 필요한 제도다. 공매도는 외국인과 기관이 합쳐 개미들과 싸우는 대결이 아님을 정부는 고려해 정책 방향을 정해야 한다. 공매도가 한국 증시를 짓누르는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원인이라고 꼬집기만 할텐가. 우선 기울어진 운동장부터 바로 세워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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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의 눈] 현대차, 국내에 상품성 높은 전기차 출시해 승부 펼쳐라
- [뉴스투데이=남지완 기자] 최근 현대차·기아가 테슬라의 모델 Y 차량에 국내 전기자동차 판매량 1위를 빼앗겨 체면을 구기고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완성차 업체 현대차·기아는 국내 전기차 시장서 줄곧 판매량 선두권 자리를 지켜왔다. 그런데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와 카이즈유 데이터 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테슬라 모델 Y 차량이 올해 9월 국내에서 4206대 팔려 1위를 차지했다. 이에 비해 같은 달 현대차 아이오닉5는 705대 판매됐으며 아이오닉6는 344대, 기아 EV6는 601대가 판매되는 데 그쳤다. 판매량 순위가 갑자기 바뀐 것은 매달 400여대에 머물렀던 모델 Y 판매량이 850% 넘게 급증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모델 Y가 이처럼 많은 소비자 이목을 집중시킨 것은 테슬라가 본격적으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사용해 모델 Y를 생산해 가장 저렴한 모델인 스탠더드(기본 트림) 모델을 한국에 집중적으로 수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하반기부터 국내로 수입되는 모델 Y 스탠더드는 5000만원대 중반이다. 올해 환경부 전기차 보조금은 차량 가격이 5700만원 이하이면 100% 지급된다. 이는 외제차 모델 Y 스탠더드를 구입하면 대부분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V2L(전기차에서 전기를 외부로 끌어내 사용하는 솔루션) 탑재 여부, 주행 가능 거리에 따라 일부 보조금이 감액되는 현상이 발생하지만 모델 Y가 합리적인 가격으로 소비자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이에 비해 아이오닉5와 아이오닉6 기본 모델은 5000만원대 초반이다. 일반적으로 차량 가격이 비슷하면 외제차를 선호하는 게 소비자들의 심리다. 아이오닉5와 아이오닉6가 모델 Y보다 가격이 저렴하지만 가격 차이가 크지 않아 소비자들이 외제차인 모델 Y에 눈길을 돌리고 있다고 봐야 한다. 결국 이 같은 상황을 타개하려면 현대차도 LFP 배터리를 사용해 가격 경쟁력이 있는 전기차를 생산해야 한다. 형제 기업 기아는 이미 LFP 배터리를 활용해 레이 EV, 니로EV를 생산하는 등 가성비 전기차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 지난 12일 ‘기아 EV 데이’를 열어 가성비 전기차를 잇따라 출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 같은 점을 고려할 때 현대차 역시 소비자들에게 합리적인 가격으로 접근하는 경영 전략을 펼쳐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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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의 눈] 국회 파행에 밀려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보험 가입자 편익 또 뒷전
- [뉴스투데이=김태규 기자] 국회 일정이 정쟁으로 파행되면서 민생법안 통과가 또다시 뒷전으로 밀려나게 됐다. 보험가입자들이 바라온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 표결이 지연된 것이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는 2009년 국민권익위원회 권고 이후 지속적으로 추진돼 왔으나 번번이 국회 정무위 심사 단계에서 계류되다 폐기되기를 반복해 왔다. 보험사가 환자 데이터를 집적해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고, 진료코드 통일 등을 이유로 진료행위를 통제할 수 있다는 등 의료계의 반발이 거셌기 때문이다. 우여곡절 끝에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보험업법 개정안)은 이달 2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하면서 본회의에 상정됐다. 하지만 본회의 표결을 앞두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 이후 국회 본회의 일정이 미뤄지면서 통과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현행 제도상 실손보험 가입자가 보험금을 청구하기 위해서는 병원이나 약국에서 서류를 발급받아 보험설계사에게 직접 제출하거나 팩스 등을 통해 보험사에 직접 제출해야 한다. 이 과정이 번거로워 진료비가 소액인 경우 보험금 청구를 아예 포기하는 실손보험 가입자들이 많다. 지난해 청구되지 않은 실손보험금 추정액은 2512억원이다. 실손청구 간소화 법안이 통과되면 병원에 실손보험금 청구를 요청하기만 하면 돼 보험 가입자의 편익이 증대될 수 있다. 실손청구 간소화 법안의 법사위 통과 이후 보험 가입자들이 가장 바라고 있는 실손청구 간소화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됐으나 국회 파행으로 보험 가입자의 권리 보장은 또다시 지연됐다. 한국소비자단체연합은 지난달 26일 "불필요한 정쟁이나 다른 이유로 인해 중요한 민생 법안 처리가 미뤄져선 안 된다"며 "많은 시간과 노력 끝에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법제화 기회가 마련된 만큼 제도적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국회가 노력해주길 바란다"고 주장했다. 정쟁을 이유로 국민의 편익을 제고하는 민생 법안 통과가 지연된다면 국민이 선출한 국회의원의 책무를 다하지 못하는 것이다. 보험금 청구 과정이 번거로워 보험 가입자가 당연한 권리를 포기하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국회 정상화와 실손청구 간소화 법안의 조속한 본회의 통과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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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의 눈] 반도체 기술 유출에 ‘솜방망이 처벌’, 국가 '미래 먹거리' 위협 받는다
