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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읽는 경제

‘응팔’이 죽은 제품도 살려냈다! 관련업계 ‘함박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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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원 기자
입력 : 2016.01.22 09:44 ㅣ 수정 : 2016.01.22 09:47

▲ tvN의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는 유독 먹고 마시는 장면이 많이 나왔다. 간접광고(PPL) 성격이 강하지만 드라마의 인기에 힘입어 드라마에 등장했던 거의 모든 제품들이 매출이 늘어 관련업계가 미소를 짓고 있다. [출처=tvN]


(뉴스투데이=이진설 경제전문기자) ‘응답하라 1988’(이하 응팔)은 종영이 됐지만 여진은 계속되고 있다. 드라마 자체가 케이블TV로는 기록적인 시청률(마지막회ㆍ닐슨코리아 18.8%)을 낸 것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과거에 대한 향수를 자극했다는 점이 이채롭다.

드라마의 배경이 됐던 1980년대말 유행했던 애창곡들은 종영 이후에도 리메이크 등을 통해 각종 음원차트 상위권을 휩쓸고 있다. 다섯 가족의 이야기가 펼쳐졌던 서울 도봉구 쌍문동은 드라마의 향수를 느끼려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드라마 주인공들의 몸값 역시 크게 뛰었다. 주인공 혜리(덕선역)는 새로운 ‘광고퀸’으로 등극했다. 덕선의 신랑이 되는 행운을 거머쥔 박보검(최택역) 또한 10여개의 광고주들로부터 러브콜을 받았다. 6수생 역할을 소화한 안재홍(정봉역)도 9개 광고에 무더기로 출연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응팔’이 남긴 가장 큰 족적은 복고상품에 대한 열풍을 불러일으켰다는 점이다. 소품으로 등장했던 거의 모든 제품들이 히트를 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관련업계로선 불황에 허덕이던 차에 그야말로 단비가 아닐 수 없다.

간접광고를 통해 ‘응팔’이 살려낸 옛 제품들

응팔은 상업방송사가 만든 작품답게 철저하게 간접광고(PPL)를 활용했다. 응팔이 회당 벌어들인 광고수익은 대략 6억~9억원선으로 알려졌다. 응팔은 금요일, 토요일등 프라임시간대에 방영됐다. TvN의 토요일 프라임 시간대는 광고단가가 15초 기준으로 300만원대에서 1035만원선이다.

지상파 시간대와 동일한 단가다. 응팔이 20회 전회가 완판된 것을 고려하면 170억원대의 광고매출을 거둔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프로그램 전후, 중간에 붙는 광고를 모두 합한 금액이다. 이것만으로도 제작비(회당 3억원선)를 3배가량 상회한 규모다.

tvN측은 간접광고비나 협찬비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업계에선 광고비만큼 벌어들였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 주문형비디오(VOD) 판매수입은 50억원 규모로 알려졌다.

▲ 유일한 아역배우 김설(진주역ㆍ오른쪽)은 먹는 장면을 통해 가장 많은 간접광고를 연출한 주인공이기도 했다. [출처=tvN 방송화면캡처]


tvN만 웃은게 아니다. 협찬 혹은 소품으로 제품을 노출시킨 업체들도 응팔 때문에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가장 큰 수혜를 본 회사는 롯데제과. 가나초콜릿, 빼빼로, 꼬깔콘, 칸쵸, 월드콘, 수박바 등 롯제제품들이 가장 자주, 또 가장 많이 등장했다. 이 때문에 롯데제과 측은 관련제품 매출이 적게는 15%에서 많게는 30% 가량 급증한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제과는 발빠르게 ‘응답하라 1988’ 특별에디션 종합선물세트를 한정판 형태로 5000개를 내놨는데, 모두 완판됐다.

빙그레는 스테디셀러 제품 중 하나인 바나나맛우유에 대한 간접광고를 실시했다. 극중 고경표(선우역) 동생으로 나오는 김설(진주역)이 늘 입에 바나나맛우유를 달고 다닌 덕분에 매출이 10%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빙그레 역시 1988년 당시 로고와 서체를 적용한 바나나맛우유 ‘1988 에디션’을 선보였다. 빙그레는 또 당시 인기를 끌던 아이스크림 투게더가 드라마에 노출돼 이중 홍보효과를 거두기도 했다.

비락은 극중 최택이 큰 우유를 통째로 마시는 장면이 방영된 것을 계기로 ‘추억의 비락우유(900mL)’ 한정판을 출시했다. 드라마 속 최택이 매일 비락우유를 마시는 것을 본 소비자들이 추억 속 패키지의 실제 판매 여부를 묻는 문의가 많아지자 아예 한정판을 새로 만든 것이다.

▲ 박보검(최택역)은 극중 거의 매일 아침 비락우유를 통째로 들고 마셔 비락우유 홍보대사 역할을 했다. [출처=tvN 방송화면캡처]


CJ제일제당은 천방지축 성격으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은 안재홍(정봉역)이 부모님 몰래 부엌에서 스팸을 훔쳐먹는 장면을 통해 ‘스팸’에 대한 홍보효과를 톡톡히 봤다. CJ제일제당은 이를 계기로 ‘응답하라 1988 에디션 스팸’을 선보여 매출이 크게 늘어났다. 극중 스팸을 맛깔스럽게 먹어치운 안재홍은 덕분에 CJ제일제당의 스팸 광고를 찍는 행운을 거머쥐게 됐다.

