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원준 칼럼] 절충교역, 과거 틀 벗고 미래지향적 ‘산업협력 플랫폼’으로 진화해야

김한경 안보전문기자 입력 : 2025.05.02 10:00 ㅣ 수정 : 2025.05.02 12:25

글로벌 공급망 연계형 산업협력으로 구조 전환하고 범정부 차원의 거버넌스 혁신방안 검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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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장원준 전북대 방위산업융합과정 교수]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최근 발표한 ‘2025 국가별 무역장벽 보고서(NTE Report)’에서 한국의 절충교역 제도를 양국 간 무역장벽으로 공식 지적했다. 이 보고서는 한국 정부가 1,000만 달러 이상 무기 계약 체결 시 외국 기업에 절충교역 의무를 부과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불명확한 기준과 과도한 처벌 규정이 외국 기업의 시장 진입을 어렵게 만든다고 밝혔다. 

 

또한,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도 별도 보고서를 통해 한국 절충교역 제도의 “계약상 불명확한 기준, 과도한 패널티 조항과 의무이행 유연성 부족” 등의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무역장벽으로 공식 지적한 점은 기술이전 문제가 아닌 전략적 신호로 해석 필요

 

절충교역은 외국에서 무기를 수입할 때 자국 산업 발전에 필요한 기술이전, 부품 구매, 공동개발 등의 반대급부를 요구하는 제도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의 대규모 무기수출이 이뤄지면서 유럽 주요국들의 무역 불균형 이유로 절충교역 개념이 시작되었다. 우리나라도 1982년 이 제도를 도입해 T-50 고등훈련기 공동개발과 잠수함 독자개발 등 국산 무기체계 개발 기반 마련과 방산 기술 자립화에 상당히 기여해온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최근 방산수출 확대와 글로벌 공급망 재편, 우방국과의 중장기 방산협력 강화 필요성 등을 고려 시, 우리나라 절충교역의 단순 기술이전 위주 추진 방식이 과거의 틀에 머물러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세계 최대 무기수출국인 미국은 우방국과의 방산협력 확대와 자국 기업의 시장 진출 기회 확보를 동시에 고려하고 있다. 미 정부는 그간 비공식적으로 제기됐던 한국 절충교역 제도의 경직성과 절차 불투명성 등이 양국 간 전략적 방산 파트너십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국은 주요 절충교역국 중 하나임에도 미국이 이를 공식적인 무역장벽으로 규정한 점은 단순한 기술이전 문제가 아닌 전략적 신호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

 

현 상황 냉정히 분석하고 과거의 틀에서 벗어나 미래지향적 혁신방안 고민해야 

 

한국 입장에서는 세계 주요국들이 대부분 무기수입 간 절충교역을 활용하고 있으며, 한국보다 더욱 까다로운 요구조건을 제시하는 국가들이 상당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를 지적한 것에 대해 볼멘소리가 나온다. 

 

예를 들어, 튀르키예는 500만 달러 이하 모든 무기수입 간 절충교역을 요구하고, 노르웨이 등 유럽국들은 대부분 무기수입액의 100% 이상을 요구하고 있다. 인도는 무조건 무기수입액의 50% 이상의 가치를 자국 기업과의 현지생산을 의무화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실제로, 미 무역대표부(USTR)의 보고서에는 한국 외에도 UAE, 이스라엘, 인도, 브라질, 튀르키예 등 8개국의 절충교역 제도를 동시에 무역장벽으로 지적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왜 이번 무역장벽 보고서에 한국의 절충교역을 공식적으로 지적했을까? 특히 한국 절충교역이 경직되고 불명확하게 운영된다며 공개적으로 지적했다는 점에서 현재 상황을 냉정히 분석하고 이에 대한 미래지향적 혁신방안을 고민해야 할 시점임은 분명해 보인다. 다시 말해, 이번 USTR의 공식 지적을 계기로 대한민국 절충교역은 과거의 틀에서 벗어나 미래지향적인 ‘산업협력 플랫폼’으로 탈바꿈해야 한다는 점을 명찰할 필요가 있다. 

 

2018년 절충교역에 대한 감사원 감사 이후 대한민국 절충교역은 주도적이기보다 소극적·방어적으로 업무를 수행해 왔던 것을 부인하기 어렵다. 방위사업청 내부에서도 절충교역이 해외구매사업간 사업 진행의 발목을 잡는다든지, 실제 성과가 미미하다는 등의 불만이 적지 않았다. 이러한 결과는 절충교역 성과 저조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5년(2019~23)간 절충교역 확보가치(value)는 10억 달러 수준으로 과거 5년 대비 무려 1/10 수준으로 급감했다. 특히 2023년 F-35 2차 사업(4조원) 등과 같이 미국과의 비경쟁(FMS) 사업에서는 아예 절충교역 대상 사업에서 제외한 적도 상당수다. 

