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투데이=강소슬 기자) 지난해 1월 21일 청와대 홈페이지에 이명박 전 대통령 내외가 설 연휴 첫날 청와대 인근인 종로구 통인시장을 찾아 손주들에게 과자와 떡을 사주는 장면을 찍은 사진이 게재됐다. 사진속 자상한 할아버지의 모습 속에서 눈길을 끈 부분은 손주가 입고 있는 하얀색 패딩과 검은색 털 패딩이었다. 네티즌들은 즉각 “가격이 200만~300만 원 정도인 이탈리아 몽클레르 제품”이라고 지적하며 고가 패딩 논란이 일었다.
최근 경기 불황에도 몇 백 만원을 훌쩍 넘는 고가의 패딩(다운재킷)을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 100만 원이 넘는고가 패딩은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인기를 보이고 있다. 일부 수입제품의 경우 산지에 비해 배 이상 비싼 가격에 판매되며 유통업체들이 지나치게 폭리를 취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이명박 전 대통령 손주가 입어서 논란이 되었던 몽클레르 패딩은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로 해발 6000~8000m에 오르는 전문 산악인을 위해 만들어졌다. 몽클레르 패딩에 사용되는 거위 털은 직접 기른 거위의 털을 사용하고, 털을 뽑는 것을 모두 수작업으로 하고 있으며 유명 디자이너가 제작하고 있다. 패딩의 가격은 150만~300만 원대이고, 웬만한 밍크코트 보다 비싼 1000만 원대 고급라인도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논란이 있고 난 뒤, 프리미엄 패딩이 대통령 가족이나 연예인 등 유명 인사들이 입는 옷으로 인식이 되며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그 인기에 프리미엄 패딩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며 해외 제품들의 국내 진출도 잇따랐다. 몽클레르를 비롯해 캐나다구스, 에르노, 노비스, 무스너클, 피레넥스 같은 고가 프리미엄 브랜드들의 패딩이 지금은 “없어서 못 판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여름인 8월부터 판매를 문의해 온 소비자가 적지 않았다”면서 “인기 있는 프리미엄 패딩들의 경우 기본 사이즈는 겨울이 오기도 전 이미 품절됐다”고 밝혔다. 롯데백화점 본점에서도 몽클레르와 캐나다구스를 보름 만에 무려 4억 원어치나 판매했다.

자아가 완전히 형성되지 않은 아동에게까지 고가 브랜드를 고집하며 입히는 부모에게 과소비라는 부정적인 견해가 나왔지만, 2년 가까이 지난 지금 고가의 패딩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은 많이 누그러진 것처럼 보인다.
과연 이러한 고가의 명품 패딩의 가격은 적당한 것일까? 몽클레르의 회장 겸 프리에이티브 디렉터인 ‘레오 루피니’회장은 몽클레르의 패딩이 일반 패딩보다 3~4배 이상 비싼 이유에 대해 “첫째 수입해 들어왔기 때문이고, 둘째는 거위털 뽑는 걸 모두 수작업으로 하기 때문이라며 오래 두고 꺼내 입을 수 있는 제품이라 비싸기만 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몽클레르를 수입 판매하는 신세계인터내셔날 관계자는 “일부 품목만 이탈리아 현지 가격과 국내 가격이 큰 차이를 보일 뿐 대다수 제품은 30% 정도 비싼 수준인데 물류비와 세금을 계산하면 비싼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러한 답변을 들어도 일부 제품의 경우 산지에 비해 지나치게 비싼 가격에 판매하는 것을 보면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우리나라의 중저가 제품과 해외의 프리미엄 패딩이 질적인 면에서 큰 차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판매업체의 고가품 선호를 부추기는 상술이 작용하고 있다고 본다. 과연 그 가격을 받아야 할 정도로 품질 경쟁력이 있는지 의문이라는 지적을 하고 싶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자신이 가진 돈으로 자유롭게 소비를 한다는 것은 당연한 논리이다. 하지만 고가의 제품이 더 좋은 것이라는 생각과 함께 과시욕, 상대적인 우월감으로 소비를 한다면 유독 한국에서는 비싼 제품이 잘 팔린다며 고가 마케팅하는 해외 브랜드를 합리적인 가격에 구매하지 못할 것이다.
이러한 프리미엄 패딩의 열기는 비단 패딩만의 문제가 아닌 듯하다. 우리나라 패션시장의 활성화와 합리적인 소비를 하기 위해서는 소비자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