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동제약 최성원 부회장의 'ESG혁신' 가로막는 ‘ESG 괴담’

[뉴스투데이=이태희 편집인] 재계 화두인 ESG경영에 관한한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후진그룹을 형성하고 있다.
E(환경), S(사회), G(지배구조)라는 비재무적 가치를 주도하는 기업이 장기적으로 더 높은 재무적 성과를 거둔다는 ESG대세론으로부터 소외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SG경영을 강화하는 경영혁신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만큼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 ESG 평가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등급을 받고 있다. KCGS 평가는 7개 등급 체제(S, A+, A, B+, B, C, D)이다. 2021년의 경우 A등급을 받은 제약바이오 기업은 한미약품, 일동제약, 삼성바이오로직스, 종근당, 동아쏘시오홀딩스, 한독 등 9곳 뿐이다. A등급은 3등급에 해당된다. 그 이상 등급은 없다.
그나마 진보이다. 2020년의 경우 한미약품과 일동제약 두 회사만 A 등급을 받았다.
■ E와 S등급 높이면 전체 ESG등급 올라...채권 발행 및 투자유치에서 유리해져
이 같은 현상의 원인이 ‘리베이트 관행’, ‘오너 일가 중심의 기업 지배구조’ 및 이로 인한 내부거래 문제 등과 같은 제약바이오기업들의 구조적 요인에 있다는 분석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그럴듯한 소리처럼 들리지만 ‘괴담’에 불과하다. 현실은 약간 다르다.
제약바이오기업들이 다른 산업군에 비해 ESG등급이 낮은 것은 최고경영자(CEO)의 경영전략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기존 제품의 생산 및 소비과정 그리고 비즈니스모델(BM) 혁신 등에서 ‘친환경성’을 강화하고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려는 노력을 소홀히 해온 결과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한 판단이다.
역으로 ESG등급이 상향된 제약바이오 기업은 E와 S, 그 중에서도 특히 E부문의 약진을 이뤄냈다. 그 결과 전체 등급이 올랐다. ESG경영 차원에서 가장 취약한 고리가 E부문이라는 뜻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만 해도 그렇다. 2019년 전체 등급은 B+였다. E는 C등급, S는 A등급, G는 B+등급이었다. 2021년 평가에서 전체 A등급을 받았는데 E가 3계단 상승한 A등급이었다. S와 G 부문은 각각 1등급씩 올랐다.
종근당도 비슷하다. 2019년 전체 등급은 B등급인데, E는 C등급, S는 B+등급, G는 B등급이었다. 2021년에 전체등급 A등급으로 상승했다. E가 3등급 오른 A등급이었다. S는 2등급 오른 A+를 기록했다. G는 1등급 오른 B+였다.
KCGS 관계자에 따르면, ESG등급 평가에서 G부문 가중치가 가장 높다. 하지만 G부문 평가를 끌어올리기란 쉽지 않다. 예컨대 G부문의 핵심 영역으로 알려진 경영안정성을 제고하려면 최대주주의 지분율을 끌어올려야 하는 데 이는 지극히 어려운 과제이다. 그럴만한 자본이 충분한 CEO나 오너는 드물다. 이사회와는 별도로 독립적인 ESG위원회를 설치해 운영하거나 회계투명성을 제고하는 방안 정도가 G부문을 개선할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이다.
반면에 E나 S부문은 무궁무진하다. 환경가치(E), 사회적 가치(S)를 제고하는 다양하고도 창의적인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수행함으로써 E와 S부문 등급 평가를 높일 수 있고 이는 전체 기업가치를 높이는 데 기여하게 된다.
국내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도 ESG등급이 높은 기업은 채권 발행이나 투자 유치에 유리하다. 미국과 유럽시장을 주도하는 금융자본들은 탄소배출이 많아 E등급이 낮은 기업에 대한 투자금을 회수하는 추세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높은 ESG등급은 상처뿐인 영광이 아니라 돈을 벌어주는 명예로 자리잡고 있는 상황이다.