▲ 극중 정봉이 부엌에서 가져온 스팸을 몰래 먹는 장면. [출처=tvN 방송화면 캡처]


농심은 드라마 첫 장면부터 주인공들이 당시의 새우깡을 먹는 장면이 나와 예상치않은 홍보효과를 거뒀다. 이후에도 새우깡은 심심찮게 등장, 추억팔이의 대표적인 상품으로 떠올랐다.

▲ 드라마에서 소품으로 자주 등장했던 농심 새우깡. 새우깡은 1971년부터 생산된 장수과자 중 하나다. [출처=tvN 방송화면캡처]


또 하이트진로는 전신인 조선맥주가 당시 판매했던 크라운맥주의 이미지가 자주 노출돼 미소를 지었다. 크라운맥주는 1993년 이후 생산이 중단된 제품. 하지만 하이트진로는 이 상표에 대한 문의가 쇄도하자 최근 한정판으로 재출시했다.

22년 만에 선보인 한정판은 1980년대 생산된 맥주에 최대한 가까운 맛을 구현했고 당시 상징이었던 왕관 디자인을 패키지에 재현해 완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1, 2차가 완판됨에 따라 크라운맥주 3차 물량으로 1만5000 상자(1상자=355mlx24캔)를 추가 생산하기로 결정했다.

▲ 쌍문동 3인방 안방마님들이 대낮부터 시원하게 크라운맥주를 원샷하고 있다. [출처=tvN 방송화면 캡처]


이 밖에도 SPC그룹 삼립식품의 '빅꽈배기도넛', 오리온 ‘고래밥’, CJ제일제당 ‘백설햄 88 에디션’, 롯데푸드 ‘삼강하드’, 해태제과 ‘브라보콘’ 등도 과거 디자인을 적용해 출시했다.

복고마케팅에 기름을 부은 응팔의 힘

응팔이 살려낸 제품은 식품류 뿐이 아니다. 드라마에 나왔던 추억의 복고의상들도 줄줄이 되살아나고 있다. 덕선이 즐겨 입었던 청자켓을 비롯해 점프수트, 멜빵바지 등 여성의류들은 드라마의 인기에 힘입어 43% 판매율이 증가했다. 터틀넥이나 목폴라티셔츠 역시 30% 가까이 판매가 늘었다.

이제는 찾아보기도 어려운 수동카메라나 LP턴테이블, CD플레이어 역시 70~80%의 매출신장률을 기록했다. 클래식기타(45%), 우표·화폐·주화(28%), 보조가방(75%), 베레모(52%) 등도 덩달아 신바람을 냈다.

▲ 극중 덕선이 즐겨 입고 나온 청자켓을 비롯해 복고의상들의 매출이 급신장했다. [출처=tvN 방송화면 캡처]


IT업계도 복고마케팅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KT는 응팔의 비하인드 스토리에 기가인터넷 등 KT의 서비스를 담아낸 온라인 광고 ‘대답하라 1988’ 시리즈를 내보내고 있다. 1000만 조회수를 기록한 첫 회의 성공에 힘입어 KT는 시청자들이 궁금해하는 등장 인물들의 숨겨진 이야기를 4회로 제작해 공개할 계획이다.

드라마에 등장한 당시의 전자제품에서 옛 로고(금성사)가 선명하게 노출된 LG전자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해당 영상을 마케팅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또 80년대 히트를 쳤던 광고 문구인 ‘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합니다’를 최신형 세탁기 ‘트윈워시’ 광고에 다시 쓰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들은 아예 복고상품 코너를 별도로 만들어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옥션(
www.auction.co.kr)은 ‘옥션 올킬’ 코너를 통해 ‘응답하라 1988’ 관련 제품을 할인판매에 나서고 있다. 추억의 게임 ‘부루마블’ 게임을 비롯해 프로그램 속 명장면과 비하인드 컷이 담긴 ‘응답하라 1988’ 캘린더도 판매하고 있다.

G마켓(
www.gmarket.co.kr)은 드라마 콘서트 티켓을 판매하면서 ‘응답하라 1988’ 이름을 붙여 완판 행진을 이어가고 있으며 11번가(www.11st.co.kr)는 ‘응답하라 그때 그 가격’ 타임세일을 실시하고 있다. 또 배달앱 ‘요기요’와 손잡고 짜장면과 치킨 할인쿠폰을 선착순으로 판매하는 ‘응답하라 요기요’ 이벤트를 펼치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응팔을 적극 홍보에 활용할 태세다. 대구광역시는 드라마가 한창이던 지난해11월 대구의 상징과 대표음식을 설문조사 하면서 ‘응답하라 2015’를 전면에 내세웠다. 총선을 앞두고 출전을 준비중인 많은 예비후보들 역시 ‘응답하라’를 응용한 ‘후보 김아무개가 응답했다’ 등의 패러디형 선전문구를 홍보에 적극 활용하는 방안을 타진중이다. 한마디로 ‘응답하라’만 갖다 붙이면 홍보효과가 있으니 너도나도 차용하고 있는 셈이다.

일반적으로 경기가 안좋을 때는 과거의 향수를 자극하는 복고마케팅이 효과를 보기도 하는데, 드라마 응팔의 인기는 복고 마케팅 열기에 기름을 부은 격이다.

<이진설>
경제전문기자=wateroh05@naver.com>

cswon1001@news2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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