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읽는 경제] 소주값 도미노 인상…소주값>맥주값 시대 성큼

(뉴스투데이=이진설 경제전문기자) ‘혹시’나 하는 우려가 ‘역시’로 바뀌었다. 소주업계 점유율 1위인 하이트진로가 지난달 30일 출고분부터 출고가를 5.62% 인상하자 다른 소주업체들도 기다렸다는 듯이 출고가를 줄줄이 인상하고 있다. 소주의 출고가 인상은 소매점가격과 음식점에서 파는 소주값의 연쇄인상을 불러올 전망이어서 소주값 5000원 시대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 음식점에서 국산맥주 1병당 가격이 일반적으로 4000원선임을 고려하면 소주값이 맥주값을 앞지르는 기현상이 벌어질 전망이다.
<거꾸로읽는경제 12월1일자 참조>
■ 시차 두고 줄줄이 출고가 올리는 소주업체들
7일 업계에 따르면 대전·충남 지역 주류업체 맥키스컴퍼니는 자사 소주 브랜드인 O2린(오투린)의 출고가를 963원에서 1016원으로 5.5% 인상했다. 제주 주류업체인 한라산소주 역시 한라산소주의 출고가를 1080원에서 1114원으로 3.14% 올렸다.
하이트진로에 이어 지방소주업체들이 잇달아 출고가를 인상함에 따라 업계2위인 롯데주류와 무학 등 다른 소주업체들도 소주 가격 인상을 적극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롯데주류는 이번주에 '처음처럼'의 가격 인상을 발표할 것이란 전망이 시장에서 나오고 있다.
일정한 시차를 두고 비슷한 폭으로 소주의 출고가가 줄줄이 오르자 일부에선 업체들이 담합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3년전에도 소주값 인상은 시장주도업체가 올리자 다른 업체들이 뒤따라 올리는 모양새를 보였다.
■ 삼겹살에 소주 한잔하려면 이젠 8만~9만원 있어야
소주의 출고가 인상은 필연적으로 음식점에서 파는 소주값의 도미노 상승을 불러올 것이 분명해 보인다. 3년전에도 출고가가 인상되면서 음식점 소주값은 대략 1000원 정도가 올랐었다. 이번에도 비슷한 폭으로 인상된다고 가정하면 현재 지역에 따라 3000원, 4000원에 판매되는 소주 1병당 가격은 각각 4000원과 5000원으로 오를 수 밖에 없다.

성인 4명이 퇴근길에 가볍게 삼겹살과 소주를 곁들이려면, 이제는 최소 6만원에서 7만원은 줘야 한다는 계산이다. 삼겹살 1인분이 대략 1만원이라고 가정하면 최소 6인분에 6만원, 소주 4병이면 2만원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박근혜정부 들어 소주값은 2번의 인상을 통해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2011년 음식점에서 2000원, 2500원 하던 소주값이 이제는 2배가량 오르게 된 셈이다.
이번 소주값 인상의 배경에는 빈병의 취급 수수료와 보증금 인상예고가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환경부는 내년 1월 21일부터 빈병의 취급 수수료와 보증금을 올리는 법률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이 개정안이 통과되면 소주의 빈병 취급 수수료와 보증금은 각각 17원, 60원으로 오르며 맥주는 각각 14원, 80원이 오른다.
빈병 취급수수료와 보증금 인상을 빌미로 하이트진로가 먼저 총대를 메고 술값을 올리자 다른 업체들이 잇달아 소주의 출고가를 올린 것으로 시장은 분석하고 있다.
■ 맥주회사들도 출고가 상승카드 만지작…결국 서민만 봉(?)
다른 원가상승 요인이 있지만, 이번 소주 출고가 인상의 직접적인 배경이 빈병 취급수수료와 보증금 인상인 만큼, 맥주값이라고 가만 있을리 없을 것 같다. 맥주 역시 똑같은 원가상승 압력을 받기 때문이다.
실제로 맥주업계는 하이트진로의 전격적인 가격상승이후 눈치보기가 한창이다. 수입맥주 공세 때문에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지만 소주값이 오른 이상, 맥주값도 올라야 정상이 아니냐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시기의 문제일 뿐 언제든지 출고가를 올려도 이상할 것이 없다는 지적이다.
문제는 이번 소주값 상승으로 서민의 애환이 담긴 제품들이 줄줄이 인상되고 있다는 것이다. 올초 담배값 폭풍인상에 이은 이번 소주값 인상으로 사실상 서민관련 제품이 가격상승의 집중타를 맞고 있다. 박근혜정부가 기업관련 법인세는 손도 대지 못하면서 간접세를 대폭 늘려 서민들의 호주머니를 쥐어짜고 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실제로 정부는 올해 담배세를 통해 11조 3013억~11조 8245억원을 걷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담배세수가 지난해보다 최대 5조원 가량 더 걷힐 것이란 뜻이다. 내년에는 담배세 규모가 12조 6084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전체 근로소득자의 98%인 연봉이 1억원 이하인 직장인들이 내는 근로소득세(12조7206억원)에 육박하는 규모다. 또 2013년 정부가 징수한 부동산 보유세 9조5000억원, 이자·배당 소득에 대한 금융소득세 7조6639억원보다 훨씬 많다.
여기에다 소주값까지 줄줄이 오르게 생겼으니 서민들이 애용하는 제품에 붙는 세금을 통해 정부가 거둬들이는 세수는 해마다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집계한 올 1∼8월 국세 수입은 151조6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6조6000억)보다 15조원 증가했다.
특히 담뱃세가 포함된 기타 세수는 19조7000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3조4000억원이나 증가해 세수 확대에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진설>경제전문기자=wateroh05@naver.com>
댓글 (0)
- 띄어 쓰기를 포함하여 250자 이내로 써주세요.
- 건전한 토론문화를 위해,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비방/허위/명예훼손/도배 등의 댓글은 표시가 제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