-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업황 부진으로 보릿고개를 겪고 있는 반도체 업계에 근심이 더해졌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반도체 핵심기술을 중국 경쟁업체에 유출한 혐의로 기소된 협력사 A사 임원 등에 대해 최근 1심 판결이 나왔다. A사는 2018년 8월부터 2020년 6월까지 약 2년에 걸쳐 삼성전자 계열사 세메스 정보를 몰래 취득해 초임계 세정장비를 개발하고 SK하이닉스의 HKMG(하이케이메탈게이트·High-K Metal Gate) 반도체 관련 공정기술을 유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HKMG는 누설 전류를 막고 정전용량을 개선한 첨단 공정 기술이다. 이를 통해 D램 반도체 속도를 빠르게 하면서도 전력 소모는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A사 부사장에게 징역 1년, 상무 등 고위직 임원 2명에게 각각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및 벌금 3000만원, 나머지 직원들에게 징역 8월~1년에 집행유예 2년과 벌금형, 무죄 등을 선고했다. 또 양벌규정으로 재판에 넘겨진 A사에 대해 벌금 4억원을 판결했다. 업계에서는 현실과 괴리감 있는 솜방망이 양형기준으로 국가 핵심산업인 반도체 기술이 위협받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산업기술보호법에는 국가핵심기술 유출 때 3년 이상 징역과 15억원 이하 벌금을 동시에 부과하도록 규정한다. 또 국가첨단전략산업법은 5년 이상 징역과 20억원 이하 벌금을 모두 부과하도록 정하고 있다. 법에서는 기술유출 범죄는 중형에 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실제 재판부로 넘어온 기술유출 기소 사건 가운데 30.3%는 무죄, 54.5%는 집행유예로 결정난 것으로 알려졌다. 10건 중 8건은 법정형보다 지나치게 낮은 대법원 양형 기준과 처벌 대상을 ‘목적범’으로 보는 강한 범죄구성요건 등으로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도 기술유출 범죄에 대한 양형기준 상향 조정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대법원 양형위원회에 기술유출범죄 양형기준 분리와 강화를 요청했다. 이에 따라 양형위는 기술유출 범죄 양형기준 정비에 나섰다. 계획대로라면 오는 11월 양형기준안 심의를 거친 후 내년 1월 확정되면 같은 해 3월 최종 의결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그대로 복제해 중국에 옮기려 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삼성전자 전(前) 상무가 삼성디스플레이와 삼성엔지니어링 영업비밀도 부정 취득한 혐의가 지난 20일 추가됐다. 지금 이 시간에도 어디에서, 어떤 루트로 국내 기업 기술이 외부로 새나가고 있을지 모를 지경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과학기술은 곧 국가 경쟁력이다. 관계 당국은 양형기준 재정비 과정에서 국내 기업은 물론 자칫 한국에 위기를 가져다 줄 수 있는 기술유출 범죄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에 대한 개선작업에 나서야 한다. 이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국가 차원의 과제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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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의 눈] 소멸되는 ‘비대면 진료’, 국회와 정부가 '두 마리 토끼' 잡는 제도 만들어야
- [뉴스투데이=최정호 기자]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화려하게 꽃 피웠던 비대면 진료 서비스가 자취를 감출 모양새다. 국내 1위 비대면 진료 플랫폼 ‘낙터나우’가 사업을 대폭 축소하며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찾겠다고 했다. 중소 플랫폼 기업들은 비대면 진료 사업을 접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이 사업을 그만두는 것은 보건당국이 초진과 약 배송 불가를 비대면 진료의 원칙으로 방향을 잡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펜데믹 상황에는 환자가 플랫폼 안에서 비대면으로 쉽게 진료를 보고 처방 약을 배송 받는 편의성이 있었다. 현재는 같은 질환으로 방문했던 병원에서 비대면 진료를 받아야 하고 처방 약은 약국에서 집적 수령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생겼다. 비대면 진료가 편의성에서 번거로움으로 바뀌자 수익 모델이 없다며 플랫폼 기업들이 사업을 접고 있는 것이다다. 사실 코로나 상황에서도 비대면 진료를 통해 수익을 내는 플랫폼 기업은 없었다. 무엇보다 비대면 진료는 법제화라는 숙제를 남겨두고 있다. 비대면 진료는 코로나 상황에서는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의해 한시적으로 가능했다. 현재는 보건복지부가 고시를 통해서 비대면 진료를 시범사업으로 운영하고 있다. 문제는 제도화를 놓고 여야 정치 공방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더불어민주당 최혜영(보건복지위원회)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도서산간 지역거주자나 거동 불편자의 경우 비대면 진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했다. 또 대면 진료한 만성질환자의 경우 비대면 진료를 받을 수 있게 했다. 국민의힘 김성원(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초진도 비대면 진료를 받을 수 있게 했으며 환자군도 특정하지 않았다. 