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읽는 경제] 美 금리인상, 3일 앞으로 다가온 운명의 시간

(뉴스투데이=이진설 경제전문기자) 세계의 이목이 미국 워싱턴DC 20번가 컨스티튜션 에비뉴에 쏠리고 있다. 이곳에 위치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에클즈(Eccles) 빌딩에서 16, 17일(미국 현지시간) 연이틀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가 열려 금리인상 여부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현재로선 12월 금리인상이 더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만, 미국이 전격적으로 9월 금리인상을 결정하면, 세계 각국은 연쇄적인 금리인상 도미노 현상에 빠질 것이 확실하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외국 투자자본의 유출을 막기 위해 금리인상 압박이 거세질 수 밖에 없다. 9월이 될지, 아니면 10월 혹은 12월이 될지 시기문제일 뿐, 금리인상은 ‘대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사상최대 규모의 가계부채에 발목이 잡혀있는 한국으로선 발등에 불이 떨어지는 셈이다.
■ 9월? 12월?-미국 금리인상 시기 둘러싸고 예측 엇갈려
지난 8월만 해도 연준이 9월 금리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점치는 월가 전문가들이 많았다. 하지만 최근 조사에서는 그 비율이 절반이하로 줄어들었다. 중국의 경기침체가 크게 부각되면서 연준이 금리인상 시기를 늦출 것이란 예상이 많아지고 있는 것이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미국의 경제 전문가 64명을 대상으로 연준의 금리 인상 시기를 묻는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46%만이 “9월 회의에서 올릴 것으로 본다”고 대답했다. 지난 8월 조사에서는 이 비율이 82%에 달했으나 한달 사이에 절반 가까이 줄어든 것이다. 9월 인상이 어려울 것으로 예측한 전문가 가운데 35%는 인상시기를 올해 12월로 점쳤고 9.5%의 응답자는 올해 10월 인상을 각각 전망했다.
연준이 9월 금리인상을 단행하지 않을 것으로 보는 이유는 중국발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 때문이다. 버나드 바몰 이코노믹아웃룩그룹의 수석 글로벌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경기둔화가 이머징 국가들의 경기를 악화시키고 전체 글로벌 성장을 둔화시켜 미국의 경제까지 둔화시킬 것이라는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연준이 9월 금리인상을 단행할 것이란 예측도 만만치 않다.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은 "기준금리 인상 여부는 경제지표에 달려 있다"는 입장을 수차례 밝혔는데, 이 경제지표 가운데 핵심은 실업률과 물가수준이다. 연준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이른바 양적완화 정책을 펼쳐오면서 내세운 현실적인 목표는 실업률 6% 이내, 소비자물가지수(CPI) 2% 수준이었다.
현재 미국의 실업률은 지난해말 이후 5%대를 유지하고 있다. 가장 최근인 지난 8월 기준 미국의 실업률은 5.1%로 연준이 애초 정한 6% 이내 목표치를 충족하고 있다. 반면 또다른 지표인 소비자물가지수는 올들어 –0.2%~0.2% 수준에 불과, 2% 수준에 한참 못미치고 있다. 실업률만 놓고 보면 9월 인상을 뒷받침하는 반면, 소비자물가지수는 인상시기 연기 쪽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 인상한다면 어느 수준까지 올릴까-3%대까지 순차적 상승할 듯
연준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8년 12월 연방기금 금리를 사상 최저수준인 연 0~0.25%로 낮춘 이후 지금까지 7년 가까이 이를 유지하고 있다. 사실상 제로금리나 다름없다. 연준의 금리인상은 2006년이 마지막이었다. 이번에 금리를 인상하게 되면 9년여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그렇다면 전문가들이 보는 적정금리는 얼마일까.

이와 관련, 현대경제연구원은 미국의 실업률과 물가를 고려한 적정 금리 수준이 3.15%라는 분석결과를 내놨다. 이는 현행 0~0.25% 수준인 연준의 정책금리보다 2.90%포인트 높은 것이다. 정민 현대경제연구원 동북아연구실 선임연구원은 13일 ‘미국 경제회복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미국 금리인상 기준이 되는 고용시장을 포함한 실물경기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며 이같은 분석결과를 제시했다.
연준이 금리를 올린다고 해서 당장 3%대까지 올리지는 않는다. 옐런 연준의장은 수차례 “순차적 인상”을 강조해왔다. 당장은 0.25%포인트 혹은 0.5%포인트 인상이 가장 유력하고, 시간을 두고 천천히 올리되, 3% 수준에 도달할 때까지 금리를 단계적으로 올릴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일단 우상향으로 방향이 잡히면 1차 인상에 그치지 않고, 2차, 3차 인상이 이어질 것이란 얘기다.
미국의 금리를 시기별로 보면, 2차 세계대전 직후인 1946년 2.09%에서 1981년 14.14%까지 약 35년간 금리가 꾸준히 올랐다가 이후 내리막길을 타 현재에 이르고 있다. 중간중간 약간의 잔파도는 있었다 해도 1981년이후 34년간 금리하락 현상이 이어져온 셈이다.
