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2 뷰] 가상자산 현물 ETF 도입 논의 급물살…금가분리 원칙 시험대
6·3 조기대선 앞두고 여야 후보 나란히 공약
미국 비트코인 ETF 순유입 433억 달러 돌파
"MTS로 투자"…접근성 확대 vs 자금 왜곡 경고
보관 인프라·지수 조작 가능성 등 정비 과제 산적

[뉴스투데이=염보라 기자] 6·3 조기 대선을 앞두고 가상자산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도입 논의에 속도가 붙고 있다.
정치권이 앞장서 공론화에 나선 가운데 자본시장 제도권 편입이라는 기대감과 함께 시장 불안정성 전이 우려가 동시에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상품 도입을 넘어 제도적 기반 정비와 리스크 관리 방안 마련이 병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23일 정치권과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최근 각각 공약집을 통해 가상자산 현물 ETF 도입 의지를 밝혔다. 두 후보 모두 디지털자산 시장의 제도화와 투자 접근성 확대를 통한 ‘정상화’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가상자산 현물 ETF는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의 실시간 가격을 추종하는 금융상품이다. 증권사의 매매 시스템(HTS·MTS)를 통해 일반 ETF처럼 거래할 수 있어 일반 투자자들의 접근성이 높아지고 제도권 편입이 빨라질 수 있다는 평가다.
해외 주요국, 특히 미국에서는 이미 가상자산 ETF 시장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2021년 비트코인 선물 ETF 승인에 이어 지난해 1월에는 비트코인 현물 ETF를 정식 승인했으며, 이후 기관투자자의 자금이 대거 유입되며 시장의 제도화를 이끌었다.
시장조사업체 소소밸류에 따르면 비트코인 현물 ETF 누적 순유입액은 지난 21일(현지시간) 기준 433억8004만 달러(약 59조9946억원)로 집계돼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블룸버그는 미국 내 최대 ETF인 블랙록의 ‘아이셰어스 비트코인 ETF’(IBIT)에만 올해 88억 달러가 유입됐다고 분석했다. 전체 미국 ETF 중 순유입 상위 5위에 해당한다. 이에 비트코인 가격은 현물 ETF 도입 전 4만 달러에서 최근 11만 달러까지 상승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 중이다.

다만 금융당국과 다수 전문가들은 가상자산과 자본시장의 연계가 가져올 구조적 리스크에 주목하는 모습이다. 가장 큰 우려는 ‘자금 쏠림’이다. 고위험 자산으로의 자금 이동이 본래 기업 자본조달 시장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분석이다.
가상자산 전문가인 천창민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뉴스투데이>와의 통화에서 “금융당국이 우려하는 바는 자본시장으로 와야 할 자금이 가상자산으로 흘러들어가 자본시장 육성이 왜곡될 수 있다는 점”이라고 짚었다.
실제 2019년 이기광 단국대 교수팀의 실증 분석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이 오를수록 개인의 코스피 순매수는 감소했다. 장보성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해 작성한 ‘가상자산 현물 ETF의 리스크’ 보고서에서 “이러한 구축(crowd-out) 효과가 기업의 자본 조달을 저해할 가능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가상자산 현물 ETF는 금융당국이 고수하고 있는 ‘금가분리’(금융과 가상자산의 분리) 원칙에도 위배된다. 현행 자본시장법상 가상자산은 ETF의 기초자산이 아니다. 금·원유와 같은 실물자산이나 통화·신용위험은 허용되지만, 비트코인은 포함되지 않는다.
금가분리 원칙 아래 ETF 보관 구조 역시 걸림돌이다. 전통 ETF는 신탁업자가 자산을 보관하지만 가상자산은 현행 제도상 신탁이 불가능하다. 미국은 현금은 신탁업자, 가상자산은 별도 보관업체가 관리하는 이원화 모델을 도입했지만, 한국은 관련 규제가 전무한 상황이다.
금융당국 내부 소식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가상자산을 금융사가 직접 보관할 수 있게 할지, 아니면 전담 가상자산업자에게 맡길지 결정이 필요하다”며 “금가분리 원칙을 따르자면 후자에 무게가 실리지만, 현행 감독체계로 과연 신뢰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가상자산 보관업에 관심 있는 은행들이 많은데, 이들을 허용할 경우 가상자산 리스크가 은행 시스템에 전이될 우려가 있다”면서 “이런 구조적 위험성에 대한 평가를 못 해본 상황이니까, 그런 것들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 (금융당국의) 고민이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ETF 설계의 기본 전제인 ‘지수의 투명성’도 문제로 남는다. 가상자산은 거래소 간 가격 차이가 커 조작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펀드 전문가인 권민경 자본시장연구원 펀드·연금실장은 <뉴스투데이>와의 통화에서 “ETF는 추종하는 기초지수의 공정성과 조작 가능성에 대한 안전장치가 전제돼야 하지만, 비트코인은 시장 전체는 커도 거래소마다 (가격이) 달라 왜곡 우려가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 SEC가 현물 ETF를 오랫동안 승인하지 않은 이유도 이 때문”이라며 “ETF는 구조상 조작 방지가 기본이기 때문에 어떤 시장을 기준으로 삼고 그 시장의 규제 수준과 규모를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지가 핵심 쟁점”이라고 덧붙였다.
나아가 가상자산 기반 파생거래 허용 여부도 제도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천창민 교수는 “ETF 설계 시 헤지 수단 확보와 유동성 확보를 위해 파생상품 허용 여부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며 “현행법상 가상자산 파생거래는 금지돼 있어 제도 정비가 선행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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