때문에 비대면 진료 플랫폼 기업 편향적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의원들 사이에서는 올해 정기국회 때 비대면 진료 법제화를 마무리하겠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지만 법제화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국정감사에서도 논의된다고 하지만 여야 간 당쟁에 치우쳐 영양가 있는 대안이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21대 국회는 국정감사와 예산심의를 끝내면 사실상 마무리 단계다. 내년 4월 총선 준비로 비대면 진료뿐 아니라 다양한 민생 법안들은 뒷전으로 밀려날 가능성이 크다. 비대면 시대와 기술 발달로 의료 서비스도 혁신이 필요하다. 비대면 진료가 혁신 의료로 각광을 받고 있지만, 이윤만 추구하는 기업들과 당쟁으로 민생은 뒷전인 정치 상황으로 점차 사라질 기로에 놓여 있다. 국회와 정부가 나서서 국민의 '편의'와 '안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비대면 진료가 될 수 있게 노력을 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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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의 눈] '흉악범죄는 게임 탓'이라는 고장난 레코드 언제까지 들어야 하나
- [뉴스투데이=강륜주 기자] 최근 묻지마 칼부림 테러 등 흉악범죄가 기승을 부리면서 범죄 원인이 '게임 중독'에서 비롯됐다는 인식이 다시 수면위로 떠올랐다. 검찰은 지난 7월 끔찍한 행동으로 국민을 충격에 빠뜨렸던 '신림동 묻지마 흉기난동'에 대해 경찰 수사 단계에서 언급하지 않았던 '게임중독'을 범행 원인으로 밝혀 논란이 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브리핑에서 "피고인이 현실과 괴리된 게임 중독 상태에서 불만과 좌절 감정이 쌓여 저지른 이상동기 범죄에 해당한다"며 "젊은 남성을 의도적으로 공격 대상으로 삼아 마치 컴퓨터 게임을 하듯 공격한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피의자 조선이 범행 당일 아침까지 ‘1인칭 슈팅 게임’ 동영상을 시청했다"며 "범행 당시 보인 특이한 움직임과 게임 캐릭터 사이 유사점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렇듯 범죄 원인이 '게임 탓'이라는 '게임 혐오' 프레임은 지난 2000년대 초반부터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 주장에 대한 근거는 없다. 검찰이 과학적으로 검증된 증거 없이 내놓은 의견에 불과하다. 일각에서는 '게임과 범죄와의 연관성은 없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끔찍한 사고 원인을 게임중독으로 연결하는 것은 문제 원인을 단순화해 쉬운 답을 찾으려는 의도"라며 강력범죄와 게임 연결성에 손사래를 치고 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그동안 미국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을 조사했더니 범인 대부분은 게임을 즐기지 않았다"며 "이는 총기난사와 게임중독과 관련이 없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심지어 스웨덴 정부는 게임을 중·고등 교육과정에 활용하기 위해 학생들에게 게임을 즐길 시간을 많이 할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상황과는 반대로 우리나라는 게임 혐오에 대한 프레임을 묻지마 살인사건, 테러 등 범죄와의 인과관계를 밝혀내지 못한 채 쉽게 그릇된 결론을 내리는 모습이어서 안타까울 따름이다. 오히려 각종 흉악범죄가 끊이지 않고 이어지는 것은 게임 중독이 아닌 저지른 범죄에 걸맞지 않는 '솜방망이 처벌' 때문은 아닌 지 모르겠다. 'K-게임'을 이끌며 해외에서 한국의 위상을 높이는 게임 탓을 하기 보다는 솜방망이 처벌 행태를 개선하고 범죄 원인에 대한 심층적인 분석이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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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의 눈] 휴가 끝나자마자 윤 대통령과 대립각 세운 김동연 지사, 생산적 정치논쟁 이끌어
- [뉴스투데이=임은빈 기자]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일주일간의 여름휴가를 끝마치고 4일 업무에 복귀했다. 김 지사는 지난 1일 휴가 마지막 날에 페이스북에 한 장에 사진을 올리고는 "'민생 재정·적극 재정·확장 재정'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휴가가 끝나기도 전에 '긴축 재정'을 강조하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는 메시지를 남긴 것이다. 정부는 지난달 29일 '2024년 예산안'을 발표하고 내년 역시 올해와 마찬가지로 긴축 재정에 들어가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우리 정부는 전 정부가 푹 빠졌던 '재정 만능주의'를 단호히 배격하고 건전재정 기조로 확실하게 전환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지난 정부의 방만한 재정 운영으로 국가채무가 400조원 증가했고, 지난해 처음으로 1000조원을 돌파했다"며 "일각에서는 선거를 앞두고 정부가 예산을 과감하게 풀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렇지만 국채 발행을 통한 지출 확대는 미래 세대에게 재정 부담을 떠넘기고 국가신인도 하락으로 기업 활동과 민생경제 전반에 어려움을 가중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지사는 윤 대통령의 재정만능주의 비판 발언이 있은 후 사흘만에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며 강력한 반박논리를 제기한 셈이다. 이 같은 김 지사의 행보는 다분히 준비된 정치행위로 풀이된다. 휴가를 사흘 앞둔 금요일이었던 25일 오전에 이례적으로 금요일 오전에 이미 '2023년도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 관련 기자회견'을 했다. 김 지사는 이 자리에서 1432억원 증액한 '확장 추경'을 발표했다. 김 지사는 이날 "경기도 재정은 1조9000억원 정도 세수 감소가 전망된다. 예전 같으면 대폭적인 감액 추경으로 지출을 줄였을 것"이라며 "그러나 이번 추경은 어려운 경제 상황과 경기침체에 적극 대응하기 위한 '확장 추경'"이라고 말했다. 김 지사는 이어 "경기도 수출이 12개월 연속 감소하고 있다. 