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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수 전 기무사령관의 선택은 ‘명예 투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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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남
입력 : 2018.12.10 20:05 ㅣ 수정 : 2018.12.10 21:46

▲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이 지난 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이 지키려 한 명예는 3가지

[뉴스투데이=안도남 기자] 세월호 유가족 사찰 혐의를 받던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이 자신의 구속영장이 기각됐음에도 지난 7일 투신해 숨졌다. 영장이 기각된 후에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례는 매우 드물다. 그는 유서에서도 직접적인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 다만 “내가 모든 것을 안고 가겠다”며 “모두에게 관대한 처분을 바란다”고 적었다.

 

그의 변호인과 지인들은 그가 검찰의 별건 수사 압박, 모욕주기 수사에 상당한 심리적 압박을 느꼈다고 했다. 그런 상황이 그를 죽음으로 몰고 갔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검찰 조사에서 모멸과 압박감을 느꼈다고 해서 피의자가 극단적 선택을 하는 예는 드물다고 한다. 그러면 그의 죽음을 부른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이재수 전 사령관의 선택은 한마디로 '명예 투신'이라는 게 군 안팎의 공통된 해석이다. 그가 죽음을 통해 지키려 했던 명예는 3가지 정도가 꼽힌다.

 

'지휘관의 명예', "공은 부하에게, 책임은 나에게" 

 

첫째, '지휘관의 명예'이다. 그와 같이 근무했던 부하들은 이 장군에 대해 “자기관리에 철저하고 책임감이 매우 강한 지휘관”이었으며 “상관의 지시가 잘못되면 자신이 감수하고 부하는 힘들게 만들지 않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지난 3일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수갑을 찬 채 법원에 도착한 그는 포토라인에 서서 “군인에게는 모든 공은 부하에게, 책임은 나에게라는 말이 있다. 그게 지금 제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의 형은 “동생은 부하들이 잡혀 들어가는 것을 가장 고통스러워했다”면서 “지난 주말 동생과 술을 한 잔 했는데 굉장히 괴로운 기색이었다”고 전했다. 그는 유서에서도 “세월호 사고 시 기무사와 기무부대원들은 헌신적으로 최선을 다했다”고 밝히면서 “내가 모든 것을 안고 가는 것으로 하고, 모두에게 관대한 처분을 바란다”고 썼다.

 

그는 지난 7월말 한 유력 일간지 기자와 전화 통화에서도 “군의 대민지원과 관련된 여론과 동향을 파악해 보고하는 것은 기무사의 직무”라면서 “세월호 당시 기무사는 한 점 부끄러움 없이 최선을 다했고, 내가 자랑스럽게 생각했던 부분”이라고 했다. 또 “기무사는 민간 사찰 로 문책 받은 적이 많아 ‘트라우마’가 있다”며 “사찰하라는 지시는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그는 바른 자세로 업무에 최선을 다했고 결과에 책임을 지는 자세를 갖고 있었다. 그와 함께 여러 차례 근무한 사람들은 “자신의 지시로 업무를 수행했던 유능한 부하들이 그 일 때문에 구속된 지금의 상황을 견디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본인이 모든 것을 던져서라도 책임을 져야겠다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군인의 명예'..."공명정대한 자세로 업무 수행해 후배들의 귀감"

둘째, '군인의 명예'이다. 지휘관의 명예가 부하 군인들을 염두에 둔 것이라면 군인의 명예는 자신의 40년 삶의 가치를 증명하기 위함이라고 볼 수 있다.

 

한민구 전 국방부 장관은 빈소를 찾아 “이재수 장군은 명예를 중히 여긴 군인이었다”고 말했다. 함께 근무했던 후배들도 “항상 올바르고 공명정대한 자세로 업무를 수행해 후배들의 귀감이 되던 선배였다”면서 “근래 보기 드물게 명예로운 군인의 삶을 살아온 장군이었다”고 회고했다.

