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유편 기다리던 벤쿠버 국제공항서 전격 체포
[뉴스투데이=이진설 경제전문기자] 미국정부가 캐나다경찰을 움직여 세계 최대 통신장비 업체인 중국 화웨이 창업자의 딸이자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벤쿠버에서 전격 체포한 시점을 놓고 의문이 확산되고 있다.
▶G20 미중 무역담판 도중 체포
체포사실을 처음 보도한 캐나다 일간 글로브 앤드 메일에 따르면 화웨이 멍완저우 CFO가 캐나다 경찰에 체포된 것은 지난 1일(현지시간)이었다. 이날은 공교롭게도 미국과 중국 두 정상이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저녁만찬을 겸해 미중 무역전쟁 담판을 벌이던 시점이었다.
회담은 순조롭게 끝났고 양국은 무역전쟁 확산을 멈추고 90일간의 휴전에 들어간다는 합의를 도출했다.
하지만 회담이 한창 진행중인 시간에 캐나다 경찰은 멍완저우를 전격 체포했다. 그것도 다른 국가로 이동하기 위해 경유편을 기다리던 벤쿠버국제공항에서 그의 신병을 확보한 것이다.
CNN에 따르면 캐나다 법무부 이안 맥리드 대변인은 멍완저우는 현재 구금된 상태이며 체포는 미국측의 요청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혐의를 받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았다.
미국정부는 캐나다 정부에 멍완저우에 대한 신병인도를 요청한 상태로 알려졌다. 멍완저우는 신병인도와 관련해서 7일(현지시간) 벤쿠버에서 보석여부를 결정할 재판을 받을 예정이지만 보석으로 풀려날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 법무부는 일체의 논평을 내지 않고 있어 체포 배경을 둘러싸고 궁금증만 증폭시키고 있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4월 화웨이가 미국의 제재를 어기고 이란과 모종의 거래를 했는지 여부에 대해 미국정부가 조사중이라고 보도한 적이 있다. 이 점을 고려하면 이번 체포가 이란과 연관돼 있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미국은 왜 화웨이를 정조준했나
미국은 세계 4위 중국 통신장비 업체 ZTE(중흥통신)에 대해서도 지난 4월 미국에서 만들어진 통신장비를 이란에 팔았다는 이유로 7년간 미국기업과의 거래금지 제재를 내렸다. 이후 중국정부의 간곡한 요청을 받아들여 ZTE측에 벌금 10억달러와 보증금 4억달러를 물리는 조건으로 재제를 완화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행정부가 ZTE를 중국과의 무역협상 도구로 할용했다고 언급하면서 멍완저우 또한 비슷한 전략으로 흐를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러나 회사의 규모와 상징성 면에서 화웨이는 ZTE와는 급이 완전히 다르다. 중국제조 2025로 대표되는 중국정부의 기술굴기 전략의 핵심기업이 화웨이다. 중국정부가 받을 충격은 메가톤급일 수 밖에 없다.
미국정부가 화웨이를 정조준한 데는 대세로 자리잡은 5G 통신장비 시장에서 차지하는 화웨이의 비중이 갈 수록 커지고 있는 것도 중요한 요인으로 꼽힌다.
화웨이는 전세계 170여개국에 수출을 하고 있으며 세계 50대 거대통신사 중 46개사를 고객으로 확보하고 있을 정도로 영향력이 크다. 덕분에 화웨이는 올해 사상 처음으로 매출 1000억달러 돌파가 확실시되고 있다.
미국정부 입장에서는 국가안보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통신분야에서 중국을 대표하는 화웨이가 영향력을 키워가는 것은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사안이다.
독일과 일본, 호주 등 주요 우방국에 화웨이제품을 쓰지 말 것을 요청한 미국은 이번 화웨이 창업주 딸의 신병확보를 계기로 중국정부를 겨냥해 확실한 무력시위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그리고 이 구상은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 국가주석과 무역담판을 하기 훨씬 이전부터 군사작전처럼 치밀하게 진행해온 것으로 보인다. 뒤통수를 제대로 맞은 시진핑으로선 무역담판후 악수와 함께 환한 미소를 짓던 트럼프의 얼굴을 떠올리며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