수출의 3분의 1이 반도체며 반도체의 60% 이상이 중국으로 수출되는데, 반도체 불황과 대중국 수출감소가 이어진 상황에서 감소는 당연한 일"이라며 "6월부터는 경기도 일자리도 줄어들고 있고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어려움은 더 말할 게 없다. 지금은 재정이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할 때다"고 강조했다. 또 "경제가 어려운 것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정부가 이런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중앙정부는 내년 예산도 같은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기침체로 인해 소상공인등과 같은 서민층이 직격탄을 맞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긴축 재정을 펴는 것은 잘못된 판단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다. 그러면서 "이번 추경안을 준비하면서 많은 고민을 했다. 관례적으로 다니던 쉬운 길을 가지 않고 어려워지는 경제를 생각하며 발상을 뒤엎는 힘든 길을 택했다"며 "도민과 함께 하루속히 지금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경기도 경제의 기초체력과 회복 탄력성을 키우도록 하겠다"고 말하며 기자회견을 마무리 지었다. 정부가 내년 예산안을 발표하기 사흘전에 이미 '긴축 재정론'에 대한 반박논리를 던져놓고 휴가 마지막 날인 1일에 쇄기를 박은 셈이다. 총선을 7개월 앞둔 상황에서 김 지사가 재정방향을 두고 윤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는 것은 한국정치의 발전을 위해 바람직한 모습이다. 경기침체와 불경기가 깊어지고 있는 시점에서 긴축 재정과 팽창 재정 중 어느쪽을 선택할지를 두고 벌이는 정치논쟁은 생산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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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의 눈] 용도별 차등가격제 이대로 좋은가
- [뉴스투데이=김소희 기자] 낙농진흥회 소위원회가 10월부터 흰 우유 원유 가격을 리터(L)당 88원 인상하기로 결정하면서 흰 우유의 소비자가격이 1리터 당 3000원을 넘길 것으로 보인다. 국내 원유 가격은 용도별 차등가격제로 산정된다. 용도별 차등가격제는 우유 수요가 감소하고 있음에도 우유 가격이 지속적으로 오르는 문제를 방지하고자 올해부터 정부가 도입한 제도다. 원윳값이 인상되면 우유를 원재료로 사용하는 제과‧빙과업계와 커피 전문점 등에선 판가를 올리게 된다. 기업은 원자잿값 상승분을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떠넘기고, 소비자는 울분을 삼킬 수밖에 없다. 그럼 유업계의 실적이 늘어나느냐. 그것도 아니다. 유업계 1위인 서울우유협동조합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473억2500만원으로 전년(581억8800만원) 대비 19% 감소했다. 당기순이익은 1년 전에 비해 99% 급감했다. 매일유업 역시 지난해 영업이익은 607억원으로 전년 대비 30.9% 떨어졌고, 남양유업도 2020년부터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정부는 “제조 원가에 우유가 차지하는 비중이 적어 추가적인 가격 인상 가능성은 적다”며 유업계에 가격 인상 자제를 권고했다. 그러나 유업계는 힘든 내색을 보였다. 유업계 한 관계자는 기자에게 “10월 원유값이 오르면서 제품 가격을 올려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즉, 올해도 밀크플레이션이 계속 된다는 얘기다. 원윳값이 올라갈 때마다 이 같은 상황은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여러 회의를 통해 결정된 원유 가격에도 누구 하나 편히 웃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더욱이 2026년에는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미국, 유럽 우유가 무관세로 수입될 계획이라 낙농업 종사자들과 유업계는 더 어려워질 전망이다. 더 이상 용도별 차등가격제로 원윳값을 결정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바뀐 현실에 맞게 원유 가격 산정 제도 자체를 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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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의 눈] 금융당국, 인뱅에 ‘주담대 주범’ 프레임···시중은행 과점 깨기 묘연
-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이 역대 최대인 1068조원까지 불어나자 금융당국은 ‘주범’ 색출에 나섰다. 최근 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취급을 늘린 게 가계대출 급증으로 이어졌다는 지적인데, 제도적 문제보다는 결국 ‘은행 탓’으로 돌리는 모양새다. 올 초까지만 해도 금융당국은 고금리에 따른 차주들의 부담을 덜어주라며 대출금리 인하를 독려했다. 중앙은행의 긴축 기조와는 역행하는 요구였다. 이후 가계대출 증가라는 풍선 효과가 나오자 되레 은행들이 과도한 영업을 하고 있다며 문제 삼고 있다. 가장 난감한 건 인터넷전문은행(인뱅) 업계다. 신용대출 중심의 여신 포트폴리오 운용에 따른 건전성 악화가 대두되면서 담보대출로 무게추를 옮기고 있었는데, 최근 주담대 증가에 큰 영향을 끼친 주범 중 하나로 지목됐기 때문이다. 인뱅 3사 중 가장 덩치가 큰 카카오뱅크의 6월 말 기준 주담대 잔액은 17조3220억원으로 전년 말 대비 30.3% 증가했다. 케이뱅크의 주담대 잔액 역시 같은 기간 61.4% 늘어 3조7000억원을 기록했다. 토스뱅크는 아직 담보대출 상품이 없다. 인뱅의 주담대 증가 주범론은 두 자릿수 증가율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업계에선 잔액 기준 점유율을 봐야 한다고 항변한다. 6월 말 기준 은행권 주담대 잔액은 총 814조8000억원으로 카카오·케이뱅크의 비중은 2.6% 수준이다. 특히 5대 시중은행의 주담대 잔액만 거의 680조원인 걸 고려하면 인뱅을 직접 비교 대상으로 보기 어렵다. 최근 인뱅 주담대가 증가세인 건 맞지만 역대 최대 가계대출의 원흉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금융당국이 번지수를 잘못 짚었다. 