 

그의 명예로운 면모는 투신 직전 행동과 유서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투신 직전 그는 유서를 작성해 가방에 넣고 모든 준비를 마친 후 우연히 전화한 사람에게는 “세종시에 있는 집사람이 바람도 쐴 겸 오라고 해서 나가던 참이다”고 말해 전혀 죽음을 앞둔 사람이라곤 생각하지 못하게 했다.

 

또 유서에서도 자기가 모든 책임을 지겠다며 영장 기각한 판사가 불이익을 받을까 걱정했고 자기의 죽음으로 난처해질 검찰에 미안하다는 말까지 했다. 압권은 마지막 문장으로 “60평생 잘 살다 갑니다”로 끝난다. 책임을 다하려는 군인이 명예롭게 자신의 삶을 마감하는 가장 반듯한 표현이 아닐까 싶다.

 

그런 명예로운 군인에게 검찰은 영장실질심사를 받으러 법원에 갈 때 수갑을 채웠다. 일각에서는 영장 발부 여부가 정해질 때까지 피의자 신병을 확보하기 위해 법적으로는 가능하나, 도주 우려가 있는 흉악범을 제외하고 수갑을 채우는 경우는 드물다고 한다. 검찰 안팎에서는 혐의를 부인하는 예비역 3성 장군을 모욕주기 위한 목적이 크다는 말도 나왔다. 게다가 검찰은 친구인 박지만 EG 회장 사무실은 물론 아들 방까지 압수수색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유한국당은 “고인의 자결은 군인으로서 명예를 지키려는 마지막 몸부림”이라고 말했다. 그는 동기생이자 4성장군인 박찬주 전 2작전사령관이 어떻게 모욕을 당하고 법의 심판을 받는지 생생이 지켜봤다. 자신까지도 그와 유사한 과정을 밟으며 세간에 명예롭지 못한 군인으로 비춰지는 것은 그에겐 죽음보다도 무서운 상황이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국가의 명예'..."사령관 직무의 정당성과 적법성만 주장하겠다"

 

그가 죽음을 선택한 셋째 이유는 '국가의 명예'를 지키기 위함이라는 해석이다. 대한민국 군의 핵심 조직이었던 '기무사', 더 나아가 '군' 자체가 '범죄자'로 전락하는 것은 다름 아닌 국가의 명예가 땅으로 떨어지는 것으로 인식했을 것이라는 게 그의 지인들의 설명이다.

 

세월호 유가족 사찰 혐의는 대통령의 지시로 장관 통제도 받지 않는 군 검찰이 표적 수사를 하면서 기무사 서버까지 털어 사찰했다고 몰아가는 상황에 직면했다. 수사 검사는 “기무사 서버 안에서 찾은 수백 가지도 넘는 범죄 증거를 갖고 있다”고 그를 압박했다고 전해진다.

 

변론을 맡았던 석동현 변호사에 따르면, 이재수 장군은 “사령관 시절 결재한 수많은 보고서를 다 기억할 수도 없는데다, 시시콜콜 따져봐야 소용없다고 판단해 사령관 직무의 정당성과 적법성만 주장하고 나머지는 모두 인정하겠다는 자세였다”고 말했다.

 

석 변호사는 그가 “그 때 그 자리에 있었다는 이유로 이렇게 당하는 것을 ‘운명’이라고 해야 하는가”라고 자문했다고 했다. 대다수 적폐 수사가 그렇듯 검찰을 통해서 나오는 내용이 언론에 보도되면 기정 사실처럼 되고 만다. 따라서 그는 자신이 혐의를 부인하면 검찰이 다른 보고서를 들이대며 추궁할 테고 별건 수사가 이어질 것이라고 판단한 것 같다.

 

그 과정에서 본인 의지와 관계없이 다른 사실이 드러나고 그것이 국가안보에 영향을 미칠 경우 나라가 흔들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은 아닐까? 결국 그가 마지막까지 죽음으로 지키고 싶었던 것은 국가안보의 최후 보루인 '군'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ahndn94@news2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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