■ 광동제약의 박상영 CSEO 기용은 고착화된 ESG현실 타파 위한 '혁신 카드'... EV와 SV 제고전략이 승부처
광동제약 오너 2세인 최성원(53) 대표이사 부회장은 올해 가장 적극적으로 ESG 경영혁신 의지를 드러낸 제약바이오 최고경영자(CEO)라고 볼 수 있다.
연초에 최고안전환경책임자(CSEO) 직책을 신설하고 박상영 부사장을 임명해 눈길을 끌었다. 제약바이오업계 최초였다. 고착화된 현실을 타파하기 위한 혁신시도로 풀이됐다.
지난 3년 간 광동제약의 ESG등급 종합평가는 B등급에 머물러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보고서에서 "광동제약은 전년과 등급이 동일해 체제개선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 실효성은 어떨까? 일단은 여러면에서 현명한 경영전략이다. 우선 CSEO를 임명한 경영행위 자체가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의 G부문 평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박상영 CSEO가 언론과 법무업무를 맡는 커뮤니케이션실 실장을 겸직하는 것도 전술적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구조이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E, 및 S 평가를 할 때 언론 등에 보도된 ‘공개 자료’를 기반으로 한다고 밝히고 있다. “E와 S에 대한 보도자료를 많이 낸 기업일수록 등급평가에서 유리해진다”는 설명이다. 한 기업의 친환경 경영은 언론홍보와 긴밀하게 맞물려서 이뤄질 때 실효성을 획득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ESG평가기관 관계자는 “한 기업의 비즈니스모델(BM)이 친환경적인지 여부보다 한 기업이 환경관련 보도자료를 얼마나 많이 생성하는지가 더 중요하게 작용하는 경우도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박 CSEO는 환경(E)과 안전보건(SH) 담당인 것으로 추정된다. 중대재해처벌법으로 더욱 중요해진 안전보건 영역과 ESG등급을 상향시킬 수 있는 핵심 영역인 E부문의 다양한 활동과 제도정비를 주도하고 이를 ‘공개 정보화’하는 작업을 담당한다고 볼 수 있다.
광동제약의 ESG등급 평가 현황을 분석해보면 2019년 전후 삼성바이오로직스나 종근당과 비슷한 상황이다. 2019년 ESG평가 전체 등급은 B등급이다. E는 C등급, S는 B등급, G는 B+등급이다. 2021년에도 전체 등급은 B등급으로 변화가 없다. E는 C등급, G는 B+등급으로 변화가 없다. S만 1등급 오른 B+ 등급이다.
[그래픽 1]에 나타나듯이,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의 광동제약 ESG 종합등급은 2019년부터 2021년까지 3년 동안 B등급으로 고정돼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E와 S 부문 등급을 대대적으로 상향시킬 경우 제약바이오업계의 새로운 A등급 기업이 될 수 있다. 리베이트관행은 근절시켜나가야 할 악습이지만, 광동제약의 ESG경영 강화를 위한 당면과제는 아니다. G부문도 마찬가지이다.
[그래픽 2]에서 볼 수 있듯이, 광동제약의 G(지배구조)부문 수준은 업종 평균 수준이다. 업종 선도기업과의 격차도 다른 부문에 비하면 적은 편이다.
환경경영, 환경성과와 같은 E부문 그리고 지역사회, 소비자, 이해관계자 대응 등과 같은 S부문이 선도기업 대비 수준이 특히 낮은 것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광동제약의 ESG 리스크는 낮은 수준"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E, S, G 중 어느 부문에서도 두각을 드러내고 있지는 못하지만 기업가치를 훼손할 우려가 높은 ESG쟁점(ESG Controversy)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평가는 방어전략보다 공격전략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환경가치(EV)와 사회적 가치(SV)를 높이기 위한 창의적인 프로젝트 수행이 CSEO를 기용한 최성원 부회장의 향후 과제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