금융당국은 인뱅의 비대면 절차 등 대출 현황을 점검하겠다며 직·간접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한 번 도마에 올린 이상 어떤 방식으로든 감독·지도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인뱅의 주담대 확대에 제동이 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물론 인뱅들도 최근 중저신용(중금리) 대출에 소홀했다는 지적에 대해 자성하고 정진할 필요가 있지만, 인위적으로 주담대 취급을 억누르는 게 능사는 아니라고 본다. 인뱅들 역시 위험도가 있는 대출(중금리)을 위해선 안정적 대출(주담대)이 병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금융당국이 추진 중인 ‘5대 시중은행 과점 깨기’에도 큰 도움은 안 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메기’인 인뱅을 시중은행 대항마로 키우겠다는 구상인데, 성장세에 탄력이 붙자마자 울타리를 치는 꼴이다. 인뱅이 외형을 확대하지 않는 이상 시중은행과 겨루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동안 인뱅들은 비대면 체제 특성상 들어가지 않는 인건비·임대료 등을 아껴 대출금리 경쟁력을 높였다. 앞으로 주담대 취급에 제한이 생기면 대출 문턱을 높일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한 피해는 고객에 향한다. 은행의 이익 역시 둔화될 수밖에 없다. 인뱅의 영향력이 갈수록 확대되는 만큼 책임도 무거워져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 다만 시장의 문제를 특정 업계에 몰아주는 건 지양해야 한다. 섣부른 시장 개입에 대한 경계심만 키운 채 소득 없이 끝날 수 있다. 금융당국은 인뱅들에 혁신 선도자라며 높게 평가하더니 시장 문제가 누적되자 주범 프레임을 씌우고 압박하고 있다. 뚜렷한 지원책도 내놓지 않고 성장을 가로막는 사이 시중은행의 과점 체제는 더 고착화되고 있다. 규제 산업인 은행권에서 금융당국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금융당국 수장의 말 한마디가 금융시장을 뒤흔든다. 그때그때 처방법이 달라지는 땜질식 대책만 내놓으면 경쟁 촉진과 금융시장 선진화 정책은 다시 서랍 속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다. 가계부채 문제는 금융권이 합심해 풀어나가야 할 과제다. 이 과정에서 시장 참여자들에 대한 차별은 없어야 한다. 가뜩이나 기울어진 운동장을 수직으로 세울 의도가 아니라면 무리한 인뱅 때리기보다는 정책 점검에 따른 세밀한 대응 방안 마련이 우선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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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의 눈] '사원존중' 헌신짝처럼 버린 코스트코
- [뉴스투데이=서예림 기자] 지난 6월 19일 코스트코 경기 하남점 주차장에서 쇼핑카트 관리 작업을 하던 직원 김씨가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망 원인은 '폐색전증 및 온열에 의한 탈수'. 코스트코는 당시 35도에 이르는 폭염에도 제대로 된 냉방시설을 제공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휴식 시간도 없었다. 고용노동부의 온열질환 예방 가이드에 따르면, 폭염때 1시간당 10~15분의 규칙적인 휴식을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김씨는 3일 동안 평균 3시간에 달하는 연속근무를 수행했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 사고 당일까지도 200개의 쇼핑카트를 밀며 17㎞를 이동해야 했다. 그러나 직원이 숨지는 사고에도 공식 사과를 하지 않고 책임을 회피하는 코스트코의 행보에 공분이 커지고 있다. 유가족은 무려 다섯 차례 코스트코 미국 본사에 진상규명과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메일을 보냈다. 이밖에도 집회에 참여하며 △본사 감사팀의 철저한 조사 △모든 코스트코 지점의 근무 조건 검토 △한국 코스트코 회장, 하남 지점장의 책임 파악 등을 요구했다. 김씨의 형은 "직원들 증언 등에 따르면 코스트코에서는 고용노동부가 제시한 온열 질환 예방 수칙이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지켜진 바가 없다"며 "그런데도 조민수 대표는 장례식장에 찾아와 '원래 지병이 있지 않았느냐'며 직원을 추궁하는 등 책임을 회피하려 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아직도 일하는 노동자를 위해서라도 코스트코 관계자들은 점진적으로 노동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고 질타했다. 하지만 코스트코가 사고이후 한달반이 지나 내놓은 답변은 "진심으로 조의를 표한다"가 전부였다. 진상 조사와 향후 대책 마련 요구에 대한 답은 없었다. 그로부터 또 다시 일주일이 넘게 시간이 흘렀지만, 코스트코는 여전히 제대로 된 해명이나 사과를 하지 않고 있다. 더욱이 노동부와 산업안전보건공단이 현장 조사를 위해 코스트코 하남점을 방문했을 당시, 냉풍기로 온도를 낮추는 비열한 행위를 보였다는 점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 김씨 사망 당시에는 냉풍기, 에어컨, 공기순환장치 중 단 하나의 냉방시설도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코스트코코리아 공식 홈페이지에 게재된 5대 윤리 준칙 중 하나는 '사원 존중'이다. 코스트코에서 근무하는 모든 직원의 인권과 안전 및 존엄성을 보호하고 존중할 것이라는 약속이다. 쾌적하고 안전한 일터를 보장한다는 문구도 쓰여 있다. 그러나 보여주기식 말뿐이다. 코스트코는 여전히 '나 몰라라'식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들의 말한 '쾌적하고 안전한 일터'는 어디에 있는가. 직원의 안전과 존엄성을 보호하고 존중할 것이라는 약속은 한낱 헌신짝처럼 던져졌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제대로 된 사과와 함께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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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의 눈] 검찰의 ‘돈 봉투 리스트’ 실명 유출 사태, 윤석열 표 검찰 개혁 퇴색시켜
