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읽는 경제]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의 잇단 헛발질과 국적기 박탈운동의 무서운 숨은 뜻

(뉴스투데이=이진설 경제전문기자) 대한항공에 이어 아시아나항공까지 한국을 대표하는 양대 국적기 항공사들이 번갈아가면서 대형사고를 치면서 국적기에 대한 불신이 깊어지고 있다.
두 항공사를 둘러싼 논란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갑질'이라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우리사회의 고질병 중 하나인 갑질문화가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물컵던지기, 아시아나항공의 기내식 대란으로 표면화됐을 뿐 언젠가 터질 것이 터졌다는 지적이 많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한국을 대표하는 양대 국적기다. 한 국가에 소속된 모든 항공사들을 가리켜 흔히 국적기라 부르지만 두 항공사는 한국의 항공운송사업을 책임져온 대표 항공사라는 점에서 좀 의미가 다르다.
오죽하면 많은 사람들이 대한항공 갑질사태가 터졌을 때 청와대 국민게시판에 국적기 박탈 청원을 제기했을까. 대한항공에서 '대한'이란 이름을 빼야 한다는 주장과 국적기 박탈은 차원이 다르다.
국적기를 박탈하라는 얘기는 실현가능성을 떠나 대한항공으로 하여금 한국을 떠나 다른 나라에서 둥지를 틀고 영업을 하라는 무서운 주장이다.
최근 불거진 아시아나항공의 기내식 대란은 항공사 승객 입장에서는 더 기막힌 사건이다. 기내식 도착이 늦어져 항공기가 예정시간보다 늦게 출발한다는 것은 세계 항공업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사태다.
아시아나항공 일부 노선의 경우 기내식이 쉬었다는 불만이 나오는가 하면 아예 기내식 없이 출발하는 '노밀'(No Meal) 사태까지 일어나 승객들의 불만은 폭발 일보직전이다.
이 사태의 근본원인은 기내식 사업과 자본유치를 연계하려던 경영진의 꼼수와 안일한 문제인식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다.
금호타이어 인수를 위해 무리하게 자본유치를 내걸어 기존 기내식 업체를 다른 곳으로 바꾼 것도 문제지만 사건이 터진 이후 아시아나 경영진이 보여준 행태는 과연 고객을 조금이라도 생각하는지 의문을 가지게 할 정도다.
경영진이 저지른 일로 인해 아시아나항공 승무원들은 비행 때마다 쏟아지는 승객의 불만과 욕설을 고스란히 온몸으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딱한 처지가 됐다.
아시아나항공 노조는 사태의 모든 책임이 경영진에 있다고 지적하며 “경영진 퇴진”을 주장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회사는 기내식 대란이 불거진 이후 삼일 후인 지난 3일에야 회사 홈페이지를 통해 김수천 사장 명의로 사과 공지글을 올렸다.
그러나 이를 진정어린 사과로 받아들이는 소비자는 별로 없을 것이다. 경영진이 진심으로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하고자 한한다면 공식 기자회견을 통해 허리숙여 사과하는 모습이라도 연출했어야 했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아시아나항공은 대한항공의 갑질사태 이후 반사이익을 누릴 것이란 항간의 기대감을 이번 기내식 대란으로 한방에 날려버렸다는 평가다.
항공업계에서는 우리나라 국민들의 국적기 이용율이 다른 나라와 비교해도 특이할 만큼 높다고 입을 모은다. 국제선의 경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점유율은 25%를 넘는다.
하지만 국적기들의 잇단 자충수로 최근에는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한국공항공사 통계에 따르면 지난 5월 국제선이용객은 151만1267명이었고 이 가운데 대한항공 이용승객은 23만9141명으로 전체의 15.8%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기간 17.8%와 비교하면 2% 포인트 줄어든 것이다.
아시아나항공 역시 같은 기간 9.3%에서 8.8%로 0.5%포인트 감소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기존의 특권의식에 젖어 헛발질을 계속할 경우 승객점유율은 갈 수록 떨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쉰밥항공' '땅콩항공' 같은 항간의 비아냥은 단순한 경고가 아닐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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