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혁명 (50)] 초고령사회 베이비부머의 반전, AI 고용시장의 새 주역
우리나라 시니어 스타트업 매출 3년새 100.2% 상승…사회 성장 주역
AI데이터·디지털 콘텐츠·스마트홈 등 첨단 분야에 시니어 대거 진출
디지털 역량 뛰어난 베이비부머 2세대들 직무교육 후 일자리 혁명 주도
직업세계가 격변하고 있다. 4차산업혁명 고도화에 따른 직업 대체와 새직업의 부상이 빈번하다. 또 현존하는 직업들은 끊임없는 변화에 적응하면서 진화한다. 그 '직업 혁명'의 현재와 미래를 취재해 보도한다. <편집자 주>

[뉴스투데이=박진영 기자] 우리나라는 지난해 65세 이상 인구가 국민 전체의 20%를 넘어서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이러한 인구구조의 변화는 고용시장 지각변동으로 이어지고 있다. 컴퓨터 활용 능력이 뛰어나고, 풍부한 사회 경험을 갖춘 베이비부머 2세대가 구직 시장에 대거 진입하는 추세이다. 시니어 인재는 더 이상 단순한 신체 노동이나 전통적인 일자리에 머물지 않고, 첨단산업과 인공지능(AI) 분야의 주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실제로 최근 몇 년간 시니어 스타트업 시장은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였다. AI·ICT 등 첨단기술이 시니어 산업에 적극적으로 도입되면서 시니어 인재의 활동 영역이 크게 확장되고 있다. 스타트업 성장 플랫폼 '혁신의숲'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시니어 스타트업 매출은 지난 2020년 대비 100.2% 늘어났다. 같은 기간 유아 스타트업이 54.6% 성장하고, 펫 스타트업이 87.8% 성장한 것과 비교해도 눈에 띄는 성장률을 보였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일자리 창출을 넘어, 시니어 인재의 경험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사회적 가치 창출로 이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시니어 인재들은 어느 분야에서 최신 기술 전문가로 성장하고 있을까. 시니어 인재들은 AI 데이터 가공‧분석 분야나 디지털 콘텐츠 제작‧관리 분야, 플랫폼 기반 네트워크 구축 분야 등에서 뛰어난 성과를 보이고 있다.
먼저, 우리나라 시니어 스타트업들은 시니어 인재의 꼼꼼함과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워 AI 데이터 분야에서 다양한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인재 파견 업체 ㈜에버영피플은 시니어 직무 교육을 통해 인공지능(AI) 데이터 가공과 일본어 명함 빅데이터 구축, 인터넷 웹진 운영 등 다방면의 프로젝트에 시니어 인력을 공급하고 있다. 최근에 제이씨에프테크놀로지‧돌봄드림 등과 업무협약을 맺고 어르신 AI 안부전화 서비스, 시니어 돌봄 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있다.
시니어 IT 전문기업 ㈜에버영코리아는 55세 이상 시니어층에게 기업형 일자리를 제공하며 지속 가능한 사회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시니어 직원들은 네이버 지도 사진에 포함된 사람 얼굴이나 가게 상호명, 자동차 번호판 등을 지우는 '지도 블러링(blurring)', '웹스팸 모니터링', '방송 DB 관리' 등을 수행한다. 네이버 위탁 업무 수행을 통해 270여명의 시니어 인력이 안정적인 근무를 하고 있다.
디지털 콘텐츠 제작‧관리 사업도 시니어 인재가 강점을 발휘할 수 있는 분야다. 시니어 인재는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웹진과 블로그, 영상 콘텐츠 등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를 제작한다. 이는 단순한 정보 제공을 넘어 시니어가 직접 경험한 삶의 지혜를 전달하는 역할로 확장되고 있다. 콘텐츠 제작 과정에서 시니어 인재는 독창적인 아이디어와 경험을 바탕으로, 젊은 세대와의 소통 창구 역할도 하게 된다.
