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폰서 스즈키보다 한국이 누릴 경제효과 더 커
[뉴스투데이=이진설 경제전문기자]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축구대표팀이 10년만에 스즈키컵 결승에서 우승 축배를 들어올리자 베트남 진출 한국기업들이 덩달아 환호를 올리고 있다. 박항서 매직으로 한국과 한국사람, 그리고 한국제품에 대한 호감이 커지면서 베트남 투자 효과가 배가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베트남이 우승한 스즈키컵은 공식적으로 아세안축구선수권대회(AFF챔피온십)를 말한다. 아세안축구연맹(AFF)이 2년마다 주최하는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축구 축제다.
2년마다 열리는 이 대회는 스폰서기업의 이름을 따서 컵 이름을 정한다. 1996년 첫 대회에서는 싱가포르의 맥주 제조 회사인 타이거맥주가 대회 스폰서를 맡았기 때문에 타이거컵이라 불렸다.
2008년부터는 일본 자동차 기업 스즈키가 스폰서를 맡으면서 AFF스즈키컵이라고 부르고 있다. 스즈키는 세계 12번째 자동차회사로 주로 소형자동차와 오토바이를 생산하고 있어 스즈키컵 스폰서를 통해 저가제품을 선호하는 동남아시아 시장공략에 많은 공을 들였다.
하지만 12회를 맞는 이번 대회의 최대수혜는 스즈키가 아닌 한국기업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수년간 베트남 최대 투자국 자리는 한국의 몫이었다. 베트남 외국인투자청에 따르면 1988년부터 2018년5월까지 누적기준으로 한국의 투자건수는 6883건, 총 투자금액 595억달러에 달한다. 투자액과 투자건 수 모두 전체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일본은 506억달러로 2위에 올랐고, 싱가포르가 435억달러, 대만이 318억달러로 3, 4위를 차지했다.
범위를 넓혀도 베트남은 미국, 중국(홍콩 포함)에 이어 우리나라의 제3위 투자대상국임과 동시에 아세안 지역 최대 투자대상국이다.
한국수출입은행에 따르면 현재 베트남에 진출해 있는 한국기업은 2017년말 기준으로 삼성전자, LG전자, 두산중공업, 포스코 등 5231개에 달한다. 이는 전체 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진출기업의 40%를 차지하는 규모이다.
투자행태도 과거 봉제, 섬유 등 저임금을 활용한 노동집약적 산업에서 지금은 1차금속, 전기장비 제도, 전자부품, 자동차부품, 제약 등 고부가가치산업으로 투자분야가 다변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유통업과 서비스업에 대한 투자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하노이 시내 중심가에선 롯데호텔, 롯데백화점, 롯데마트를 비롯해 삼성전자, 신한은행, 효성그룹 등 국내기업들의 광고판을 찾기가 어렵지 않다.
이는 베트남 정부의 경제발전 계획과도 맞물려 있다. 베트남정부는 남부에 비해 상대적으로 낙후된 북부지역을 집중 개발하는데 주력해왔다. 한국기업의 투자가 호치민(44%)보다는 하노이(56%)에 더 많이 집중돼 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투자형태도 현지합작보다는 단독투자 형식이 압도적으로 많다. KOTRA에 따르면 단독투자와 합작투자의 비율은 9대1 정도로 단독투자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기업에 대한 베트남 사람들의 호감도는 가파르게 올라가는 추세다. 하노이 호아빈 대학의 응옌 트랑 교수(경제학)는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차 등 한국브랜드들이 시장점유율을 높여가면서 한국기업과 한국에 대한 이미지는 매년 좋아지고 있다”면서 “여기에는 베트남에서 축구신드롬을 일으킨 박항서 감독의 역할도 큰 비중을 차지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