- [뉴스투데이=최정호 기자] 검찰이 일부 언론을 통해 흘린 '돈 봉투 수수 의혹' 더불어민주당 의원 리스트로 인해 정국이 얼어붙고 있다. 실명이 공개된 의원들이 당연히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실명 공개가 총선 살생부와 같은 효력을 갖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어 해당 의원들의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들이 현 상태에서 정치적 피해를 입는 것은 부당한 일이다. 검찰이 봉투 수수 의혹을 제기한 의원들에 대해 미약한 정황 증거만을 제시하면서 실명을 유출했기 때문이다. 검찰이 제기한 의혹이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남아 있는 상태에서 오명을 뒤집어 쓴 셈이다. 국회의원은 국민이 뽑은 일꾼이다. 이들이 명백한 증거가 없는 상태에서 쉽사리 매도당하는 것은 한국정치의 미래를 위해서 바람직하지 않다. 단순한 추정만으로 국회의원을 범죄자 취급 하는 것은 정치 혐오주의를 부추길 뿐이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둔 지난 2021년 4월 28일 국회 본관 외교통상위원회 소회의실(당시 송영길 대표가 외교통상위원장이었음)에서 열린 ‘송영길 후보 국회의원 지지모임’에서 윤관석 의원이 참석한 의원 10명에게 300만원이 돈 봉투를 건넸다는 것이다. 이들 10명 의원 실명을 조선일보가 공개했는데 검찰 취재 경위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설명하지는 않았다. 다만 윤관석‧이성만 의원에 대한 영장실질심사(4일‧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검찰이 재판부에 돈 봉투를 수수한 정황이 있는 19명 의원 실명을 공개했다는 것 정도만 거론됐다. 검찰 주장 중 가장 허무맹랑한 것은 '돈 봉투 수수 정황'이다.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은 사례가 적지 않다. 조선일보를 통해 실명이 공개된 돈봉투 수수 의혹 의원 중 특히 더불어민주당 백혜련(수원 을) 의원의 사례는 논란의 소지가 많다. 백 의원실의 해명에 따르면, 돈봉투를 수수했다는 2021년 4월은 백 의원도 최고위원 후보자이었기 때문에 선거운동에 한창인 시기였다. 백 의원실 관계자는 “송 전 캠프의 일원이 아닌데 지지모임에 나갈 이유도 없으며, 최고위원 선거 전을 위해 의원들이 모여 있는 곳에 갔을 뿐”이라면서 “사람이 많은(10명의 의원이 모여 있는) 자리에서 공개적으로 돈 봉투를 주고받는 다는 것은 상식 밖의 일”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최고위원 선거에 출마한 백 의원이 득표 활동을 하기 위해 의원들이 모여있는 외통위원장실에 찾아갔다가 의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돈봉투를 받는 상식 밖의 행동을 했겠느냐"고 반문했다. 백 의원은 지난 8일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를 피의사실 공표죄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에 고발 조치했다. 또 언론중재위원회를 통해 정정보도를 요청한 상태다. 또 문화일보도 윤 의원으로부터 돈 봉투를 받은 의원 5명의 실명을 공개했다. 이들 중 4명은 지역구가 호남권인 의원들이다. 김회재‧김승남‧이용빈 의원은 검찰을 공수처에 고발했으며 김윤덕 의원은 현재 법적 조치를 고려하고 있다. 이 5명의 의원들은 의원회관에서 300만원이 든 돈 봉투를 받았다고 하는데 정확 어떤 방법으로 수수했는지 알려지지 않았다. 특히 김승남(전남 고흥·보성·장흥·강진) 의원의 경우 당시 전당대회 선거관리위원이라 송 전 대표의 캠프에서 활동할 수 없는 상황인데 윤 의원이 돈 봉투를 줬다는 건 상식에 반하는 행동이다. 김 의원실 관계자는 “윤 의원을 만난 사실이 없는데 300만원이 든 돈봉투를 어떻게 받냐”라고 반문했다. 이 관계자는 호남권 의원 4명이 거론된 것에 대해 “검찰이 이정근 녹취록이라는 허무맹랑한 정황으로 그러는 것 같다”라고 했다. 이정근 녹취록은 돈 봉투 살포 관련해 검찰이 갖고 있는 증거 중 하나다. 이 녹취록에는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윤관석 의원은 민주당 사무총장이었음)이 윤 의원에게 “오빠, 호남은 해야 돼”라고 하는 내용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의원도 사람이고 인권이 있다. 검찰의 돈 봉투 사건과 관련 의혹 있는 의원들의 명단 노출은 이를 감안하지 않은 처사다. 실명이 노출된 의원들은 의혹이 있을 뿐 피의자도 아니다. 그럼에도 돈봉투 수수의혹 리스트가 일부 언론에 유출된 것은 검찰 '정치 개입' 논란을 자초하는 것이다. 지난 5일 조선일보 보도로 10명의 의원들이 실명 노출로 피해를 봤고 논란이 됐는데도, 이틀 후인 7일 문화일보가 경쟁적으로 5명의 추가 의원 리스트를 보도한 것은 검찰의 전략적 언론 플레이라는 비판을 낳고 있다. 피의자 인권 보호는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 시절 검찰 개혁의 일환으로 강조했던 것이다. 윤 대통령은 당시 피의사실을 공표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했으며 포토라인도 없앴다. 하지만 지금은 돈 봉투를 받았다는 의혹이 있는 의원들은 피의자도 아님에도 불구하고, 사실 여부를 파악하지도 않은 채 실명을 노출했다. 윤 대통령 표 검찰 개혁은 어디 간 것일까. 국민들이 뽑은 국회의원의 인권을 추락시키는 게 과연 정치적‧사회적으로 올바른 행위인지에 대해 검찰은 고민해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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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의 눈] 철근 빠진 아파트, 책임 시공사한테만 물을건가
