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내렸지만 대출 문턱 올라갔다...은행 신용대출 위축되나
경기둔화 속 건전성 관리 영향으로
신용대출 차주 평균 신용점수 올라
가계부채 조절로 신용대출 조일 듯
급전필요 실수요자 대출 절벽 우려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주요 은행들이 취급한 신용대출 상품의 금리가 시장금리 하락에 맞춰 내림세를 보이고 있지만 문턱은 오히려 높아진 것으로 나타나다. 경기 둔화로 차주들의 상환 능력이 약화될 것으로 예상되자 대출 심사를 더 깐깐하게 진행한 결과로 풀이된다. 은행권은 자산 건전성 관리 차원에서 불가피한 조치라는 입장인데, 실수요자들의 피해는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된다.
6일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이 지난 2월 취급한 신용대출 평균금리(서민금융 제외)는 연 4.62%로 전월(4.93%)에 비해 0.31%포인트(p) 하락했다. 이들 은행의 지난해 2월 신용대출 평균금리(연 5.14%)와 비교하면 0.52%p 내려간 수준이다.
은행별로 보면 지난달 우리은행의 신용대출 평균금리가 연 4.61%로 전월(5.78%) 대비 1.17%p 급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국민은행 연 4.46%→4.35% △하나은행 연 4.71%→4.57% △신한은행 연 4.73%→4.66% △농협은행 연 4.98%→4.90% 역시 일제히 신용대출 금리를 내려잡았다.
은행권 신용대출 금리가 떨어진 건 시장금리 하락에 따른 것이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10월과 11월, 올해 2월에 걸쳐 기준금리를 연 3.50%에서 연 2.75%로 인하한 영향에 채권금리도 덩달아 내려갔기 때문이다. 5대 시중은행이 지난 2월 취급한 신용대출 금리 구성 중 준거(기준)금리 평균은 연 2.91%로 전월(연 3.00%)보다 0.09%p 하락했다.
문제는 이 같은 금리 하락에도 차주가 체감하는 대출 문턱은 더 높아졌다는 점이다. 지난 2월 5대 시중은행으로부터 신용대출을 실행한 차주의 신용점수는 코리아크레딧뷰로(KCB) 기준 평균 935점으로 전월(925점)보다 10점 올랐다. 특히 이 기간 우리은행의 신용대출 평균 신용점수가 899점에서 947점으로 48점이나 뛴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이 차주의 신용점수 눈높이를 높였다는 건 상환 능력을 더 보수적으로 보고 있다는 의미다. 신용대출의 경우 별도로 담보를 잡지 않기 때문에 신용점수가 중요한 심사 항목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중·저신용자에 대한 대출 공급을 수행하고 있는 인터넷전문은행 업계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 토스뱅크가 취급한 신용대출 차주의 평균 신용점수는 지난해 12월 841점에서 올 1월 928점으로 87점 급등했다. 지난 2월에는 903점으로 내려앉긴 했지만 여전히 900점대를 이어갔다.
이는 은행권이 경기 둔화로 인한 잠재 부실 우려를 선제 반영한 결과로 풀이된다. 빌려준 돈을 제때 회수하지 못하면 연체율 상승, 고정이하여신(NPL·부실채권) 증가 등 자산 건전성 지표에도 악영향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1월 국내 은행의 가계대출 중 주택담보대출(주담대)를 뺀 신용대출 등 자산의 연체율은 0.84%로 전월(0.74%)에 비해 0.10%p 올랐다. 이는 같은 달 주담대 연체율(0.29%)보다 3배 가까이 높은 수준이다.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강화 주문도 은행들이 신용대출 문턱을 쉽사리 내리지 못하게 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최근 주담대를 중심으로 한 가계대출 잔액 증가 경계감이 여전한 상황에 신용대출까지 늘려버리면 관리가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은행권 주담대 잔액은 전월에 비해 3조5000억원 늘어난 반면 신용대출은 3000억원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권의 대출 태도가 단기간 내 완화되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특히 신용대출의 경우 부실 우려와 잔액 증가의 리스크가 동시에 존재하고 있는 만큼 당분간 보수적인 심사 기준을 반영할 것이란 관측이다. 일각에서는 급전이 필요한 실수요자들의 자금 조달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한 시중은행의 관계자는 “신용대출은 담보가 없기 때문에 신용점수가 절대적으로 중요하게 작용한다. 이미 실행한 차주도 소득이나 신용도, 타 기관 부채 현황에 변화가 있으면 대출 계약 연장이 거절돼 상환해야 할 상황이 올 수 있다”며 “요즘은 시중에 풀린 돈이 너무 많기 때문에 신용대출을 공격적으로 나설 시점은 아니라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다른 시중은행의 관계자는 “은행 입장에서는 가계대출과 건전성 관리를 전제로 했을 때 신용대출도 선별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다”며 “신용점수를 보고 조금이라도 더 돈을 잘 갚을 수 있는 우량한 차주에 우선적으로 대출을 내주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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