실제로, 디지털 마케팅 기업 피티코리아(PTKOREA)는 '시너Z' 프로젝트를 통해 만 60세 이상의 시니어를 디지털 마케팅과 콘텐츠 제작 실무에 투입하고 있다. 평균 65세의 시니어들이 광고 기획‧콘텐츠 제작 분야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며, 세대 간 협업을 통해 조직 내 변화를 이끌고 있다.

스마트홈‧건강관리 솔루션 개발도 시니어 인재가 주도할 수 있는 첨단산업 분야다. 시니어 맞춤형 가구와 스마트홈, 건강관리 모델 개발 등은 시니어 인재의 실제 경험이 업무에 반영될 때 더욱 효과적인 결과를 낳는다. 예를 들어, 한샘과 카카오는 시니어 전용 가구와 맞춤형 건강관리 모델 개발에 나서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시니어 인재의 의견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플랫폼 기반 네트워크 구축‧고객 관리 분야에서도 시니어 인재는 대인관계와 네트워크 구축에 강점을 보인다. '어테일워크'와 같은 일자리 플랫폼에서는 시니어가 젊은 직원들이 어려워하는 대인관계를 통한 네트워크 구축 업무를 담당하며, 경험과 노하우를 공유하고 있다.
■ 젊은 세대 못지않은 디지털 활용 능력‧지자체의 시니어 직무 재교육 확대 노력, 시니어 첨단 분야 진입 이끌어
이와 같이 시니어 인재가 AI‧첨단산업에서 활약할 수 있는 이유는 시니어들의 개별적인 업무 특성과 첨단 직무의 직무 특성이 잘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시니어 인재는 책임감과 성실함이 뛰어나 반복적이거나 꼼꼼함이 필요한 AI 데이터 가공, 모니터링 등에서 높은 성과를 보인다.
베이비부머 2세대는 젊은 세대 못지않게 디지털 기기에 익숙해, 플랫폼과 온라인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다. 실제로 컴퓨터 프로그램을 다루는 실습 과정에서도 시니어 인재들은 높은 적응력을 보이고 있다.
또한, 시니어 구직자의 첨단 분야 진출 증가세에 발맞춰 정부와 지자체에서 직무 재교육을 실시하고, 일자리 지원을 확대하는 등의 노력도 시니어 인재가 첨단 분야에 진출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서울시50플러스재단은 노코드 데이터 AI 강사와 전기차 충전 인프라 관리사, 스마트 시니어 헬스케어 지도사 등 다양한 미래형 신직업을 발굴하고, 직무 교육과 일자리 매칭 등 취업 연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서울시는 서울시니어일자리센터에서 AI 데이터 가공과 디지털 콘텐츠 제작, 플랫폼 관리 등 첨단 분야 직무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정부 산하 기관들의 움직임도 발빠르다. 노사발전재단은 지난달 고용노동부 서울관악지청 서울관악복지+센터 등과 'G밸리 IT산업 중장년 일자리 창출·지원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AI마케터 양성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시니어 인재의 업무 특성과 정부‧지자체의 노력 등에 힘입어 시니어 구직자의 첨단 분야 진출은 앞으로 더 왕성할 것이라고 예상된다.
노사발전재단 서울서부센터 임정아 소장은 13일 <뉴스투데이>와의 통화에서 "AI와 자동화로 인해 기존의 반복적이고 정형화된 업무가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이로 인해 AI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일자리가 등장하며 시니어에 대한 일자리 전환 기회가 확대되고 있다"면서 "시니어 세대는 오랜 경력과 현장 경험을 보유하고 있어, AI가 요구하는 복잡한 문제 해결, 데이터해석, 현장 관리 등에서 강점을 발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임 소장은 "디지털 격차 해소와 맞춤형 직업훈련, 현장 체험 기회 확대 등 정책적인 지원이 계속 강화되고 있으며, 이는 시니어 세대가 AI시대에 적극적으로 적응하고, 새로운 일자리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이라면서 "시니어 구직자가 미래 고용시장에서도 충분한 경쟁력과 기회를 가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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