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시장 가격쇼크 ③] BYD발 가격전쟁에 글로벌 시장 지각변동

정승원 기자 입력 : 2025.06.06 00:12 ㅣ 수정 : 2025.06.09 06:31

미국, 유럽 중국산 전기차 수입 막기 위해 고율 관세 부과에도 불구하고 BYD 유럽시장에서 테슬라 제치고 전기차 판매량 1위 기록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밴드
  • 페이스북
  • 트위터
  • 글자크게
  • 글자작게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그 중심에는 중국의 BYD가 있다. 세계 최대 전기차 생산업체로 등극한 BYD는 최근 최대 30%에 달하는 대규모 가격 인하를 단행하며 중국은 물론, 전세계 전기차 시장의 판을 흔들고 있다. 이번 조치는 단순한 가격 경쟁이 아니라, ‘시장 지배력 확보’라는 파괴적이며 전략적 승부수로 해석된다. BYD가 쏘아올린 가격 파괴로 인한 파급효과를 짚어본다. <편집자주>


 

 

image
유럽에 수출된 BYD. [연합뉴스]

 

 

[뉴스투데이=정승원 기자] “단순한 저가 공세가 아니다. BYD를 필두로 한 중국 전기차 업체들의 글로벌 진출은 기존 자동차 산업 패러다임을 재편하고 있다.”(파이낸셜 타임즈)

 

지난해 유럽 자동차 시장의 가장 큰 뉴스는 독일도, 테슬라도 아닌 중국 전기차 BYD의 돌풍이었다. 유럽연합(EU)은 중국산 전기차에 최대 38%의 반보조금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고, 미국은 100%의 고율 관세로 사실상 시장을 봉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BYD는 유럽 시장에서 테슬라를 제치고 전기차 판매량 1위를 기록했다.

 

런던 기반 컨설팅사 오토 애널리시스의 마크 레이놀즈 수석 애널리스트는 “BYD는 배터리 자체 생산을 통해 원가를 최소화하면서, 디자인과 기술력까지 개선해 테슬라의 대항마로 부상했다”고 평가했다. “BYD의 핵심은 단순한 ‘저가’가 아니라, ‘고효율 생산체계’에서 나오는 원가 경쟁력”이라는 설명이다.

 

테슬라는 최근 차량 가격을 동결하거나 소폭 인하하는 대신, 자율주행(FSD), 배터리 확장, 차량 내 엔터테인먼트 등 기능들을 유료화하는 전략으로 전환하고 있다. 반면, 중국 전기차 기업들은 ADAS, 대형 디스플레이, OTA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등 프리미엄 기능을 기본 탑재하며 ‘가성비 혁명’을 주도하고 있다.

 

이러한 전략 차이는 소비자 심리에 즉각 영향을 주고 있다. 독일 뮌헨에서 테슬라 모델3와 BYD 시걸을 비교 구매한 한 소비자는 “기능과 옵션을 포함하면 BYD의 가격은 테슬라의 절반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모건스탠리의 글로벌 자동차 담당 애널리스트 아담 조나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전 세계 EV 시장이 심각하게 중국화 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중국 기업들이 보여준 초저가 EV 모델 전략은 향후 2년간 글로벌 EV 가격 기준을 바꾸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전기차 평균 가격은 2024년 기준 1만 5000달러 수준, 미국은 4만 7000달러, 유럽은 3만 8000유로로 여전히 큰 차이를 보인다.

 

이런 상황에선 유럽산 전기차 업체들도 가격 인하 압력을 피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미국은 IRA(인플레이션 감축법)을 통해 자국 내 배터리 및 EV 생산을 강력히 지원하고, 중국산 부품을 제한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유럽도 반보조금 조사를 강화하고 중국 EV에 대해 기술 규제와 관세를 동원하고 있다.

 

하지만 노무라증권의 자동차 산업 전략가 이와모토 유키오는 “규제는 속도 조절에 불과하고, 산업 구조 자체를 막기엔 역부족”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결국 유럽과 미국도 중국식 ‘가성비 EV 전략’을 일정 부분 수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기차 초기 소비자는 브랜드 충성도와 기술 우위를 중시했지만, 시장이 대중화 단계에 접어들며 ‘가성비’가 핵심 기준이 되고 있다.

 

특히 인플레이션과 금리 상승 속에서 차량 구매자들은 “저렴하지만 충분히 좋은” 전기차를 원한다.

 

프랑스 EV 전문 매체 엘렉트로모빌리테 편집장 줄리엣 르클레르는 “중국 EV가 제공하는 ‘합리적 가격+프리미엄 옵션’ 조합은 기존 유럽 소비자 인식을 바꾸고 있다”며 “2025년부터는 ‘BYD와 가격 경쟁 가능한 유럽차’가 경쟁력의 기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2025~2026년을 글로벌 전기차 산업 구조 전환의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EV 기술 자체는 성숙기에 접어들었고, 이제는 “누가 더 싸게, 더 좋게 만들 수 있는가”의 싸움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는 것이다.

 

피치는 최근 보고서에서 “2026년까지 중국 EV의 유럽 시장 점유율이 20%를 넘을 것”이라고 경고했고, 유럽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고급차 vs 저가차’라는 이분법에서 탈피해 중가 EV 시장 재편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렇게 본다면 글로벌 전기차 시장은 더 이상 테슬라 중심이 아니다. BYD가 쏘아올린 가격 전쟁은 산업 구조를 흔들고 있다. 고율 관세, 정책 장벽, 브랜드 장벽에도 불구하고 중국 전기차는 이제 유럽과 미국 소비자의 마음을 파고들고 있다.

 

 

BEST 뉴스

댓글 (0)

- 띄어 쓰기를 포함하여 250자 이내로 써주세요.

- 건전한 토론문화를 위해,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비방/허위/명예훼손/도배 등의 댓글은 표시가 제한됩니다.

0 /250
 

주요기업 채용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