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렴한 항공권 포착해, 괌에 사는 친한 미군 중령에게 연락
(뉴스투데이=최환종 칼럼니스트)
스쿠버 다이빙 버킷 리스트를 작성하던 그해 가을에는 Guam(괌)을 가게 되었다. 10여년 전부터 업무상 서로 잘 알고 있었고, 필자를 잘 따르던 미군 장교(필자보다 10여 년 젊은 장교로서, 이름은 Jeffery Slown. 부인이 한국인이고, 한국 문화에 대한 이해가 꽤 깊다)가 한국 근무를 마치고 괌으로 가면서 기회가 되면 꼭 괌을 방문해 달라고 했었고, 괌에서 스쿠버 다이빙 자격증을 취득했으니 괌에서 다이빙도 같이 하자는 연락이 왔던 터라 적절한 시기를 보고 있었다.
그러던 중 마침 여행사 홈페이지에서 괌으로 가는 항공권이 무척 저렴하게 나온 것을 발견했고, Slown 중령과 연락을 해서 방문 날짜를 정했다.
비행기는 오전에 인천에서 출발, 오후에 괌에 도착했다. 수속을 마치고 나가니 Slown 중령이 기다리고 있었는데, 거의 1년 반 만에 만났다. 이렇게 반가울 수가. 타지에 갔을 때 누군가가 나를 기다리고 있으면 얼마나 흐뭇하고 마음이 푸근한가!
필자가 예약한 호텔까지 Slown 중령이 자기 차로 안내해 주었고 짐을 풀고는 저녁을 먹으러 나갔다. 맥주 한잔하면서 그동안 지내온 얘기를 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다음날, 다이빙 센터에 가서 사전에 Slown 중령이 예약해 놓은 BCD와 납벨트, 충전된 공기통을 빌려서 Slown 중령 차로 다이빙 포인트로 갔다.
괌의 중서부 해안 두 곳에서 다이빙, 따뜻한 수온 덕분에 잠수복 없이 입수
첫날은 괌의 중서부 해안 두 곳에서 다이빙을 했다. 수중 시야는 첫 번째 포인트는 좋았는데, 두 번째 포인트는 바닥으로 갈수록 좋지 않았다. 입수하기 전에 Slown 중령이 수중 지형에 대한 사전 브리핑을 자세하게 해서, 필자는 지형과 나침판을 보면서 무난히 수중 항법을 할 수 있었다.
물론 Slown 중령이 몇 번 다이빙을 했던 포인트라서 수중에서 방향을 잘 잡고 필자를 안내했기도 했지만. 첫번째 포인트에서는 해안에서 먼 바다로 나갈 때는 우리의 왼쪽으로 산호 절벽을 보면서 나갔고, 입수 지점으로 다시 돌아올 때는 오른쪽으로 산호 절벽을 보면서 돌아왔다. 첫 다이빙은 최대수심 24.7m, 다이빙 시간 32분, 수온 29도였다.
첫 번째 포인트에서 특징은 산호 색상이 필리핀 같이 화려하지 않고 어두운 색의 산호가 주로 보였다는 것이다. 산호 색상 면에서는 오아후 섬에서 보았던 그런 느낌이었다. 하나우마 베이 근처에서 다이빙 할 때도 화려한 색상의 산호는 거의 못보았고, 어두운 색상의 산호가 주로 있었다.
거북이가 산호 사이에서 쉬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거북이 등 색깔이 산호 색깔과 비슷해서 처음에는 식별을 잘 못했는데, 주위 환경에 익숙해지니 여러 마리의 거북이를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조류가 약간 있어서 한 장소에서 거북이를 오래동안 관찰하지 못한 것이 아쉬웠지만, 괌이라는 새로운 장소에서 다이빙을 하는 것이 즐거웠다.
한편, 괌에서는 다이빙할 때 잠수복을 입지 않았다. Slown 중령 말이 여기서는 수온이 따뜻해서 보통 잠수복 대신에 수영복만 입고 다이빙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기에 수영복만 입고 다이빙 했다. 대신에 산호에 피부가 긁히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했다. (필리핀도 수온이 따뜻했지만 산호에 긁힐 경우를 대비해서 잠수복을 입었다.)

