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월 총선 ‘경제 전쟁’ 예고
(뉴스투데이=이진설 경제전문기자) 새누리당이 4·13 총선 중앙선거대책위원장으로 강봉균(72) 전 경제부총리를 영입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새누리당의 ‘강봉균 카드’는 다분히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를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특이한 것은 김종인 대표의 경우 18대 대선때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을 맡아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에 공헌한 반면 강봉균 전부총리는 김대중 정부시절 재정경제부장관과 열린우리당 정책위의장을 지낸 경력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강봉균 전부총리가 새누리당의 로브콜을 수락할 경우 대표적인 경제브레인들이 이번에는 당을 바꿔서 진검승부를 펼칠 것으로 보인다.
■ 여야 경제통 앞세워 총선 정면승부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는 17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강봉균 전부총리를 선대위원장으로 영입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새누리당이 뜬금없어 보이는 강봉균 카드를 꺼내든 것은 김종인 대표를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김종인 대표가 줄곧 박근혜 정부의 경제실패를 거론하며 공격하자 과거 야당의 대표적인 경제통인 강봉균 전부총리를 앞세워 맞불을 놓겠다는 전략인듯 하다.
실제로 김종인 대표는 18일에도 정부의 경제실패를 거론하며 공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김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더민주당 비대위-선대위 연석회의에서 "정부여당에 이런 경제상태를 방치해도 되는지 묻는다”면서 현 정부 경제심판론을 부각시켰다. 그는 "최근 통계청 발표 자료에 따르면 실업률이 4.8%로 10년 이래 최고치이고 청년실업률도 10.5%로 높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 새누리당 ‘일자리 중심 성장론’ 부각 VS 더민주당 ‘정부 경제실정론’
야당은 이번 총선에서 경제이슈를 집중 부각시켜 표심을 공략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박영선 비대위원은 앞서 열렸던 지난 4일 비대위·선대위 연석회의에서 미국의 클린턴 대통령이 후보 시절 내세웠던 구호인 ‘바보야, 문제는 바로 경제야’를 언급하며 정부의 경제 부진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민주당이 경제통을 전면에 배치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더민주당이 영입한 외부인재 중 김현종 전 통상교섭본부장, 이지수 전 좋은기업지배연구소 위원, 조정훈 세계은행 우즈벡 대표 등 경제관련 인사들의 비중이 이전보다 높아진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더민주당은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사장도 총선정책공약단 부단장에 앉혀 당의 총선공약 수립에 활용하고 있다.
새누리당도 이번 총선에서 경제가 최고 이슈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달 4일 20대 총선과 관련한 경제공약의 기본 방향을 발표했다. 그 핵심은 '일자리 중심 성장'이다.
김정훈 정책위의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20대 총선 공약의 기본 방향은 '일자리 더하기, 부담 빼기, 공정 곱하기, 배려 나누기"라면서 "일자리 중심 성장은 구조개혁과 내수 회복을 통해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일자리를 만들어 경제 성장의 과실이 골고루 퍼지게 하는 따뜻한 경제"라고 설명했다.
새누리당은 여기에 더해 가계부담 완화 정책을 손보고 있다. 박근혜 정부들어 살인적으로 늘어난 가계부채가 최대이슈가 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이 가계의 빚 부담을 덜기 위해 내세운 공약은 △의료비 부담 완화 △사교육비 경감 △가계금융부담 완화 △노후부담 완화 등이다.
새누리당은 공약만으로는 야당의 공격을 막기 어렵다고 보고,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에서 정부와 국회에서 대표적인 경제브레인으로 활동했던 강봉균 전부총리를 영입키로 결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강 전 장관은 3선(16~18대) 출신 국회의원이며 노무현 정부 때는 여당인 열린우리당 정책위의장을 지냈고, 2012년 대선 때는 안철수 후보 캠프에서 활동했다. 강 전부총리는 아직 수락의사를 밝히지 않았지만 긍정적으로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공천권 이어 선대위원장까지 경제관료들 전면 배치
여야는 앞서 공천권을 경제관료 출신들의 손에 넘겼다. 새누리당은 4선의원 출신이자 대우경제연구소장을 지낸 대표적 경제통인 이한구 전 의원을 공직후보자추천관리위원장(공관위원장)에 전면 배치했다. 이한구 공관위원장은 국회에서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는 등 당내 경제브레인으로 손꼽혀온 인물이다.
더민주당 역시 경제학자이자 경제관료를 역임한 김종인 대표가 사실상 공천권을 주무르고 있다. 공식적인 공관위원장은 홍창선 전 의원이지만 문재인 전 대표가 사퇴한 후 당의 실권이 사실상 김 대표에게 넘어갔기 때문에 실질적인 공천권자로 인식되고 있다.
김 대표는 독일 뮌스터대학에서 경제학 석사·박사학위를 받고 서강대(경제학과)에서 교편을 잡은 서강학파 출신이기도 하다. 교수로 있으면서 11대 국회 때 처음 국회에 발을 들여놓은 이후 줄곧 국회와 정부에서 경제전문가로 일했다.
제2야당인 국민의당 역시 감사원장을 지낸 전윤철 전 경제부총리가 공천관리위원장직을 맡고 있다. 전 위원장은 공천자격심사와 공천권을 행사하는 막강한 파워를 동시에 갖고 있다. 전 위원장은 행시4회로, 김대중정부때 공정거래위원장, 기획예산처장관, 대통령비서실장, 경제부총리를 역임했고 노무현정부 시절에는 감사원장을 맡았다.
여야가 공천권에 이어 선대위원장 자리에 경제통을 앉힌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이번 총선에서 최대 화두가 경제로 떠올랐기 때문에 경제를 잘 아는 인물들을 전면에 내세운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연합뉴스와 KBS가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해 2월 11~12일 실시한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에 따르면 4·13 총선의 최대 쟁점으로 41.0%의 응답자가 ‘경제활성화’를 꼽았다. ‘일자리 창출’(18.6%)과 경제민주화(3.9%)에 대한 응답율까지 고려하면 경제 관련 이슈가 60%를 넘어선 것이다.
빌 클린턴 전 미국대통령은 92년 대선에서 “바보야, 문제는 경제다”라는 캐치프레이즈로 대통령에 올랐다. 이번 총선에서도 화두는 경제가 될 것이며, 여당이 야당의 창을 막을 것인지, 아니면 야당이 여당의 방패를 뚫을 것인가에 따라 승패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