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금용 기자 입력 : 2025.05.02 09:04 ㅣ 수정 : 2025.05.02 09:35
정기예금 89%, 2%대에 몰려… 5%대는 전무 수신금리 인하 본격화, 단기 상품으로 자금 이동
서울 시내 한 은행 영업 창구 모습. [사진=연합뉴스]
[뉴스투데이=이금용 기자] 시중은행 정기예금의 대부분이 2%대 금리 구간에 몰리며, 5% 이상 고금리 예금 상품은 시장에서 사실상 자취를 감췄다.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지는 가운데, 은행권 수신금리는 점진적인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5년 3월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에 따르면, 3월 신규 정기예금 가운데 83.9%가 2.5~3% 미만 금리 구간에 몰렸다. 2∼2.5% 미만 금리 구간은 4.8%다. 5% 이상 구간은 통계상 집계되지 않았다.
구체적으로 보면, 2024년 3월 신규 정기예금의 금리 구간 비중은 4~5% 미만이 2%, 3~4% 미만이 90.9%였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4%대 정기예금은 일정 비중을 유지했지만, 2025년 3월 기준으로는 4~5% 구간이 0.2%로 줄고 3~4% 구간은 10.8%로 대폭 하락했다. 대신 2.5∼3% 구간이 지난해 3월 6.4%에서 올해 3월 83.9%로 13배 가까이 늘었다. 2024년 3월까지만 해도 5% 이상 금리 예금이 0.1% 존재했으나, 2025년 3월에는 해당 구간이 완전히 사라졌다
정기예금 평균금리도 이 흐름을 뒷받침한다. 1~2년물 기준 정기예금의 평균금리는 2024년 3월 3.53%에서 2025년 3월 2.83%로 0.7%포인트 하락했다. 지난해 10월 이후 6개월 연속 내림세다. 기준금리 인하 기대에 따라, 은행권은 수신금리를 선제적으로 낮춰온 것으로 해석된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수신금리 인하가 아니라, 예대금리차 확대와 은행 수익구조 재편이라는 큰 흐름과도 연결된다. 2025년 3월 예금은행의 대출금리는 4.36%, 저축성수신금리는 2.84%로, 예대금리차는 1.52%포인트였다. 이는 전월(1.49%포인트), 지난해 말(1.43%포인트)보다 소폭 확대된 수치로, 7개월 연속 확대 흐름이다. 이는 예금금리 하락 폭이 대출금리보다 컸음을 보여준다.
[자료=한국은행 / 그래프=뉴스투데이]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에 따르면, 현재 대부분의 은행은 신규 정기예금을 연 2~3.1% 수준에서 운용 중이다. 이 중에서도 2%대 후반 금리를 제공하는 상품은 주로 저축은행이나 인터넷은행에 집중돼 있다.
예금금리 하락과 함께 일부 자금이 더 높은 유동성과 수익률을 제공하는 상품으로 이동하는 흐름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5대 시중은행의 예금 잔액은 전월 대비 약 26조원 줄었으며, 정기예금과 요구불예금이 모두 감소했다.
빠져나간 자금이 MMF, 단기채, 고금리 CMA, RP 등으로 분산될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예치 기간이 짧고 일정 수준의 금리를 제공하는 단기 금융상품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저축은행들이 파킹통장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키움저축은행은 지난 달 ‘더 키움 파킹통장’의 금리를 연 2.85%로 인상했으며, 다올저축은행은 파킹통장 개설 시 최대 4만 원을 지급하는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4대 시중은행들도 파킹통장 특판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지난 4월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각각 ‘당근머니 하나통장’과 ‘우월한 월급통장’을 출시했고, 신한은행은 ‘신한 이로운 연금통장’을 내놓았다. KB국민은행도 삼성금융네트웍스와 함께 기획한 ‘모니모 KB 매일이자 통장’을 선보이며 경쟁에 가세했다.
단기 유동성 확보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은행권의 수신 전략은 금리보다 상품 구조와 유연성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시장 금리 흐름과 고객 수요를 반영해 상품 구조를 다양화하고 있다"면서 "유동성 관리와 수익성 균형을 동시에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