 

요구조건 사전에 명확히 알리고 글로벌 공급망 연계형 산업협력으로 전환해야

 

따라서 다음과 같은 구조적 개편이 요구된다. 첫째, 절충교역(산업협력) 조건의 사전 명확화를 위한 제도 선진화다. 미국으로부터의 무기 구매 시 절충교역을 통한 기술이전 수준, 투자 규모, 성과목표 등을 구체화해 계약 전 이에 대한 예측 가능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의 단위사업별 Bottom Up 협상 방안 방식에서 범부처를 아우르는 Top Down 통합 협상 방안 방식을 마련해야 한다. 이와 함께 해외 기업들이 한국의 요구조건을 분명히 이해하고 절충교역 대안을 충분히 준비할 수 있도록 ‘한국 절충교역 사업설명회(가칭)’ 정례화와 선진국 수준의 ‘사전가치축적(offset banking) 제도’로 전환해야 한다.  

 

둘째, 글로벌 공급망 연계형 산업협력으로의 구조 전환이다. 단순 기술이전보다는 미국과의 무기 공동개발·생산, 현지 투자 및 전문인력 양성, 신규 수출시장 연계, 국내 기업의 글로벌 공급망 편입 등 다양한 전략적 파트너십 구축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해외업체의 우수 제안을 유도하기 위한 인센티브 제공도 병행되어야 한다. 현행 최대 3배 수준의 가치승수(multiplier) 인정만으로는 우리가 원하는 고부가가치 대안 확보가 매우 어렵다. 방위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제고와 시장 진출, 공급망 강화를 위해 절충교역 인정대상을 대폭 확대하고 고부가가치 대안 확보를 위해 가치승수도 주요국 수준으로 현실화해 나가야 한다. 

 

유연한 페널티 제도 구축과 범정부 차원의 절충교역 거버넌스 재정립 필요

 

셋째, 유연한 페널티 제도 구축 및 상계방안 활성화다. 단순한 이행 지연이나 일부 성과 미달에 대해 무조건 위약금이나 불이익을 부과하기보다는 대체 이행 방안, 보완 기회, 단계적 제재 등 유연한 조정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특히 해외업체의 가장 큰 불만 사항 중 하나인 과도한 절충교역 페널티 조항도 주요국 수준으로 하향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해외업체의 미이행 절충교역 가치를 우리나라의 수출 절충교역 이행과 연계해 가치를 상쇄하는 가치상계(swap) 방안으로 활용하는 등 보다 유연한 페널티 제도 마련이 요구된다. 

 

마지막으로, 범정부 차원의 절충교역 거버넌스 재정립이다. 현재 방위사업청 1개 과만으로는 절충교역을 미래지향적 산업협력 플랫폼으로 업그레이드하기가 매우 어렵다. 차제에 K-방산의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공동개발생산, 공급망 협력, 더 나아가 무기 수입국들의 다양한 수출 절충교역 요구를 선제적으로 주도할 수 있는 정부 거버넌스 재정립이 절실한 상황이다. 우선 국무총리실 산하에 ‘글로벌 산업협력위원회(가칭)’ 신설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 위원회는 방위사업청과 함께 산업통상자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기획재정부 등 유관 부처가 절충교역을 활용한 우방국과의 다양한 전략적 산업협력과 공급망 강화를 통해 실질적인 국익을 제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산업부로의 절충교역 업무 이관도 가능할 것이다. 차제에 소부장, 민군협력, GtoG 수출과 함께 산업협력을 포괄하는 ‘첨단민군협력혁신국(가칭)’ 신설로 방위사업청 역량으로는 부족한 다양한 글로벌 산업협력 역량을 강화해 나갈 수도 있다. 

 

산업협력의 연결고리이자 안보 경제동맹의 전략적 플랫폼으로 업그레이드해야

 

주지하다시피, 전 세계 주요국들은 절충교역을 단순한 반대급부 수단이 아닌, 자국 방산 생태계 강화와 우방국과의 전략적 협력을 촉진하는 핵심 수단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제 한국의 절충교역도 더 이상 과거의 경직된 제도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특히 한미 동맹이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공동개발·생산을 중심으로 진화하고 있는 이 시점에서, 절충교역은 양국 간 산업협력의 연결고리이자, 미래 안보 경제동맹의 전략적 플랫폼으로 새롭게 자리매김해야 한다. 

 

대한민국은 절충교역을 통해 기술 확보와 시장 확대라는 실질적 이익을 추구함과 동시에, 우방국과의 공동 번영을 위한 산업협력 체계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해 나가야 한다. 이는 단순한 무기 거래를 넘어서는 동맹 기반의 산업안보 파트너십 구축의 시작점이자, K-방산이 글로벌 산업전략의 주역으로 도약하는 중요한 관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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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준 프로필 ▶ 전북대학교 방위산업융합과정 교수, 前 산업연구원 방위산업연구부장, 국방대 외래교수, 한국혁신학회 감사, 한국방위산업학회 이사, 국방산업발전협의회 자문위원, 前 미국 CSIS 객원연구원, 2022년 자랑스러운 방산인(방산학술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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