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장교로 정년퇴직한 동기생 스쿠버 다이빙 권유받고 "집 사람 허락받아야 해"
수영 못해도 스쿠버 다이빙 즐길 수 있어
필자 권유로 60대 2명, 50대 2명, 40대 1명 등 5명 스쿠버 다이빙 입문해
(뉴스투데이=최환종 칼럼니스트)
스쿠버 다이빙을 즐기다보니 자연스레 지인들에게 ‘다이빙 세계에 입문’할 것을 권유한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바다속에서 즐기는 풍류에 부담을 가지는 것 같다.
다이빙을 권유할 때 돌아오는 가장 많은 대답이 “수영을 잘 못해서...”, “어릴 때 물놀이 갔다가 빠질 뻔해서... 지금도 물이 무서워...”, “육상에서 하는 등산이나 골프는 좋은데 물에서 하는건 부담되네...” 등등 점잖게 동참할 수 없음을 내비친다. 그러면 나도 점잖게 동의한다. “맞아. 물이 무서우면 적응하기 힘들지...”
해군 장교로 근무하다가 정년퇴직한 동기생 중 ‘동참 거부 의사를 밝히는 대답‘은 대부분 다음과 같다. “평생을 바다에서 살았는데, 또 바다에 가라구? 이제 그만 가련다...” 그 심정을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다가 이런 대답이 나오면 그저 씩 웃는다. “나도 다이빙을 하고 싶은데 집사람한테 허락을 받아야 해. 집사람이 스쿠버는 위험하다고 적극 반대하네...” 이럴 때 표정은 매우 진지하고 처량하기까지 하다.
도대체 지금 나이가 얼마인데 아직도 부인 허락을 받아야 하는지. 씩 웃으면서 그 친구 얼굴을 다시한번 쳐다본다. 하긴 가정의 평화를 위해서 부인의 허락은 당연히 받아야지.

필자는 어릴 때부터 수영은 잘하지 못했지만 물은 좋아했다. 다이빙의 세계에 입문할 당시 필자의 수영 등급을 굳이 언급하자면 C 등급이었다. (A:최우수, B:우수, C:보통, 그럭저럭 물에는 떠 있음, D:물도 사람도 서로 싫어함). 즉, 수영 형태야 어쨌든 수영장(25m 길이) 끝에서 끝까지 가라앉지 않고 가는 수준이었다.
그래서 처음 다이빙 숍에 갔을 때 첫 질문이, “수영은 잘하지 못하는데, 다이빙을 배울 수 있는가?”였다. 강사는 “물만 무서워하지 않으면 된다”고 답변했다. 그리고 다이빙 자격증을 취득했다.(수영 못한다고 다이빙을 망설이는 모든 분들에게 위 글을 강조해서 말씀 드리고 싶다. “수영을 잘하지 못해도 다이빙은 즐길 수 있다"는 것을. 우리가 즐기는 다이빙은 NAVY SEAL 같은 해군 특수부대 임무가 아니기에)
그로부터 몇 년 후, 지방에서 근무할 때인데, 사무실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인근 대학교에서 체육관(수영장을 비롯한 각종 체육 시설)을 지역 주민들에게 개방한다고 한다. 그것도 30% 할인까지. 기회가 왔다 싶었다. “이번 기회에 수영을 체계적으로 배워보자. 일주일에 이틀이라는데 퇴근하고 가면 되겠지” 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수영장에 등록을 했다(등록하고 보니 사우나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고 한다. 이렇게 고마울 수가...).
수영장 초급반에 들어가서 수영장 벽을 붙잡고 “음파 음파(수영강습을 받아 보신 분들은 무슨 용어인지 아실거다)”부터 시작했다. 처음에는 한 달 정도면 내 스스로 정상적인 호흡을 하면서, 자유형으로 수영장 25m 거리를 갈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3개월이 지나도록 자력으로 25m는 커녕 호흡도 안되었다. “여기서 포기해야 하나... 물이 나를 싫어하나?......”. 이렇게 자기 합리화를 하던 어느 날, 기적이 일어났다.
갑자기 호흡이 되었고, 자유형으로 25m를 수영해서 갔다. 믿기지 않았다. 세상에! 25m를 내 스스로 호흡을 하면서 가다니! 노력한 보람이 있구나! 몇 차례 자유형으로 수영장을 왕복하고, 자랑스럽게 집으로 돌아왔다.
그날 저녁, 정말 맛있게 맥주를 마셨다. 아주 뿌듯한 느낌으로.
그 다음부터 필자의 수영 실력은 일취월장. 그 다음날 50m 왕복이 되더니 100m, 200m, 300m 수영이 가능해졌다. 그리고 한 달 후에는 1.5km를 자유형으로 수영(쉬지 않고)할 수 있게 되었다(수영장 왕복 횟수를 세다가 잊는 경우도 있었으니 1.5km를 더 갔을 수도 있다). 그때는 한강도 건널 수 있는 자신감이 있었는데, 지도를 보고 한강에서 가장 폭이 좁은 지역을 보니 폭이 1km 정도 되는 구간이 있었기에 그런 생각을 했다.
그래서 요즘은 누가 수영 얘기를 하면, 눈을 지그시 감고 듣다가 추임새를 넣는다. 아주 무게 있는 말투로. “나도 예전에 이 정도 수준까지 했어”라고 한마디 한다. 물론 수영의 고수가 들으면 이 또한 하찮겠거늘...그러면, 필자는 다이빙 경험이 엄청 많고, 상당한 고수인가? 아니다. 이제 겨우 초보자 수준을 벗어났을 뿐이다.

필자가 스쿠버 다이빙 자격증을 취득하고 다이빙을 시작한 지 꽤 오랜시간이 지났지만, 현역 시절에는 임무 수행상 자주 다이빙 여행을 가지는 못했다. ‘장롱 면허 다이버’라고나 할까... ‘가뭄에 콩나듯’ 다이빙을 했다. 정기적인 수준 유지 다이빙은 꿈도 못꾸었고. 그러다 보니 어쩌다 다이빙 가면 장비 결합이 서툴때도 있었고, 수중환경에 적응하느라 애먹는 경우가 있었다.
바다속에서의 절대적인 평안함과 자유, 다이빙 후의 상쾌한 기분 등은 전역 이후 100여 회의 다이빙을 하면서 점점 그 깊이가 더해갔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물론 현역 시절에도 간혹 그런 기분을 느끼기는 했지만, 지금과 같은 그런 만족감은 아니었다. 일상에서 벗어나 그저 수중에서 편안하고 자유로운 느낌이 좋았었다.
한편, 그동안 지인들에게 다이빙 입문 권유를 한 결과 5명이 다이버 자격증을 취득했다. 나이별로 보자면 60대 2명, 50대 2명, 40대 1명 등이다. 이중에는 필자가 지휘관으로 모시던 사관학교 선배님이 한 명, 고등학교 동창생이 한 명 있다. 모두들 첫 다이빙을 마치고는 환상적인 수중환경에 매료된 얼굴들이다. ‘국제 공인 자격증’을 취득했다는 뿌듯함과 함께... (다음에 계속)

- 최 환 종 (崔 桓 種) -
· 한국안보협업연구소 전문연구위원
· 순천대학교 우주항공공학부 초빙교수
· 예비역 공군 준장
· 공군사관학교(전자공학), 한양대 대학원(전자공학) 졸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