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GV가 7개 극장 문을 다시 열어도 영화관 알바는 안늘어
[뉴스투데이=이지민 기자] “원래는 또래 알바생들과 함께 일할 수 있는 곳 중 가장 재밌는 일터가 영화관이었어요. ‘20대가 꼭 해 봐야 할 알바’로 꼽히기도 했었는데 이제는 다 지난 얘기죠”
한 영화관의 아르바이트생(알바생)으로 근무하고 있는 A씨는 영화관 알바생의 고충에 대해 이같이 토로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다양한 비대면 서비스 기기 도입으로 알바생들이 설자리가 없어졌다는 설명이다.

■ 예매, 음식주문부터 객석 청소까지 자동화/코로나 19겹쳐 단기 알바도 드물어
실제로 ‘직원 없는 영화관’은 빠르게 현실화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때문만은 아니다. 키오스크 등 무인화 기기가 영화관에 도입되며 많은 인력을 필요로 하던 대부분의 작업들이 간소화됐다. 가장 대표적으로 예매와 티켓 발권, 음식 주문 등의 무인화가 영화관 운영에 필요한 인력 감축에 크게 한몫을 했다.
코로나19의 여파로 관람객이 줄은 것도 알바생 감소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영화진흥위원회가 발표한 ‘2020년 10월 한국 영화산업 결산’에 따르면 올해 10월 전체 관객 수는 463만명으로 전년 대비 68.8% 감소했다. 올해 10월까지의 누적 관객 수 역시 전년 대비 70.6% 감소했고 누적 매출액 역시 전년 대비 70.4% 감소했다.
A씨는 영화관에서 ‘단기 알바생’ 자격으로 근무 중이다. 영화관 일반 아르바이트의 경우 보통 주 5일 근무를 원칙으로 하고 근무 기간이 1년 이상인 경우 퇴직금을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단기 알바생’의 경우 1개월에서 6개월 정도의 짧은 기간 동안 근무한다. 주 15시간 이내의 근무시간을 지킨다는 것도 일반 알바생과 다르다.
A씨는 “키오스크가 도입되며 직원들의 업무가 줄고 코로나19 사태로 영화관을 찾는 사람이 줄어들면서 자연스레 인력 감축이 이루어진 거라고 본다”며 “하지만 그냥 뽑히는 사람, 구직자의 입장에서는 키오스크의 등장이 달갑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키오스크로 일상이 편리해졌지만 일자리를 잃는 사람들이 더 늘까 걱정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최근까지 영화관에서 일하다 퇴사했다는 B씨 역시 비슷한 이야기를 내놨다. 그는 “최근 들어 피크 타임에만 투입이 가능한 단기 알바생 채용이 늘어난 것 같다”며 “상영관이나 매점 등에서 직접 응대하는 포지션의 알바생들이 대거 줄어드는 추세”라고 말했다.
기술의 발전은 키오스크 도입뿐 아니라 청소 시스템의 발전도 가져왔다.
서울의 한 프랜차이즈 영화관에서 일하고 있다는 C씨는 “원래는 몇 명의 알바생들이 투입돼 청소를 해야 했다”며 “하지만 이제 영화관 입구에서 바람이 나와 쓰레기를 하단의 관객석으로 흘려보내는 시스템이 생긴 곳도 있어 알바생들 입장에서는 알바생 인원을 더 줄이진 않을까 걱정되는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 영화관 측 "비대면 서비스 수요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
영화관 측은 조금 다른 입장을 보였다. 기술의 발전은 고객들의 편의를 위한 것일 뿐, 직원의 인원 감축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는 설명이다. 오히려 코로나19 사태가 고용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설명했다.
CGV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알바생의 인원 감축 문제는 키오스크 하나를 두고 볼 것이 아니라 ‘비대면 서비스 전반’을 살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코로나19 사태 이전에도 점점 비대면 서비스에 대한 고객들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었다”고 설명하며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는 거의 대부분의 고객들이 모바일 서비스를 통해 영화를 예매하고 현장에서는 키오스크를 이용한다”고 말했다.
그는 “IT 기기 사용에 익숙한 젊은 고객들이 비대면 서비스를 선호하게 됨에 따라 자연스레 키오스크 기기를 도입하게 된 것”이라고 전했다. 매점 등 현장에서 직원을 통해 서비스를 제공 받으려는 고객의 수가 감소하고 비대면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키오스크 도입을 확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관계자는 “영화관 역시 성수기와 비수기가 존재한다는 걸 알바생들이 알아줬으면 하는 마음은 있다”며 “올해는 그 시즌조차 구분할 수 없는 비수기로, 현재까지 일곱 개의 영업점이 영업을 중단하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호소했다.
그는 “키오스크 도입이나 스마트 시트 등 다양한 기술의 접목이 더 적은 인원의 알바생을 고용하려는 의도가 아니라 영화산업 생존을 위해 고안된 방법”이라고 말했다.
결국 CGV가 코로나19 사태가 마무리돼 영업중단했던 7개 극장 문을 다시 열어도 영화관 알바 일자리는 회복될 수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