- [뉴스투데이=모도원 기자] "철근 빠진 과정이 어찌 됐든 간에 궁극적인 책임자는 원청인 설계사무소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인데 이런 부분을 자꾸 시공사의 책임으로 돌리려는 게 참 안타깝다." 최근 취재차 연락한 주택협회의 관계자의 말이다. 건설 현장은 대부분 발주자-시공사-원청-하청 구조로 이뤄져 있다. 하청을 컨트롤하는 기관은 설계사무소인 원청이고, 원청이 도장을 찍은 설계 구조를 발주자인 LH가 최종적으로 승인한다. 시공사는 주어진 설계도면을 가지고 시공에 나선다. 결국 이 관계자는 발주자와 원청의 관리·감독 소홀 문제로 불거진 부실공사가 오롯이 시공사의 잘못으로 여겨지는 현상이 안타깝다는 것이다. 실제 작금의 부실공사 사태를 촉발한 인천 검단아파트 역시 LH가 발주처다. 반면 붕괴사고 이후 모든 비난의 화살은 시공사인 GS건설로 향했었다. 정부까지 나서서 전방위적인 압박을 가한 결과, GS건설은 전면 재시공을 결정했다. 결국 5500억원에 달하는 재시공 비용이 이번 2분기 실적에 반영되며 GS건설은 대규모 손실을 감내하게 됐다. 그러나 추후 이뤄진 공공아파트 전수조사 결과 부실시공의 원인은 좀 더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국토교통부가 LH가 발주한 아파트 중 지하주차장에 무량판 구조를 적용한 91곳 단지를 전수 조사한 결과, 이 중 15곳에서 철근 누락 사실이 발견됐다고 발표했다. 해당 철근 누락단지 15곳의 공정별 문제를 보면 △시공문제 5곳(단순 누락, 다른 층 도면으로 배근) △설계문제 10곳(도면 표현 누락, 구조계산 오류) 등으로 나타났다. 통상 공공주택 건설에선 LH가 시공사·설계사·감리사를 모두 선정한다. 이 같은 사실을 고려할 경우 LH가 책임져야 하는 설계 단계부터 오류가 발생했고, 이 오류를 파악해 내야 하는 LH 측 감리는 전혀 작동하지 않은 셈이다. 특히 철근 누락 아파트 명단을 공개하는 과정에서도 문제는 있다. 정확한 책임소재를 판단하지 않고 시공사 명을 그대로 노출해 부실시공을 일으킨 주체가 마치 시공사처럼 여겨졌다는 점이다. 이번 국토부 부실시공 명단에 포함된 시공사의 한 관계자는 "발표 이후 이미지 타격이 크다. 시공책임이 아닌 설계 단계의 오류로 포함돼 있음에도 15곳 시공사를 모두 나쁜 회사로 만들어버리니 답답한 심경"이라며 "LH가 주요 발주처이다 보니 반발 의견을 내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결국 부실시공 문제는 시공사가 아닌 발주처의 책임이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LH는 철근누락 15개 단지의 설계·시공·감리 업체를 전부 고발하겠다고 나선 상태다. 혁신하겠다던 LH는 다시 한 번 책임에서 벗어나려 한다. LH가 책임 소재를 회피하지 않고 입주자, 시공사를 포함한 여러 주체의 피해 회복에 만전을 기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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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의 눈] '제2의 에코프로'와 겹쳐 보이는 닷컴버블
- [뉴스투데이=임종우 기자] 연초부터 주식시장의 가장 큰 화두로 떠오른 에코프로가 아직도 '핫'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단순히 오르기만 하는 게 아니라, 이제는 하루에 20% 이상 급락했다가 하루 만에 10% 넘게 오르는 등 정신없는 변동장을 그리고 있다. 이제는 주식에 관심이 없는 사람도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그때 에코프로나 살걸"이라는 푸념을 쉽게 들어봤을 법할 정도로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결코 하락할 것 같지 않은 행보를 보이며 수많은 에코프로의 '신자 개미'들이 계속되는 매수세를 보였다. 실제로 올해 1월 1일부터 지난 28일까지 모든 투자자 중 에코프로를 순매수한 주체는 개인투자자와 해외 국적의 개인투자자인 기타 외국인 단 둘 뿐이었다. 특히 개인투자자는 해당 기간 약 8436억원어치를 사들이면서 전체 종목 중 순매수 3위권에 올랐다. 하지만 이미 한 번 급락을 경험한 지금은 많은 개미들이 막상 진입하자니 너무 올라 언젠가는 떨어질 것 같고, 외면하자니 쉴 새도 없이 상승하는 차트에 자칫 FOMO(포모, 뒤처짐에 대한 불안과 박탈감)의 함정에 빠질까 멀찍이 지켜나보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몇몇 개미들은 또 다른 에코프로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다. 이미 오른 에코프로는 뒷전으로 하고, 차라리 저평가된 새로운 '떡상' 종목을 찾아 하락의 부담을 낮추겠다는 전략이다. 그중 포스코그룹주는 이미 성공적으로 '제2의 에코프로' 지위를 차지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포스코그룹은 지난 21일 사상 처음으로 그룹 시가총액 100조원을 넘어섰으며, 지난 28일에는 112조원까지 올랐다. 개별 종목인 포스코홀딩스와 포스코퓨처엠도 지난 28일 기준 유가증권시장 시총 순위에서 각각 5위와 10위를 기록했다. 이는 연초 대비(포스코홀딩스 12위, 포스코퓨처엠 18위) 각각 7계단과 8계단씩 상승한 수준이다. 특히 포스코홀딩스가 현대차(9위)보다 높은 시총을 보인 것은 2011년 3월 28일 이후 약 12년 4개월 만이다. 최근에는 에코프로와 포스코의 뒤를 이어 LS그룹주들이 주목을 받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25일 LS와 LS네트웍스는 상한가를 기록하고, LS ELECTRIC과 LS전선아시아도 20%가 넘는 상승세를 기록했다. 그러나 LS그룹주들은 일제히 급등한 바로 다음 날 급락하면서 큰 변동성을 보였다. 철옹성 같던 이차전지 테마의 상승세에 불현듯 급락장이 나타나면서 금이 가는 것은 상당수 시장 참여자들이 언젠가는 벌어질 것이라 예측했던 바다. 하지만 그 수급의 흐름이 반도체나 헬스케어 등 다른 테마로 가는 것이 아니라 이차전지 테마 내에서 순환하는 것은 특이한 상황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2000년대 전 세계 증시를 강타한 '닷컴버블' 사태가 거론되고 있다. 당시 새롬기술의 급등이 인터넷 전문 상장사였던 골드뱅크나 다음커뮤니케이션 등 IT 산업 전반의 상승세를 이끈 것처럼, 에코프로가 현재의 이차전지 테마주를 이끌고 가는 양상이 겹친다는 것이다. 이처럼 특정 종목에 대한 기대감으로 끌어올린 시장은 유일한 상승 동력이 멈추는 순간 순식간에 폭삭 주저앉아 버릴 위험이 있는 불안정한 장이 될 우려가 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에코프로가 새롬기술보다는 훨씬 더 구체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다만 전문가와 비전문가를 가리지 않고 수많은 시장 참여자들이 이차전지 테마에 의심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어느 순간 이차전지 테마는 산업에 대한 기대감보다는 나보다 더 큰 비용을 치러줄 '더 큰 바보'를 찾는 눈치게임으로 돌아서 버릴지 모른다. 투자야 본인의 선택이지마는, 사람 많은 곳이라고 함부로 따라 들어갔다가 빠져나오는 길에 합류하지 못하고 코스닥 동네의 바보로 남겨질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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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의 눈] 한화오션, 상선·친환경 선박 수주 소홀히하면 미래 먹거리 '공염불'
