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훈의 광고썰전 (233)] 팔도 vs 농심 vs 오뚜기 vs 더미식 vs 삼양, 대한민국 대표식품 기업들이 벌이는 비빔면 5국지
심지훈 기자 입력 : 2025.04.23 05:15 ㅣ 수정 : 2025.04.23 05:15
여름 별미를 넘어 사계절 음식으로
[뉴스투데이=신재훈 칼럼니스트] 요즘 부쩍 많아진 비빔면 광고들을 보며 여름이 다가오고 있음을 느낀다. 마치 꽃이 피고 제비가 나는 모습을 보며 봄이 왔음을 느끼는 것과 같은 이치다. 물론 비빔면 광고가 늘어난 것은 꽃과 제비와 같은 자연 현상과 달리 기업의 마케팅에 의해서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현상이지만 말이다.
올해도 비빔면 시장을 차지하기 위한 치열한 싸움이 시작되었다. M/S 1위 팔도비빔면을 필두로 농심 배홍동, 오뚜기 진비빔면, 더미식 비빔면 등 4파전에 삼양식품의 맵탱 쿨 스파이시 비빔면까지 가세하며 비빔면 5국지가 시작된 것이다.
최근 50%대로 떨어진 팔도 비빔면은 건강 컨셉으로 설탕 대신 알롤로스를 활용한 “팔도비빔면 제로슈거”를 출시하며 차별화에 나서고 있다.
농심 배홍동은 기존의 배홍동 비빔면 외에 칼국수 면을 사용한 배홍동 칼비빔면을 출시했다. 두껍고 얇은 식감을 모두 느낄 수 있는 도삭면 형태로 튀기지 않고 바람에 말린 건면을 사용한 것이 특징이다.
더미식 비빔면은 런칭 이후 지금까지 고급화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더미식 비빔면이 질로 승부한다면 오뚜기 진비빔면의 경우 양으로 승부한다. 비빔면의 제철인 여름도 아닌데 많은 비빔면 브랜드들이 계절의 경계를 허물며 벌써부터 광고를 시작한 이유는 무엇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기업의 목적인 이윤 극대화를 위해 판매량를 늘려야 하기 때문이다. 판매량을 늘리기 위한 마케팅의 기본 전략은 소비자의 사용량을 늘리는 것이다.
사용량을 늘리는 손쉬운 방법은 1회 사용량을 늘리는 것이다. 1회 사용량이 늘어나면 판매량은 그에 비례하여 증가한다. 치약 광고에서 치약을 듬뿍 짠 비주얼을 보여주거나 샴푸나 화장품 광고에서 필요 이상으로 많은 양을 사용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알고 보면 사용량을 늘리기 위한 고도의 심리전인 것이다.
그러나 음식의 1회 취식량을 늘리는 것은 이와는 다른 차원의 문제다. 한번에 한 개를 끓여 먹던 사람을 갑자기 두개를 끓여 먹게 하기는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이럴 때 유용한 방법이 바로 사용 빈도를 늘리는 것이다. 하루 1번 사용하는 것을 하루 3번 사용하게 만들면 산술적으로 판매량이 3배 늘어난다.
이와 같은 원리로 여름 3개월 동안만 먹던 비빔면을 여름 전후 3개월을 더 먹게 만든다면 비빔면의 판매가 3개월에서 6개월로 늘어나게 된다. 이는 판매량의 증가로 연결된다.
우리가 잘 아는 코카콜라의 경우도 이러한 계절 확대 혹은 파괴 전략을 통해 판매량을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었다. 여름에만 마시던 청량음료의 대명사 코카콜라를 겨울에도 마시게 만든 것이다.
청량음료를 거의 마시지 않는 한겨울 크리스마스 시즌에 산타클로스를 모델로 등장시킨 광고 캠페인을 통해 청량음료는 여름에만 마신다는 고정관념, 아니 오랜 습관을 깨고 코카콜라는 겨울에 마셔도 시원하고 맛있다는 인식을 만들었고 그 결과 한겨울에도 마시는 4계절 청량음료로 포지셔닝할 수 있었다. (첨부 광고 참고)
물론 여름만큼 많이 자주 마시지는 않지만 그래도 아예 안 마시는 것보다는 조금이라도 더 마시는 것은 매출에 많은 도움이 된다. 또한 지역과 민족마다 서로 달랐던 산타클로스가 흰 수염에 배가 불룩하고 빨간 옷을 입은 할아버지의 모습으로 통일된 것도 알고 보면 코카콜라 광고 덕이다. (첨부 동영상 참고)
차별화가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개별 브랜드들의 마케팅 전략이라면 제철인 여름이 되기도 전부터 광고를 하는 이유는 취식 기간을 늘려 비빔면 시장 자체를 키우기 위한 것이다. 다양한 비빔면 광고들을 보며 소비자들은 비빔면의 계절이 돌아왔다고 느낄 것이고 더 나아가 비빔면을 먹고 싶다는 견물생심을 느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비빔면 시장 규모 자체를 키우는 것은 브랜드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 당연히 시장점유율이 가장 높은 No. 1 브랜드가 압도적인 이익을 보지만 말이다. 모든 브랜드가 시장점유율에 목숨을 거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신재훈 프로필 ▶ (현)BMA 전략컨설팅 대표(Branding, Marketing, Advertising 전략 및 실행 종합컨설팅) / 현대자동차 마케팅 / LG애드 광고기획 국장 / ISMG코리아 광고 총괄 임원 / 블랙야크 CMO(마케팅 총괄 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