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버리지 투자 문 열리나…‘신용공여’ 명문화에 들뜬 가상자산 시장

[뉴스투데이=염보라 기자] ‘금지된 열매’였던 가상자산 레버리지 투자가 제도권 문턱에 성큼 다가섰다. 신용공여 허용을 명문화한 ‘디지털자산기본법’이 국회에 발의되면서다. 시장에서는 기대감이 확산되고 있지만, 동시에 투자자 보호 장치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11일 국회와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일 디지털자산의 정의와 규율 체계, 불공정 거래행위 규제 등을 담은 ‘디지털자산기본법’을 대표 발의했다.
130여 개 조항 중 투자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건 가상자산 사업자의 ‘신용공여’를 명시적으로 허용한 조항이다. 해당 법안은 가상자산 사업자의 영업행위를 ‘공통 규제’와 ‘업자별 규제’로 나눠 규정하고, 업자별 규제 항목에서 허용 가능한 사항을 구체화했다. 이 과정에서 매매업·중개업·보관업의 경우 신용공여를 허용한다고 명시했다.
가상자산도 주식처럼 신용을 활용한 레버리지 투자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민 의원은 이날 백브리핑에서 “현행 법제 하에선 명시적 근거가 없으면 신용공여가 금지된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면서 “법에 규정을 둔 것 자체가 진전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시장 반응은 즉각 나타났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해외 거래소로 이동했던 레버리지 수요를 국내 제도권으로 끌어올 수 있는 단초가 마련됐다”며 “투자자 커뮤니티 반응도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번 조항을 두고 ‘즉각 허용’보다는 ‘제도적 기반 마련’에 방점이 찍힌다는 시각도 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당장 허용이라기보다는 법률적 기반을 마련해 놓고 향후 사업자 준비 상황에 따라 제도화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신호”라고 해석했다.
제도화에 따른 기대 효과는 분명하다. 투자자는 다양한 포지션 전략을 구사할 수 있고, 거래소는 신용공여를 통해 이자 수익을 확보함으로써 수익 구조를 다변화할 수 있다. 나아가 민 의원은 “기관이 들어올 것을 전제로 보면 레버리지를 통해 위험을 줄이는 포지션을 적은 비용으로 취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이같은 맥락에서 신용공여는 위험 관리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레버리지 도입에는 가상자산 특유의 고변동성과 정보의 불투명성이 걸림돌로 작용한다. 특히 상·하한가 제한이 없는 시장 구조상 급격한 청산과 연쇄적 손실 전이 우려가 제기된다.
천창민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뉴스투데이>와의 통화에서 “가상자산에는 상한가·하한가 제도가 없고 가격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급격한 시세 변화로 인한 피해 우려가 크다”며 “과거 일정 기간 동안 거래량이 충분하고 가격 변동성이 낮은 자산에 한해 신용공여를 허용하는 방식이라면 제도 도입도 가능하다고 본다. 대통령령 등을 통해 명확한 기준을 설정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김대종 세종대 교수도 <뉴스투데이>에 “개인투자자에 대한 레버리지 한도 설정과 신용공여 대상자의 적합성·적정성 심사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며 “상시 모니터링 체계 구축과 정보공시 강화도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도 경계의 목소리가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국내 가상자산 투자자 중 상당수가 레버리지 거래를 위해 해외 거래소로 이동하는 것을 보면 거래 수요는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는 허용이 필요하지만 철저한 감시·감독이 선행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디지털자산기본법에는 신용공여 외에도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사전 인가제 도입, 대통령 직속 디지털자산위원회 설치, 이용자 보호 및 자율규제체계 정비 등의 내용이 담겼다.
민 의원은 “이번 법안이 시행되면 디지털자산 시장의 신뢰성과 투명성을 높이고 디지털 금융 생태계를 활성화해 대한민국이 글로벌 디지털 금융 선도국가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