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썸, 국내 첫 가상자산 거래소 IPO 도전…연내 상장 여부 촉각
시장 훈풍·제도 정비…IPO 적기 판단
실적 변동성은 한계…‘첫 사례’ 부담도

[뉴스투데이=염보라 기자]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2위 빗썸이 올해 하반기 기업공개(IPO)를 추진한다.
시장 회복세와 제도 정비로 상장 시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되지만, 비트코인 시세에 크게 좌우되는 실적 변동성과 국내 첫 가상자산 거래소 상장이라는 상징성은 동시에 부담이기도 하다.
18일 증권가에 따르면 빗썸은 주관사로 삼성증권을 선정하고 연내 국내 증시 상장을 목표로 관련 절차에 돌입했다. 빗썸은 지난 2020년에도 IPO를 시도했으나 법적 요건과 내부 정비 미흡 등으로 중단한 바 있다.
이번에는 단순 자금 조달을 넘어 이용자 신뢰도 제고와 기업 투명성 확보 차원에서 IPO를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빗썸 관계자는 IPO 추진 이유에 대해 “이용자 신뢰도를 확보하고, 자본시장의 엄격한 규제와 감시를 통해 회사의 투명성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라고 설명했다.
올해 상장 추진 배경에는 시장 회복세가 자리해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국을 ‘비트코인 초강대국’으로 만들겠다고 공표한 이후 본격화된 글로벌 가상자산 강세장이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면서,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적기로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안도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빗썸을 포함한 국내 5대 거래소의 지난해 가상자산 보유액은 총 105조107억원으로, 2020년 9245억원 대비 11.4배 증가했다.
이에 힘입어 빗썸의 지난해 매출은 4963억원으로 전년 대비 265.4%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1307억원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정책적 환경도 IPO 추진에 힘을 싣고 있다.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 제정과 회계 공시 기준 마련 등 제도 정비가 속도를 내고 있고, ‘법인의 가상자산 시장 참여 로드맵’이 마련돼 기존 개인 투자자에 더해 법인 수요까지 흡수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조기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의 움직임도 호재다. 여야에서 디지털 자산 산업에 대한 육성책을 앞다퉈 예고하며 상장 분위기에 힘을 보태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강준현 의원은 최근 국회 포럼에서 “2030 세대에게 가상자산은 자산 형성 과정에서 희망의 사다리로 간주된다”며 “조기 대선을 앞두고 당 내에서 디지털자산에 대한 논의를 심도 있게 논의 중이며, 조만간 관련 메시지를 낼 것”이라고 밝혔고, 국민의힘 홍준표 예비후보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만큼 블록체인과 가상자산 규제를 혁파하겠다”고 선언했다.
반면 증권가에서는 빗썸의 상장 추진이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중 첫 사례라는 점과 비트코인 가격 변동에 따른 실적 민감도가 크다는 점이 걸림돌로 지목된다. 제도 정비가 이뤄지고 있긴 하나 아직 변화의 초입이라는 점도 넘어야 할 산이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수익구조가 비트코인 등 시세에 연동돼 있어 실적 예측이 어려운 데다 완벽한 규제가 만들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첫 (IPO) 사례다 보니 한국거래소 입장에서는 (심사 승인을 내주기에) 부담이 클 것”이라고 예상했다.
빗썸은 리스크 분산을 위해 비(非)가상자산 영역으로도 사업 확장을 준비 중이다. 지난해 말 ‘아르카’(ARKA) 및 ‘아르카랩’((ARKA LAB)이라는 상표를 출원했고, 최근에는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정관에 ‘대부업 및 대부중개업’을 추가했다. 다만 가상자산 사업자의 대부업은 행정명령으로 금지된 상태여서 향후 규제 변화가 전제돼야 한다.
학계에선 빗썸이 상장에 성공할 경우 국내 가상자산 산업의 역사적 전환점이 될 것이란 평가를 내놓고 있다.
가상자산 전문가인 천창민 서울과학기술대 글로벌테크노경영전공 교수는 <뉴스투데이>와의 통화에서 “(국내에선 가상자산 거래소가 상장한) 선례가 없고 규범 자체도 아직 완벽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상장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를 가진 빗썸이 투명한 지배구조와 내부통제 강화를 통해 코인베이스처럼 제도권 거래소로 인정받을 수 있다면 굉장한 의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빗썸은 적절한 시점에 IPO 관련 일정을 공개한다는 방침이다. 회사 관계자는 “올해 IPO를 목표로 준비 중이지만 구체적 일정과 방식은 적절한 시점에 공개하겠다”며 “현재로서는 국내 상장을 우선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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