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 용어 바꾸면 결혼과 출산이 늘어날까

[뉴스투데이=박진영 기자] 정부가 출산과 육아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결혼·출산·육아와 관련한 용어를 바꾸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시민들은 용어 변경보다는 출산과 육아에 대한 구조적인 문제 개선이 시급하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이하 '저출산위')는 결혼·출산·육아 관련 용어들을 전면적으로 검토해 법령용어 34개, 생활용어 13개 등 총 47개를 정비 대상 용어로 선정했다고 3일 밝혔다. 이는 지난달 29일 제13차 인구비상대책회의에서 정비 계획이 공식 발표된 이후, 본격적인 용어 개편 작업에 착수한 것이다.
정부의 용어 개편의 핵심은 차별적이거나 낙인을 유발하는 단어를 중립적이고 포용적인 표현으로 바꾸는 것이다. 저출산위는 "기존 용어들이 부정적인 인식을 유발하거나 고정관념을 강화해 제도 활용을 꺼리게 만드는 경우가 많다"며 "사람 중심의 언어를 통해 심리적 장벽을 낮추는 것이 목적이다"고 밝혔다.
예를들어, '육아휴직'은 '쉬고 온다'는 느낌을 준다는 이유로 '육아집중기간'이나 '아이돌봄기간' 등으로 변경을 추진할 예정이다. '경력단절여성'은 '경력보유여성', '경력이음여성'으로, '유산·사산휴가'는 '회복휴가', '마음돌봄휴가'로 대체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또, '혼외자'는 '정상 가정에서 태어나지 않았다'는 인식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출생자녀'나 단순히 '자녀'로 바꾸는 것이 제안됐다. '미숙아' 대신 '이른둥이', '치매' 대신 '인지저하증' 등으로 바꾸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가부장적인 생활용어에 대한 정비도 눈에 띈다. '친(외)할머니'는 '할머니'로, '유모차'는 '유아차'로, '집사람'은 '배우자'로 대체하는 것이 제안됐다.
정부는 이번에 대안을 마련한 32개 용어에 대해 6월부터 대국민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해 국민 의견을 수렴하고, 오는 9월 정기국회에서 관련 법령 개정을 추진할 방침이다. 아직 대안이 정해지지 않은 15개 용어는 전문가 자문과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추가로 대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 직장인들, 용어 변경보다는 사회 구조적인 문제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자유로운 휴가 문화 만들어야"
하지만 일각에서는 용어 변경이 실제로 결혼과 출산을 늘리는 데 효과가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출산과 육아에 대한 경제적인 부담, 경력 단절에 대한 불안, 양육 인프라 부족 등 본질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아무리 포용적인 언어로 바꿔도 근본적인 변화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많은 직장인들은 "육아휴직을 신청조차 하지 못하는 이유는 용어 때문이 아니라 '눈치 보기', '승진 누락' 등 구조적인 문제 때문이다"고 지적한다.
정부는 이에 대해 용어 정비가 인식 개선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저출산위는 "용어는 단순한 말이 아니라 사회의 시선을 반영하고, 때로는 시선을 바꾸는 도구"라며 "생활 속 언어부터 바꾸는 것이 문화적 변화의 단초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와 관련 기관들은 앞으로 용어 정비 뿐만 아니라 육아휴직 등 정책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문화와 환경을 만드는데도 앞장서 저출산 문제를 극복하는데 실질적인 효과를 거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