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토큰 실험 돌입’… 은행권, 디지털화폐 직접 결제 시범 본격화
CBDC 실생활 결제 실험 ‘프로젝트 한강’ 본격화
디지털 자산 시장 급성장… CBDC의 가능성은?

[뉴스투데이=이금용 기자] 한국은행이 주도하는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시범사업 ‘프로젝트 한강’이 실시 3주차에 접어들었다. 이번 실험은 디지털화폐의 실생활 활용 가능성을 가늠하기 위한 단계로, 국내 주요 시중은행이 참여해 예금 기반 디지털 토큰을 발행하고 실제 결제까지 이어지는 과정을 점검한다.
22일 은행권에 따르면 이번 시범사업은 지난 4월 1일부터 6월 30일까지 총 10만명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참여은행은 국민·신한·우리·하나·농협·기업·부산은행 등 7곳이다. 이 가운데 신한은행은 가장 먼저 모집을 마감했고, KB국민은행 역시 빠르게 정원을 채웠다.
참가자는 각 은행의 모바일 앱을 통해 전자지갑을 개설하고, 기존 은행 계좌 잔액을 예금토큰으로 전환한 뒤 오프라인 또는 온라인 매장에서 결제에 활용할 수 있다. 사용 가능한 가맹점은 세븐일레븐, 이디야커피, 교보문고, 농협 하나로마트 등 오프라인 매장부터 현대홈쇼핑, K-팝 굿즈몰 ‘코스모’, 배달앱 ‘땡겨요’ 등 다양한 온라인 채널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마련됐다. 특히 ‘땡겨요’를 중심으로 온라인 결제가 오프라인보다 더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국민 편익을 증진하는 새로운 금융서비스가 성공적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기술적 완성도뿐 아니라 제도적인 기반도 뒷받침돼야 한다”며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축적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정책적 실현 가능성과 법적·기술적 과제를 면밀히 점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행이 이처럼 CBDC의 실사용 실험에 나선 배경에는 국내 디지털 자산 시장의 빠른 성장세가 자리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 21일 발표한 ‘2024년 지급결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5대 가상자산거래소 이용자는 약 1825만 명에 달하며, 전체 보유금액은 104조1000억 원에 이른다. 이는 국민 세 명 중 한 명이 디지털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는 의미다.
CBDC는 민간이 주도해온 가상자산의 급속한 확산에 대응해 중앙은행이 공공의 영역에서 설계한 새로운 형태의 디지털 화폐다. 블록체인의 투명성과 실시간 결제 기능은 유지하면서도, 가상자산이 지닌 높은 가격 변동성과 투기성을 배제해 보다 안정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결제 수단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해외 주요국들도 CBDC 도입에 적극적이다. 중국은 상하이와 선전 등지에서 이미 디지털 위안화를 실사용 중이며, 유럽중앙은행(ECB)도 디지털 유로화 설계를 마무리한 상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역시 실시간 결제 시스템인 ‘페드나우(FedNow)’를 중심으로 관련 인프라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다만, CBDC에 대한 시각은 여전히 엇갈린다. 금융 접근성이 낮은 계층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고 지급결제 시스템의 효율성을 높이는 등 긍정적인 기대도 크지만, 동시에 개인 프라이버시 침해 우려, 은행 역할 위축 등의 부작용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CBDC는 아직 실험 단계에 머물고 있으며, 단기간 내 상용화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그럼에도 이번 프로젝트 한강은 중장기적으로 볼 때 디지털 전환 시대를 준비하는 의미 있는 시도”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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