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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용금융 확대 외치는 정부…은행은 실적 맞추기 급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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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금용 기자
입력 : 2025.06.16 08:10 ㅣ 수정 : 2025.06.17 08:39

수익성 높아지는데 실적은 여전히 출연금
정부·은행, 실질적 역할 재정립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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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이금용 기자] "진정한 의미의 포용금융은 강제로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을 늘리고, 출연금을 걷는 게 아닙니다. 낮은 금리의 대출, 높은 금리의 예적금 자체가 포용입니다.”

 

한 은행권 관계자의 이 발언은 국내 포용금융의 구조적 한계를 짚는다. 정부는 포용금융 확대를 강조하지만, 실행 책임은 은행에 집중되고 있다. 실적 압박 속에서 정책금융 공급은 반복되고, 당국은 이를 ‘성과’로 포장한다. 그러나 자율성과 지속성을 담보하기엔 구조적 여건이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2025년 1분기 기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일반 가계대출(서민금융 제외) 예대금리차는 1.38~1.55%포인트에 달했다. 지난해 12월(평균 1.17%)과 비교해 1분기 만에 0.21%포인트 이상 확대됐다.

 

일부 지방은행과 인터넷은행은 2% 이상, 많게는 7%가 넘는 격차를 보였다. 기준금리가 낮아졌지만 예금금리에 비해 대출금리 인하가 더디게 반영되며 ‘저금리 대출–고금리 예금’이라는 포용금융의 이상과는 거리가 있는 구조가 이어지고 있다.

 

서민금융 실적의 휴면예금 의존도 역시 고착화되고 있다. 2024년 기준, 5대 은행의 서민금융 실적 3709억원 중 약 75%가 출연금 기반이다. 자율적 금융 포용보다는 단기 실적과 정량 평가 중심의 대응이 반복되는 셈이다.

 

그런 가운데 은행들의 수익성은 오히려 개선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5년 1분기 국내은행 순이익은 6조9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약 29% 증가했다. 총자산수익률(ROA)과 자기자본순이익률(ROE)은 각각 0.71%, 9.55%로 상승했다. 수익성이 개선되는 상황에서도 포용금융은 여전히 휴면예금에 기대는 방식에 머물러 있다.

 

해외 주요국들은 포용금융을 보다 구조적이고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 미국은 민간 주도형 모델이다. 1990년대부터 CDFI(지역개발금융기관) 제도를 통해 빈곤지역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이 아닌 지역개발사업에 투자금이나 융자금을 공급하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JP모건체이스 등 대형 은행들도 지역 커뮤니티 중심의 금융 지원에 자율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일본은 정부가 적극적으로 주도하는 구조다. 2008년 출범한 일본정책금융공고(JFC)는 정부 재정과 채권 발행 등을 통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게 저리 대출, 경영 컨설팅, 채무 보증 등 통합 금융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한국은 정부가 민간 금융에 역할을 강조하면서도, 정작 자율성과 설계 권한은 충분히 부여하지 않는 구조에 머물러 있다. BIS 비율, 연체율, 대손충당금 등 건전성 규제와 함께 가계대출 총량 관리가 병행되는 상황에서, 수익성이 낮은 정책 대출 확대는 은행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정부는 휴면예금 의존도를 문제 삼으면서도 실적 중심의 목표만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어, 은행들은 자율적 전략보다는 수치 맞추기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포용금융 정책 기조는 더욱 강화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소상공인·자영업자 대상 채무조정과 금융지원을 확대하고 있으며, 배드뱅크 설립, 저금리 대환대출, 정책금융기관 신설 등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은행권 자금 출연이 재원 마련 방식으로 거론되고 있고, 연체율 상승 등 리스크 요인도 커지면서, 은행의 부담은 더욱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정부는 실적 중심의 요구에서 벗어나, 은행이 자율적으로 포용 전략을 설계하고 지속 가능한 모델을 마련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과 유인을 제공해야 한다. 은행 역시 단기 대응을 넘어, 수익성과 포용을 병행할 수 있는 중장기 구조 전환에 나설 필요가 있다.

 

eegy312@news2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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