- [뉴스투데이=남지완 기자]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이 한화그룹에 편입된 지도 약 2개월이 되어가고 있다. 그런데 한화오션은 방산 역량 증진에 의욕적인 모습을 보인 반면 상선 역량 강화와 친환경 선박 수주 전략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이 없다. 특히 한화오션은 최근 주목받고 있는 친환경 선박 '메탄올 추진선'에 대한 수주 방안은 감감 무소식이다. 메탄올을 연료로 사용한 선박은 전통적인 선박 연료 벙커C유와 비교해 △황산화물 배출 99% △질소산화물 80% △이산화탄소 20% 이상 줄일 수 있다. 게다가 메탄올 추진선은 상온에서 메탄올을 관리할 수 있어 액화천연가스(LNG) 급유시설(벙커링)보다 급유 인프라를 쉽게 구축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일반적으로 LNG 관련 인프라를 구축할 때 초저온에 견딜수 있는 특수 금속이 필요해 첨단 시설을 갖추는 게 매우 중요하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조선3사 가운데 메탄올 추진선 시장에서 맹활약을 펼치고 있는 업체는 HD한국조선해양 뿐이다. 올해 상반기 기준 전세계에서 누계 발주된 메탄올 추진선은 총 81척이며 이 가운데 HD한국조선해양과 HJ중공업이 각각 43척, 2척을 수주하는 성과를 거뒀다. 나머지 물량은 대부분 중국 조선사가 차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질세라 삼성중공업이 이달 중순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선 16척을 한 번에 수주해 새로운 메탄올 추진선 강자로 떠오른 점은 반가운 소식이다. 삼성중공업의 계약규모는 총 3조9593억원으로 국내 조선업계 단일 선박 계약으로는 역대 최대다. 메탄올 추진선이 새로운 선종(선박 종류)이고 아직 세계적인 인기를 끌지 못한다는 점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HD한국조선해양과 HJ중공업, 삼성중공업을 제외하고 한화오션이 메탄올 추진선 수주에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는 점은 안타까울 따름이다. 한화그룹 식구가 된 한화오션이 조선업계 새 강자로 거듭나려면 방산 부문 못지 않게 상선 역량, 특히 메탄올 추진선 수주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한화오션 1분기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상선 부문은 매출 1조1445억원 △해양플랜트 및 특수선(군함 등) 부문은 3200억원을 기록했다. 방산 사업에 집중하는 것이 국위선양 측면에서 분명 바람직한 일이지만 상선 사업 확대가 뒤따라야 기업가치가 극대화할 수 있다는 점은 선박업계의 정설이 됐다. 한화그룹은 대우조선해양 인수 이전에 방산 및 그린 에너지 부문에서 시너지를 내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그러나 조선사의 본질은 결국 상선 사업에 기인한다. 이는 한화오션이 유념해야 할 대목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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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의 눈] 눈치보기식 증권사 리포트, 이제 그만
- [뉴스투데이=황수분 기자] “얼마 전에 증권사 리포트 보고 투자했다가 손해를 엄청나게 봤어요. 보고서와 반대로 투자하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닌가봐요. '매도' 리포트가 없는 것도 문제지만 엉터리 '매수' 리포트가 많은 것도 문제인 것 같아요” 취재 현장에서 만난 개인 투자자가 한 말이다. 단적으로 봐도 국내 증시에서 개인 투자자들이 늘면서 증권사 보고서(리포트)의 중요성도 커졌다. 물론 ‘매도 없는 리포트’ 이슈는 최근 불거진 말은 아니다. 해마다 지적돼 왔다. 그렇다면 왜 매도가 없을까. 매도 의견 보고서는 원래도 적었는데 최근 더 줄었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코스피200 종목에 대한 매도 보고서는 2018년 23건(전체의 0.1%)이었다가, 지난해엔 ‘제로(0)’였다. 따져보니 지난해 증시 상황이 안 좋아 코스피가 20% 넘게 떨어졌는데도 매도 의견 보고서가 없었단 얘기다. 리포트에 대한 신뢰도는‘자칫 잘못하면’이 아니라 이미 금이 가고 있어 보인다. 이를 뒷받침하듯, 최근에는 자신이 작성한 보고서를 이용해 주가를 올려 부당하게 매매 이익을 챙긴 증권사 애널리스트가 적발됐다. 애널리스트들은 높은 신뢰도와 윤리의식이 요구되는 자리인데, 이 보고서를 부당이득 수단으로 썼다는 점은 충격이다. 계속되는 지적에 증권사나 연구원들은 구조적인 문제를 꼽았다. 증권사들이 리서치업과 법인 영업을 동시에 영위하는 상황에서 특정 기업에 부정적인 평가를 하는 게 쉽지 않다는 이유다. 최대한 거래를 발생시켜야 하는 수익 구조도 지목했다. 증권사의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수수료는 개인 투자자들의 손익 여부가 아닌 주식 거래 규모와 연동된다. 주식 거래가 발생해야 이익을 얻기에, 거래 확률을 높일 매수 리포트가 주를 이룬다. 한마디로 증권사들이 기업과 투자자들의 눈치를 보느라 과감한 매도 의견을 내지 못한다. 투자자들은 통상 증권사가 목표 주가를 올려잡을수록 향후 주가도 오른다고 생각한다. 실제로도 매수 또는 강력 매수 의견이 나오면 이날 주가가 뛰기도 한다. 업계는 그간 증권사 리포트 투자의견이 매수로 편향된 것은 일종의 관행으로 통했던 해묵은 숙제인 만큼,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그렇다 하더라도, 종목 리포트에 대한 균형 조절이 필요한 시점이다. 목표 주가는 낮추면서 매수를 유지하거나 중립으로 예의주시하는 '눈치 보기식 리포트'들 말이다. 애널리스들이 유튜브와 주식 오픈채팅방 등 투자 정보가 넘치는 상황에서 굉장한 부담일 수 있다. 당분간 신뢰도를 회복하기까지는 매도 보고서를 내놔도 비판에선 벗어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증시 상황에 얽매이지 않고 소신있는 매도 의견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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