■ 한국에 미칠 영향은?-가계부채 뇌관이 가장 큰 문제
미국의 금리인상은 곧 우리나라 금리정책에도 직격탄을 날릴 전망이다. 한국에는 외국 투자자본이 많이 들어와 있는데, 미국 금리는 올라가고 우리나라 금리가 그대로라면 외국 투자자본은 높은 금리를 쫓아 국내에서 빠져나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는 1.5%인데, 미국이 장기적으로 3%대까지 금리를 올린다면 우리나라에 상당한 충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가장 큰 문제는 가계부채의 뇌관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7월 중 예금취급기관 가계대출' 통계를 보면 7월 말 현재 예금은행과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저축은행, 신용협동조합, 상호금융, 새마을금고 등)의 전체 가계대출 잔액은 763조3000억원이다. 주택담보대출을 제외한 마이너스통장 대출, 신용대출 등 기타 대출 잔액은 7월 말 현재 295조6000억원이다. 여기에 결제 전 카드 사용금액(판매신용)과 보험·대부업체, 공적 금융기관 등의 대출까지 합한 전체 가계신용 규모는 1130조 5000억원에 달한다.
미국의 금리인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과도하게 불어난 빚이 경제위기의 도화선이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경고하고 있다. 특히 가계부채는 대출금의 76.4%가 단기 변동금리에 연동돼 있어 금리가 오르면 이자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는 구조다. 금리가 연간 1% 오르면 빚을 진 사람들은 단순계산으로 11조3000억원의 이자부담이 더 생긴다. 2% 오르면 22조6000억원, 3% 상승시 33조9000억원을 더 내야한다.
가계의 생활과 밀접한 연관이 있지만 가계 빚 통계에는 잡히지 않아 ‘숨어있는 가계 빚’으로 불리는 개인사업자(자영업자) 대출까지 고려하면 문제는 더 심각하다. 자영업자 대출은 8월말 현재 229조7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20조4000억원 증가했다. 자영업자 대출은 돈을 빌릴 때 차용목적을 사업용으로 쓰게되면 중소기업 대출에 잡히지만 돈을 갚는 주체가 개인이라는 점에서 가계 빚에 포함시켜 생각하는 게 맞다.
이 때문에 상환능력이 떨어지는 서민층을 시작으로 가계붕괴 도미노가 벌어지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다. 금리가 오르면 가계부채가 무더기로 부실화해 소비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가뜩이나 소비심리가 바닥을 기는데, 여기서 더 악화될 경우 올해 경제성장률은 2%대도 장담하기 힘들다.
실제로 7월중 은행권 가계대출 연체율은 0.44%로 6월대비 0.02%포인트 증가했다. 대기업대출 연체율은 0.84%로 0.68%포인트, 중소기업 연체율은 0.90%로 0.78%포인트 각각 상승해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 채무 많은 가계, 빚 정리에 빨리 나서야
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2013년 2월부터 2014년 4월까지 1년여 동안 최하위 소득 가구의 담보대출은 29%나 늘었다. 반면 최상위 소득 가구는 같은 기간 3.1% 느는 데 그쳤다. 경기 침체가 길어지면서 저소득층과 자영업자가 생활비나 기존 대출금 상환을 위해 주택담보대출을 이용하는 사례가 늘었기 때문이다.
금리가 낮을 때는 대출이자가 크게 부담이 되지 않지만 금리가 상승세로 돌아서면 얘기가 달라진다. 불어난 빚이 독이 돼서 부메랑처럼 돌아올 수 밖에 없다. 갖고 있는 자산을 최대한 처분해서 빚의 총량을 줄이고 허리띠를 더 졸라매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소액이라도 연체는 없어야 하며, 부득이하게 연체가 발생하면 연체기간이 긴 것부터 상환하는 게 좋다. 연체기간이 길수록 신용등급 산출시 부정요인 반영비중이 높아 가장 오래된 연체 건부터 상환해 연체정보로 인한 불이익을 감소시킬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자력으로 상환이 어려운 경우에는 신용회복위원회 또는 금융회사 자체 워크아웃, 국민행복기금 등의 제도를 이용하는 것도 적극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미국 연준이 금리인상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는 것은 7년째 이어져온 저금리 파티가 끝났음을 경고하는 강력한 신호다. 9월이 될지, 12월이 될지 시기는 엇갈리지만 인상 쪽으로 가닥을 잡은 이상 세계는 앞으로 상당기간 금리인상 시기에 접어들 것이 확실하다. 한국경제는 견딜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빚이 많은 개인과 가계는 얘기가 다르다. 미리 대비하지 않으면 파국을 면할 수 없고, 파국후에는 그 누구도 책임져 주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진설>경제전문기자=wateroh0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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