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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네르바의 눈

한국경제의 경기순환, 어떻게 변해왔나?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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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봉 산업경제 전문기자
입력 : 2025.06.03 00:30 ㅣ 수정 : 2025.06.05 05:39

[기사요약]
제8순환기, 가계대출 확대 등 내수 경기 부양책에 힘입어 민간소비 증가하면서 회복되기 시작
2003년 수출 호조에도 불구하고 신용불량자 증가와 금융시장 불안, 이에 따른 소비 부진으로 경기 위축
외환위기 이후 위축된 소비 진작시키고 탈세 방지 위해 신용카드 규제 대폭 완화.. 신용카드 발급과 사용 급증
신용불량자 양산하고 가계와 금융기관 부실 초래한 신용카드 대란
금융사의 신용평가와 리스크관리, 정부의 시장감독, 신용 능력 고려한 소비 행동이 얼마나 중요한지 일깨워 준 사건

경기는 경제의 장기적인 성장추세를 중심으로 바다의 파도처럼 상승과 하강을 반복하는데, 이를 경기순환이라고 한다. 다시 말해, 경기순환은 경제라는 바다에서 밀물과 썰물이 반복되는 현상이라 할 수 있다. 가계, 기업, 그리고 정부를 포함한 모든 경제주체는 이러한 주기적인 환경변화 속에서 적합한 방법으로 헤엄치며 살아가야 한다. 그러나 밀물과 썰물을 구분하지 못한 채 무작정 수영을 시도하면 물에 빠져 헤어나지 못할 위험이 있다. 따라서 우리는 항상 현재 경기국면이 어떤 상태인지 파악하고, 그에 맞는 지혜로운 대비와 행동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과거 한국경제에서 나타난 경기순환의 양상과 주요 특징을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이 시리즈에서는 1972년 3월부터 2020년 5월까지 한국경제에서 발생한 총 11차례의 경기순환을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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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covert]

 

[뉴스투데이=김범식 서울연구원 명예연구위원] 제8순환기는 2001년 7월부터 2005년 4월까지의 경기순환이다. 당시 경기 확장국면(2001년 7월~2002년 12월)은 17개월, 수축국면(2002년 12월~2005년 4월)은 28개월 동안 지속했다.

 

우리나라의 경기순환은 확장국면이 길고 수축국면이 짧은 비대칭적 형태를 보여왔다.

 

그러나 제8순환기는 예외적으로 확장국면이 짧고 수축국면이 긴 형태를 보였다. 특히 확장국면은 역대 평균 지속 기간(33개월)보다 16개월 짧았던 반면, 수축국면은 평균(20개월)보다 8개월 더 길었다.

 


• 제8순환기: 내수 진작으로 경기 회복, 신용카드 대란으로 경기 급랭

 

당시 경기는 가계대출 확대 등 내수 경기 부양책에 힘입어 민간소비가 증가하면서 회복되기 시작했다.

 

민간소비 증가율은 2001년 5.8%에서 2002년 9.1%로 대폭 확대되었다. 2002년 하반기에는 소비 증가세가 다소 둔화되었으나, 수출 회복에 힘입어 경기 상승세가 지속되었다. 이에 따라 경제성장률은 2001년 4.7%에서 2002년 7.7%로 상승했다.

 

< 제8순환기의 경제성장률과 민간소비 증가율 추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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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경제성장률과 민간소비 증가율은 2020년 연쇄가격 기준 [자료=한국은행]

 

그러나 2003년에는 신용불량자 증가와 금융시장 불안, 이에 따른 소비 부진으로 경기가 위축되었다.

 

2003년부터 수출이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하며 회복세를 보였고, 특히 2004년에는 수출 증가율이 31.0%에 이를 정도로 호조를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내수 부진은 계속되었다. 이는 2003년 발생한 ‘카드대란’이 주요 원인이었다.

 

외환위기 이후 위축된 소비를 진작시키고 탈세를 방지하기 위해 신용카드 규제가 대폭 완화되면서 신용카드 발급과 사용이 급증했다.

 

1999년 5월에 신용카드 현금서비스 한도를 폐지해 카드사가 고객별 현금서비스 한도를 자율적으로 설정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같은 해 6월에는 신용카드 소득공제 제도를 도입해 카드를 많이 사용하면 일정 비율의 세금 혜택을 제공했다.

 

2000년에는 신용카드 영수증 복권제도가 도입되었다. 이러한 정책에 힘입어 신용카드 사용액은 1998년 63.6조원에서 2022년 622.9조원으로 10배 가까이 증가했으며, 신용카드 발급 장수도 1억장을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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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jar]

 

당시 카드 회사들은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 길거리에서 신용카드를 발급하곤 했다. 소득이 없고 신용도가 낮은 사람들에게도 카드를 발급하며, 일단 카드를 쓰고 보자는 풍조가 퍼졌다. 이처럼 신용카드를 과도하게 사용하면서 연체율이 상승하고, 카드사의 재무 건전성도 악화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2003년 3월 SK글로벌 분식회계 사건을 계기로 카드채 부실 우려가 커지며 투신사 등에서 환매 요구가 급증하고, 카드사의 유동성도 악화되며 금융시장 불안이 가중되기 시작했다.

 

신용카드사들의 부실한 리스크관리로 연체율이 증가하고, 특히 신용한도 축소로 신용불량자가 급증하기 시작했다. 2003년 말 개인 신용불량자는 372만명으로 2001년말(245만명)보다 127만명 급증했다. 이 중 신용카드 관련 신용불량자는 239.7만명으로 전체의 64.4%를 차지했다. 신용카드 관련 신용불량자도 2001년말 104.2만명에서 135만명 이상 증가했다.

 

이로 인해 소비 위축이 심각해졌고, 경제 성장에 악영향을 미쳤다. 민간소비 증가율은 2002년 9.1%에서 2003년 -0.2%로 급락했고, 경제성장률도 2002년 7.7%에서 2003년 3.1%로 추락했다.

 

< 2001~2003년 중 신용불량자 수 추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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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은행연합회]

 

2003년 신용카드 대란은 영국의 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경고한 ‘신용위기가 플라스틱 버블로 재현’된 한국판 금융위기였다.

 

상환능력을 고려하지 않고 무책임하게 카드를 쓴 사용자, 이들의 신용 능력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무분별하게 카드를 발급한 카드사, 그리고 경기 부양을 위해 신용카드 사용을 적극 권장하고 감독에는 소홀했던 정부 모두가 신용카드 대란의 원인이다.

 

즉, 경제주체들의 도덕적 해이로 많은 신용불량자를 양산하고 가계와 금융기관의 부실을 초래한 신용카드 대란은 금융사의 신용평가와 리스크관리, 정부의 시장감독, 그리고 신용 능력을 고려한 소비 행동이 얼마나 중요한지 우리에게 일깨워 준 사건이었다.

 

[정리=최봉 산업경제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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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ong1109@news2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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