수중관망대로 바닷속을 들여다보는 관광객들과 눈을 맞추기도
첫 번째 다이빙을 마치고 잠시 휴식을 취한 다음, 두 번째 포인트로 향했다. 꽤 오래전에 추락한 작은 비행기가 있는 포인트라고 했다. 최대 수심은 28.5m, 다이빙 시간 26분, 수온 29도였다. 그런데 바닥으로 내려갈수록 시야가 점점 불량해져서 추락한 비행기 근처에 가서는 비행기 형태만 겨우 알아볼 정도였다.
크기나 형태를 보아서 ‘수상 이착륙 연락기’ 같았다. 비행기 주위를 겨우 둘러보고는 시야가 비교적 양호한 위로 올라왔다. 이 포인트는 하강할 때 중간 지점에 있는 큰 부채산호 이외에는 특별한 것이 없는 평범한 포인트였다.
첫날은 이렇게 두 번의 다이빙을 마치고, 저녁에는 이런저런 세상사는 얘기를 하면서 식사를 했다. Slown 중령 말이 아마도 내년에는 다시 한국에서 근무할 것 같다고 했다.
둘째날 역시 괌 중서부 해안에서 다이빙을 했는데, 이곳은 2차 대전 당시 폭탄이 떨어져서 물속에 큰 Hole이 형성된 곳이라고 한다. 명칭은 “PITI Bomb holes point”. 해안에서 접근하기 좋고 수심이 깊지 않아 초보자 교육하기에 좋은 장소라고 한다. 초보자 교육하기에 좋은 장소라고 해서 마다할 이유는 없었다.
두 번 다이빙을 했는데, 최대 수심은 9.8m, 다이빙 시간은 각각 43분, 33분, 수온은 29도였다. 시야는 보통이었고, 해안에서 조금 멀리 나가니 사람들이 물속을 볼 수 있는 수중 관망대 같은 것이 보였다. 관광객은 그곳에서 물속에서 노니는 물고기들을 보고 있었고 우리는 물속에서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서로 눈길이 마주치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웃으면서 손을 흔들어 보였다. 아마도 서로 ‘동물원의 원숭이를 보는 느낌’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수중 관망대 근처에는 제법 산호 군락이 발달해 있었고, 그 주위로 형형색색의 물고기들이 다니고 있었다. 편안한 다이빙 포인트였다. 바다속에서 편안하고 자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물 밖으로 나왔다. 밖에는 비가 조금씩 내리고 있었다.
'태평양에서 제일 맛있는' 햄버거 즐기고 한국행 비행기 올라
괌 여행 마지막 날, 공항 가기 전에 Slown 중령이 “태평양에서 제일 맛있다는 햄버거 가게”로 안내했다. 작은 가게인데, 줄을 서서 기다릴 정도로 손님이 많았다. 드디어 주문한 햄버거가 나왔다. 크기부터 예사롭지 않은 것이 “저렇게 큰 햄버거를 다 먹을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크고, 맛 또한 최고였다. 다음에 괌에 가면 다시 가고 싶은 인상적인 햄버거 가게였다.
“태평양에서 제일 맛있다는 햄버거”를 먹고 공항으로 향했다. 짧지만 즐거웠던 괌 여행이 끝나가고 있었다. 공항에서 “내년에 한국에서 보면 좋겠다”는 말과 함께 작별 인사를 하며 헤어졌다.
그리고 일정상 괌에서 충분히 다이빙을 하지 못했음을 아쉬워하며 비행기에 올랐다. 다음 다이빙을 기약하며! (Slown 중령은 그 다음 해에 한국으로 다시 부임해서 최근까지 근무했고, 얼마 전에 한국의 00기지에서 전역식을 했다.
한국에 부임해서는 필자가 일하고 있는 지역에서 근무한 관계로 자주 만났는데, 조만간 한국을 떠난다고 하니 서운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국적은 서로 다르나 그동안 공동의 임무를 수행한 연합군 장교로서, 업무 파트너이자 때로는 형제같이 지낸 사이였기에 더욱 그러하다.)
# 전반부 동영상은 괌에서의 다이빙 동영상이고, 후반부는 지난번에 언급했는데, 작년에 사이판 라우라우 비치에서 다이빙할 때 보았던 “Fish ball” 영상이다.
(다음에 계속)

- 최 환 종 (崔 桓 種) -
· 한국안보협업연구소 전문연구위원
· 순천대학교 우주항공공학부 초빙교수
· 예비역 공군 준장
· 공군사관학교(전자공학), 한양대 대학원(전자공학) 졸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