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군산(전북)/뉴스투데이=구윤철 기자] ‘새만금스마트 수변도시’. 그 명칭은 단순한 지리적 설명을 넘어 도시가 지향하는 철학과 상징을 담고 있다. ‘수변’은 개발의 수단이자 도시 브랜딩의 핵심 키워드이며, 동시에 자연과 인간의 공존 가능성을 묻는 시험대이기도 하다.
새만금개발공사는 이 도시를 ‘디지털 마린시티’라는 개념 아래 설계하고 있다. 수변을 따라 형성되는 공공수로, 친수형 녹지공간, 해양레저 콘텐츠 등은 단순한 환경미화 차원을 넘어서 도시의 정체성 그 자체를 구성하는 요소다.
하지만 개발계획이 수변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생태적 지속 가능성을 실현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실제로 새만금 일대는 간척지 특유의 취약한 생태계와 해수유통 문제, 수질 개선 이슈가 뒤얽혀 있는 복합 공간이다.
2021년 이후 추진된 ‘해수유통 개방정책’은 새만금 내 수로 체계를 폐쇄형에서 개방형으로 바꾸는 계기가 됐지만 그 과정은 결코 매끄럽지 않았다.
남북 수로 확장과 호소 정비 등 일부 조치는 진전되고 있지만 수질 개선 효과는 여전히 제한적이라는 현장 전문가들의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도시개발이 이러한 생태 인프라 개선과 ‘병행’되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그린-블루 네트워크, 즉 녹색축과 수변축을 연결하는 도시 구조가 도면상에만 존재한다면 이는 결국 ‘수변’이 아니라 ‘수변처럼 보이는 도시’에 불과하다.
수변도시는 도시의 형식이 아니라 살아 있는 환경과 인간의 공존 방식이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해양레저 콘텐츠, 야경이 빛나는 수변 산책로, 수상택시 같은 가시적 장치는 빠르게 도입되고 있지만 정작 중요한 하수처리체계, 오염 저감 설비, 생태 보호구역 지정 등은 후순위로 밀려 있다.
외형보다 시스템, 경관보다 구조가 먼저여야 지속 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다.
환경운동계의 한 관계자는 “수변을 강조한 도시라면 물을 어떻게 다루고, 물과 함께 살아가는 구조를 어떻게 설계했는지가 가장 중요하다”며 “간척지라는 특수성과 기후위기 시대의 조건을 함께 고려한 도시계획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행히 새만금개발공사도 이 같은 문제의식에서 완전히 동떨어진 것은 아니다. 공사는 스마트 수변도시를 ▲개방형 수로 기반의 수질 개선 체계 ▲친환경 교통 중심의 모빌리티 설계 ▲그린에너지 기반 도시운영체계라는 세 축으로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이를 실질적인 공간으로 어떻게 구현해 낼지에 대해서는 아직도 구체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수변도시는 도시가 환경과 단절되지 않는다는 상징적 선언이다. 그리고 이는 건축과 인프라를 넘어서, 도시가 살아 숨 쉬는 생태적 유기체라는 전제를 실현하는 일이기도 하다.
‘물가에 도시를 세운다’는 말은 쉬워도, 물과 더불어 살아가는 도시는 그리 쉽게 만들어지지 않는다.
이제 새만금 수변도시는 수변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책임을 져야 한다. 지속 가능성은 선택이 아니라 도시가 생존하기 위한 전제 조건이다. 도시의 첫 삽보다 먼저 물길이 숨 쉴 수 있어야 도시가 숨을 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